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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고령화 위기인가 기회인가
폴 어빙 지음, 김선영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그동안 우리는 고령화를 긍정적이기 보단 부정적인 시선으로 봐왔다. 뉴스에서는 늘어나는 고령화 인구를 언급하며 이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우려섞인 목소리를 높였고 특히 저출산과 맞물려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는 우리나라에서는 더 심각한 문제로 다가왔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 노인 세대를 부양해야 하는 부담감은 늘어나고 정부의 복지비 예산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을 적게 소비하는 노인들로 인해소비시장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게다가 점점 더 높은 비중의 노년층에 의해 '실버 데모크라시'(정책의 보수화)라는 단어도 등장하며 고령화는 어느새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급한 사회문제로 자리잡았다.
과연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진행되어 가고 있는 고령화, 그렇게 나쁘기만 한 것일까? 책에서는 고령화를 인류가 맞이하게 될 재앙이 아닌 새롭게 도래할 시대의 기회로 인식했다. 새로운 사업, 의학분야의 발전, 노인 대학의 수요창출이라는 측면에서 고령화가 가진 잠재력에 집중했다. 열 여섯 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이 책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그들 분야에서 고령화가 어떻게 받아들여 지고 있는지, 어떤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지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조언들도 아끼지 않는다. 사실 우리는 고령화 사회를 이전에는 겪어본 적이 없다. 과거에 이에 대한 해답을 물을 수 없기에 막연한 두려움과 부정적인 시선이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가 직면할 고령화 시대에 노년층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과거의 노년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신 노년층"이라 불린다. 우리가 이 신 노년층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 측면에서그들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신 노년층은 높은 교육을 받아온 사람들로 인터넷, 모바일 등 첨단기술 활용에도 능하다. 둘째, 막대한 경제력과 구매력을 가진 그들은 여전히 시장에서 집중해야 할 소비자이다. 마지막으로, 오랜시간 살면서 그들이 쌓아온 지식, 지헤, 경험들은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크나큰 자산이다. 그렇기에 노화에 따른 건강문제를 제외한다면 노년층은 여전히 귀한 자산이다. 나날이 발전하는 현대 의학기술을 볼 때 건강문제는 큰 이슈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우리가 우려하고 있는 것들 중 하나는 고령화에 따른 정부의 복지비 증가이다. 복지비 확대가 정부의 재정 악화를 가져올까 두려운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정년퇴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를 권유하는 분위기다. 그렇기에 은퇴를 하고 나면 더이상 수입이 없는 노년층은 어려운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는 개인적으로 은퇴설계를 하고 감당해야 할 문제만은 아니다. 노년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정부차원의 보호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그들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닐까? 가까운 나라 일본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정년을 70세로 늘리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아예 은퇴라는 개념이 없는 영국이나 미국처럼 우리는 왜 계속 일 할 수 없는 것일까? 대표적인 이유는 노화에 따른 업무능력 및 생산성 저하의 문제로 기업에서는 더이상 그들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에서는 여러 연구결과는 그렇지 않다며 이를 반박했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나이와 생산성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장점으로 부각되는 부분들도 많았다.
예를 들어, 전문적인 분야에 통달한 그들은 젊은 층에게 그들을 지식을 공유할 수 있으며 멘토역할을 함으로써 이끌어 나갈 수도 있다. 또한 적절한 직업훈련을 받는다면 생산력을 높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생산성이란 단면만 보고 그들을 무조건 밖으로 내모는 실수는 범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노년층 인적자원 개발을 위한 제도를 만들어야 하고 기업은 이들을 열린자세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한다. 장래성 있는 인적자원인 그들을 확보함으로써 노년 시장을 이해하고 개척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사회에서 노년층은 오히려 비밀무기로 사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노년층의 은퇴뿐만 아니라 젊은 층의 퇴사를 강요하며 구조조정을 한 기업들을 보면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모든 기업들이 그렇다고 일반화 하는 것은 아니나 자신들의 이익만을 우선시하며 수익을 좇는 기업들에게 마냥 환영받을 수 있는 제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이런 우려에도 이미 변화를 감지하고 발빠르게 노년층을 도입한 기업들도 있다. 최근 유한킴벌리가 시니어 사업을 육성하며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경영모델을 마련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기업은 노년층을 후원하며 그들의 일자리 창출을 돕는다. 이러한 노력은 시니어 사업을 성장시키는데 도움이 되고 이는 다시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선순환의 구조를 가진 모델이다. 사회적인 과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시니어 사업을 키워나가겠다는 발상이 눈길을 끌었다.
이렇듯 책에서는 고령화 사회가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기회에 초점을 맞췄다. 마냥 어둡기만 한 미래는 아니었으며 확실히 이로 인해 더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부분들도 있었다. 과거에도 새로운 사회로의 변화에 있어 불안과 걱정은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맞게 적응하며 이를 발전시키며 성장해왔다. 고령화 사회로의 이행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비관론자들이 생각하는 잿빛미래만은 아닐거라고 확신한다.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통찰력을 담은 이 책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읽어볼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다가올 고령화 사회를 이해하고 이에 대비하는데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