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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물리학 -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지적 교양을 위한 물리학 입문서
렛 얼레인 지음, 정훈직 옮김, 이기진 감수 / 북라이프 / 2016년 4월
평점 :
인문계를 나와 쭉 인문쪽의 공부만 하던 탓에 자연스레 이공계 관련된 학문과는 거리를 두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은 종종 나를 과학분야의 책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어렵고 전문적인 내용에 좌절하며 책을 그냥 덮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래서인지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이공계 분야 책이라면 관심이 가는 것 같다. <괴짜 물리학> 또한 그랬다. 물리학이 얼마나 재미있을지를 보여준다는 자신에 찬 책소개와 흥미를 유발하는 목차들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사실 많은 다른 과학분야들도 그렇지만 특히나 "물리학"은 내 삶과는 동떨어져 존재하는 학문이라고만 생각했다. 이런 물리학이 세상의 모든 일을 설명할 수 있고, 심지어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설명도 가능하다니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주 차가운 아이스크림은 먹어도 살찌지 않을까?', '번개를 이용해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을까?'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들로 가득 찬 책이었다. 그 중에서도 요즘 영화 <캡틴아메리카 : 시빌워>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마블 속 주인공들을 다룬 파트가 눈에 들어왔다.
영화를 보면서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법한 재미있는 주제들이다. 평소에는 부르스 배너 박사이나 분노에 의해 헐크로 변하게 되는 마블의 히어로. 상상을 뛰어넘는 힘으로 악당들을 제압하며 그가 스치기만 해도 건물들은 쉽사리 무너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발을 디디는 도로는 생각보다 큰 영향이 없다? 그리고 북유럽 신화의 대표적인 주인공 토르는 아무나 들 수 없는 엄청난 무게의 망치, '묠니르'를 장난감 다루듯 이리저리 휘두른다. 영화 속에서는 특별한 힘에 의해 토르만이 이 망치를 움직일 수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 무게는 얼마나 될까? 이렇듯 물리학에 대한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특히 시빌워의 주인공인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해보고 싶다. 다른 슈퍼히어로들과는 달리 방패 하나만을 가지고 적들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막아낸다. 사실 방패라고 하면 방어 용도인데 캡틴 아메리카는 이 방패를 사용해 공격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그가 던지는 방패는 신기하게도 부메랑처럼 다시 캡틴의 손으로 돌아온다. 이런 궁금증을 바탕으로 책에서는 방패의 무게를 측정한다.
설명을 잠깐 해보자면 이 방패의 질량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반동 속도와 방패의 충돌 속도가 필요하다. 먼저 반동 속도 측정에는 0.3이라는 항력계수를 이용했고 캡틴 아메리카의 질량은 100kg으로 가정을 했다. 영상을 통해 캡틴 아메리카가 미끄러지는 시간을 1.08초로 추정하면 반동속도는 3.24m/s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위키피디아의 도움으로 방패의 지름은 0.76mm라는 정보를 얻었다. 이렇게 해서 구한 방패의 속도는 19.5m/s이 된다. 캡틴 아메리카 방패의 질량을 궁금해 하는 저자도 정말 괴짜스러웠으나 위키디피아가 방패의 지름에 대한 정보까지 담고있을 줄은 몰랐다. 여담이지만 굉장히 비현실적인 슈퍼히어로들의 이야기를 꽤나 구체적으로 설정해 놓은 마블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이렇게 얻은 정보를 통해 방패의 질량을 구할 수 있는데 여기서 반드시 '힘의 특성'을 이해하고 넘어가야한다. 힘이란 늘 두가지 사물의 상호작용이기에 방패가 캡틴 아메리카를 밀어내면 캡틴 아메리카도 같은 힘으로 방패를 다시 밀어낸다는 것이다. 어렴풋이 들었던 운동량 보존의 법칙까지 등장했다. 다시 정리해보자면 반동 속도는 3.24m/s, 방패의 속도는 19.5m/s, 캡틴 아메리카의 무게를 100kg으로 놓았을 때 방패의 질량은 19.9kg이 된다. 캡틴 아메리카는 거의 20kg 짜리 쌀 한 포대를 들고 다니는 셈이었다. 사실 이 하나의 주제를 이해하려고 몇 번씩이나 다시 읽고 검색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다.
이 외에도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SNS, 트위터로 지진을 알리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인가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트위터에 하나의 정보를 올리면 사람들이 이를 리트윗 하면서 빠르게 퍼져나간다. 과연 지진의 이동 속도가 더 빠를까 아니면 트위터의 이동 속도가 더 빠를까라는 재미있는 질문이었다. 두 파동이 일치하는 시간을 측정하고 시간에 따른 지진과 트윗 파동의 속도를 비교했을 때 안타깝지만 이에 대한 경고용으로 효율적이지는 않았다.
현재 물리학 교수이자 과학칼럼리스트로 활동중인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우주, 공상과학 등 독특한 것들에 관심이 많았던 괴짜였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는 물리학을 공부해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데 그의 엉뚱한 궁금증들과 물리학이론이 잘 어우러진 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학은 여전히 어려운 분야로 남았다. 물리학에 대한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었으나 어느 정도 물리학에 대한 기본이 있는 사람들이 읽어야하지 않을까. 어떤 부분에서는 자세히 공식을 소개하며 왜 이런 결과값이 나오는지를 말해주지만, 또 다른 부분에서는 독자가 이미 알고있다는 가정하에 쭉 설명만을 이어나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였는지 물리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들도 남아있지 않는 나에겐 버거운 책이었다. 물리학 입문서로 이 책을 선택한다면 이해하는데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 다만 물리학 원리와 개념들을 친근한 내용들과 함께 그저 접해보겠다는 생각이라라면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