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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 듣다가 네 생각이 나서
천효진 지음 / 베프북스 / 2016년 5월
평점 :
서른을 맞이한 라디오 피디가 건네는 추억의 노래들을 모아놓은 책. 라디오를 한창 챙겨들었을 때는 노래와 함께 사연을 듣는 재미에 푹 빠졌었다. 청취자가 자기 얘기와 비슷하다며 신청하는 신청곡도, 라디오 DJ가 사연을 읽고 추천해주는 추천곡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요즘은 거의 라디오를 듣지 않지만 그 때의 그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있는 책이 아닐까. 제목처럼 나도 어떤 노래만 들으면 떠오르는 몇몇 사람들이 있다. 노랫말이 그 사람과 닮아 생각날 때도 혹은 분명한 이유없이 생각날 때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와 어떤 노래가 담겨있을까 궁금했다. 또한 그들의 추억 속으로 같이 빠져보고 싶기도 했다.
예순 여섯 곡의 노래가 담겨져 있는 책. 그러나 이 많은 곡들 중에 내가 알고 있는 노래는 손에 꼽혔다. 가사만으로 대충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짐작은 할 수 있지만 음악과 함께 듣는 건 또 다르기에 일일이 QR 코드를 찍어가며 감상을 했다. 또한 음악에 얽힌 감성 에세이가 어우려져 한껏 따뜻한 느낌을 전달해주었다. 부모님에 대한 추억, 자매의 다툼, 사랑, 청춘들의 이야기 등 어쩜 이리 하나같이 와닿는지 책을 읽는다기 보단 정말 라디오를 듣고있는 것 처럼 술술 읽혀 내려간 책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나는 노래, Bruno Mars의 <Just the way you are>가 수록된 페이지에서 오랫동안 멈춰 있었다. 노래로 들을 때는 몰랐는데 가만히 가사를 읽고 있으니 이 가사 참 예쁘다.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인 다는 것, 쉬운일은 아니지만 그게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Bruno Mars의 달콤한 목소리로 전해지는 사랑의 메시지. 첫 눈에 반한 그녀에게 넌 그 자체로 완벽하니 걱정하지 말라며 그녀를 안심시킨다.
"Her eyes, her eyes, make the stars look like they're not shining.
Her hair, her hair falls perfectly without her trying.
Her lips, her lips, I could kiss them all day if she'd let me.
Her laugh, her laugh, she hates but I think it's so sexy.
When I compliment her, she won't believe me. And it's so sad to think that she doesn't see what I see.
But every time she asks me do I look okay, I say.
When I see your face there's a nothing that I would change. Cause you're amazing, just the way you are.
I'd never ask you to change. If perfect is what you're searching for, then just stay the same."
가사를 보면 그녀의 눈을 보고 있으면 별들도 그리 빛나는 것 같지 않고, 그녀의 머릿결은 손질하지 않아도 완벽하게 떨어진다. 그녀가 허락만 한다면 온종을 키스할 수도 있는 그녀의 입술과 그녀는 싫어하지만 내 눈에는 섹시하게만 보이는 웃음까지. 한 여자에게 제대로 빠진 남자의 고백이다. 그렇지만 모든 여자들이 그렇듯, "나 예뻐?"라고 물으면서도 예쁘다는 대답은 믿질 않는다. 자신의 눈에는 이렇게 완벽한 그녀인데 그걸 깨닫지 못하는 것 마저 안타까운 노랫 속 주인공에 나도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그의 고백은 계속 이어진다. 넌 그 자체로 완벽하니 난 널 바꾸지 않을 거라는 말, 네가 완벽함을 추구한다면 바로 지금 그 상태 이니 제발 그대로 있어달라고 한다. 이 한 곡에 모든 여자들이 꿈꾸는 사랑이 담겨있다.
이 노래 뒤에 이어지는 에세이는 노래와는 반대로 그런 남자에게 이별을 고한 한 여자의 이야기다. 그가 주는 사랑에 익숙해져 그 사랑을 당연시했고, 오히려 못되게 굴며 그를 매몰차게 쳐냈다. 점점 나이가 들수록 그가 했던 노력에, 순수했던 사랑에 마음이 아파지는 그녀이다. 나 또한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내 얘기처럼 와닿았다. 성숙하지 못했던 어린시절, 그가 나를 위해 그렇게 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내 투정을 받아주고, 내 잘못에 오히려 그가 먼저 사과하며 손내밀고. 바보같은 나는 그의 행동을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며 언제나 내 맘대로였다. 심지어 에세이의 그녀처럼 헤어짐을 고했다. 내가 어떤 사랑을 받고 있었는지 한참 후에야 깨달았고 아프기 시작했다. 대중가요의 가사처럼 그를 잃고 나서야 그의 소중함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금은 모두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지만 미안한 마음은 쉬이 사그러들지 않는다. 언제나 내 멋대로, 내 맘대로였던 나는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을 뿐, 너를 사랑하지 않은건 아니라고. 내 진심을 전할길은 없지만 가끔은 내 기억으로 행복하기도 했으면 좋겠다.
비록 한 곡의 노래와 한 편의 에세이를 꼽았지만 이외에도 인상적인 부분들이 많았다. 그리고 내 이야기로 채울 수 있는 빈공으로 남겨진 페이지도 마음에 들었다. 오랜만에 노래와 함께 내 추억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빠져 울고 웃는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저자는 페이지를 넘기다 얼굴에 스치는 미소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했지만, 책을 통해 따뜻한 이야기를 전한 저자에게 오히려 고맙다. 팍팍한 삶에 상처받고 힘들다면 가만히 노래를 들으며 이 책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