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듯,번거로운 듯 수고와 시간이 드는 생활이 좋다

내일도 따뜻한 햇살에서 - 텃밭 옆 작은 통나무집 88세, 85세 노부부 이야기
츠바타 슈이치.츠바타 히데코 지음, 오나영 옮김 / 청림Life / 2012년 8월

지금은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나고 자란 곳이 강원도 산골이다보니 언젠가 전원생활로 돌아가리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 

관심이 있다보니 자연스레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싱그러운 초록 나무들을 배경으로 흰옷을 입은 백발의 노부부가 사이좋게 웃고 있는 표지에는 행복의 기운이 폴폴 풍겨나오는 것 같다

처음에는 어떻게 사는지 구경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가볍게 보기 시작했는데, 한장 한장 책장을 넘길수록 이들 노부부가 오랜시간 들였을 수고와 시간이 느껴지면서 참 대단하다는 감탄과 함께 감동마저 조금씩 밀려들었다

집외에는 온통 자갈밭이었다던 꽤 넓은 공간을 많은 시간동안 공을 들여 열심히 삶의 터전으로 일구었을 츠바타 부부.

뿐만 아니라 지금도 사계절 쉴틈없이 집안팎을 돌보면서 생동감있게 살아가는 그들이다

웬만한 젊은 사람들보다 더 활기있게 일하는 노부부의 연세가 88세,85세라고 하니 참 믿기힘들 정도다

보통 전원생활이라 하면 낭만적이고 우아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마련인데, 이들 생활은 꼭 그렇지는 않아보인다

많은 종류의 과일,채소,곡물 씨앗을 뿌리고 경작해 거둬들이며

(낙엽과 음식 쓰레기로 비료도 직접 만든다)

갖가지 음식들,생활 용품들을 손수 만들어 생활하고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무엇보다 대단한 건 꽤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는 것 같던데, 그 많은 사람들을 모두 정성껏, 기꺼이 대접한다는 거..

나라면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엄청난 "일거리"들..

(표지에 보이는 나무들도 직접 심은 것들이라한다. 집옆에 직접 심고 가꾼 풍성한 잡목림이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 노부부는 이런 "일거리"속에서 삶의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는 듯 하다

이렇게 바지런히 움직이며 자연이 베푸는 것을 누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나눠주며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어느모로 보아도 천생연분인 두 노부부가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건강하게 즐거이 사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다

진정으로 두 분이 오래도록 함께, 건강히 사셨으면 싶다

불편한 듯,번거로운 듯 수고와 시간이 드는 생활이 좋다     - p26

잔잔한 흑백영화같은 동화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진 화이트하우스 피터슨 글, 데보라 코간 레이 그림, 이상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11년 12월

흑백의 차분한 삽화가 인상적인 동화다

목탄으로 쓱쓱 그려낸 듯한 꾸밈없는 그림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글도 그림같다

자신의 동생 이야기를 나직나직한 음성으로 옆사람에게 들려주듯.

평화롭고 고요한 해질녘 풍경같은 느낌이다

보통의 그림책같지 않게 이 책은 꼭 노트같다 (내가 본 책은 히말라야 출판이다)

책크기라던가 종이 두께가 말이다.

소박한 느낌이 글,그림과 닮은 듯, 어울리긴 하지만 읽고 소장하는 독자에겐 좀 불편하다

금방 뜯어질 것 같이 약해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얇은 두께와는 달리 이야기는 참 꽉찬 느낌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평범한 한 소녀와 그애의 특별한 여동생이 소통하는 이야기들이 그려져 있다

제일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을 소개하고 싶다

<내게는 불빛이 없는 깜깜한 밤에, 가끔 울보가 되는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

 온 세상이 텅 빈것 같은 기분입니다.

 내 동생이 매일같이 느끼는 기분도 이런 것일까요?>

가끔 깜깜한 밤에 우는 여동생의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던 것일까?

화자인 어린 소녀는 어느 어두운 밤. 침대에 누워 가만히 손가락으로 귀를 막아본다

선반 위의 시계 소리도, 거실의 텔레비전 소리도 잘 들리지 않고 집밖의 도로를 내달리던 자동차 소리도 들리지 않고...

온 세상이 텅빈 것 같은 기분.

자신의 여동생이 매일같이 느꼈을 그 기분 - 쓸쓸함과 외로움을 공감하며 아이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순수한 아이의 눈을 통해 바라보아 그런지, 가슴아릿하고 조금은 슬프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론 아름답고 서정적인 느낌이 들었다

마치 잔잔한 옛 흑백영화를 한 편 감상한 듯..

마지막 페이지의 동생을 사랑하는 소녀의 독백이 참으로 어여쁘다

<내게는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하지만 너무나 사랑스런 동생이 있습니다.>

서로 돕고 어울려사는 것이 행복임을 알려주는 <돌멩이국>

돌멩이 국 - 초등학생 그림책 1
존 무스 글 그림, 이현주 옮김 / 달리 / 2003년 10월

돌멩이국이라니..

처음 제목을 보고 먼 기억속 언제 한 번 들어본 이야기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배경이 중국이다

어라?

중국 이야기였었나?

복,록,수 라는 세 스님이 여행을 하면서 진정한 행복이란 어떤 것인가.. 보여주는 내용이다

전쟁과 가뭄,홍수로 피폐해져 마음문을 단단히 걸어잠근 어느 마을,

그곳에 세 스님이 하루를 기거하게 되면서 <돌멩이국>이라는 신선한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이 어떤 것인지, 가까이 있을수있는 행복을 어떻게 누리고 살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낯선 사람은 물론 이웃간에도 의심하며 서로 돕지 않고 각자 자신만을 위해 팍팍한 삶을 살던 마을사람들은 세 스님이 큰 솥에 물을 가득담고 돌멩이 세개만 넣고 끓이는 국에 호기심을 보이며 하나,둘 거리로 모여든다

스님들은 열심히 국을 저으면서 지혜롭게도 '소금,후추가 있으면 더 맛있을텐데.'

'당근 넣으면 더 맛이 좋던데..'

'양파까지 있으면 더...'   하면서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이에 사람들은 하나둘씩 집안의 자신만을 위한 양식을 경쟁이라도 하듯 가져와 솥에 넣으면서 결국엔 진짜로 맛있는 돌멩이국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을 한길에 기다란 식탁을 놓고 실로 오랜만에 훈훈한 동네잔치가 벌어진다!

어찌보면 어설프고 말도 안되는 일인 것 같아 어이없기도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메세지는 참 공감이 간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아니던가...

의심하고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삶보다는 서로 어울려 함께 도우며, 나누며 사는 삶이 참된 행복이 아닌가 싶다

책 끝에 보니 이런 식의 비슷한 옛이야기들이 세계 곳곳에 있나보다

지은이는 미국 사람인데, 이번엔 중국을 배경으로 삼았다는 말을 보니 꼭 중국 옛이야기는 아닌듯 하다.

짧고 수수한 내용이었지만 전해주는 메세지는 진국인 이야기다

돌멩이국의 맛이 꼭 이럴까?^^

윌리엄 스타이그의 <진짜 도둑>

진짜 도둑 - 고학년문고 3023 ㅣ 베틀북 리딩클럽 24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홍연미 옮김 / 베틀북 / 2002년 2월

치과의사 드소토,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멋진 뼈다귀 등등으로 유명한 윌리엄 스타이그의 또다른 동화다

고학년 문고답게 분량이 꽤 되는데, 작가 특유의 날카롭고 매력적인 문체가 살아있고 읽고 난 뒤엔 많은 유익한 것들이 남는 훌륭한 이야기다

우연히 둘러보다 마침 반값에 팔길래 망설임없이 기쁘게 구매했다^^ 

왕실 보물창고를 지키는 수문장 거위, 가윈이 주인공이다

청렴결백하고 명예가 뭔지를 아는 훌륭한 가윈은 어느날 갑자기 일어난 의문의 왕실보물 도난사건으로 누명을 쓰게 된다

존경과 충성을 다한 왕과 사랑하던 친구들로부터 의심을 받게 되어 하루아침에 버림받은 가윈.

그가 아끼던 모든 것으로 부터 떠나 하늘을 날면서 먼땅위 작은 벌레같은 동물들을 바라보며 어떤 심정이었을지.

존경받던 명예로운 신사에서 하루아침에 탈옥자겸 은둔자로 외롭게 살아가게 되면서 그 심정이 어땠을지.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며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걸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진짜도둑 생쥐 데릭이 느꼈을 죄책감, 양심의 고통은 어땠을지..

처음엔 반짝 반짝이며 마음을 흥분시키고 충족시켜줬던 값비싼 보석들이 일련의 사건으로 괴로움을 겪으며 그 빛과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이렇게 데릭처럼 아무 자각없이,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경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끝에 가윈이 친구들을 용서하고 그들이 약한 존재임을 기억하며 예전보단 더 현명하게 사랑하게 되었던 것처럼.

자신이 겪었던 괴로움,고통,억울함,분노를 끝까지 간직하지 않고, 보복하려하지 않고 데릭을 용서하고 왕과 다른 친구들을 용서하고 더 현명히 살아가게 되는 가윈과

동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자신이 엄연히 큰 잘못을 저지른 걸 깨달았을때, 많이 망설이고 고민했으나 결국은 크나큰 용기를 내어 행동으로 실천한 생쥐데릭에게 박수를 보낸다~^^

패트리샤 폴라코의 <꿈꾸는 레모네이드 클럽>

꿈꾸는 레모네이드 클럽 ㅣ 삶과 사람이 아름다운 이야기 9
패트리샤 폴라코 지음, 김정희 옮김 / 베틀북 / 2008년 10월

이 이야기가 실화라니.. 정말 놀랍다

세상에는 정말 드라마틱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패트리샤 폴라코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동화작가인데, 실화를 바탕으로 글을 쓰는 만큼 그 진실함이 더 리얼하게 다가와서 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림이 아주 멋지거나 예쁜 것도 아닌데 따스하고 진실하고 때로는 유쾌한 그녀의 이야기를 보다보면 그림이 멋져보이고 더할수 없이 이야기와 딱 들어맞는다는 느낌이 든다^^

마릴린과 트레이시 두 소녀는 언제나 항상 모든 것을 함께 하는 단짝친구인데, 어느날 갑자기 마릴린에게 병마가 찾아오면서 많은 것들이 예전과 달라진다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 어려운 치료와 부자유는 아이를 예민하게 만들고 우울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항상 곁에 있으며 무언가 해주려 노력하는 착한 친구,트레이시.

시간이 흐른 뒤, 마릴린이 다시 학교에 나오는 날. 위첼만 선생님과 반 친구들이 마릴린을 맞는 장면이 정말 감동이었다

모두들 쓰고 있던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벗어버렸을때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는 우스꽝스럽고도 눈물나던 광경이란~!

선생님과 반아이들 모두 긴장하며 오랜만에 다시 교실에 들어설 마릴린을 안심시켜주고 용기를 주기위해 한 일이었다

영화속에서만 가능한 일 같은데 실화라니 정말 대단하다

한명의 반대도 없었을지, 어른과 달리 순수하고 착한 아이들의 투명한 순백색 마음들이 들여다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아이들이 도리어 자신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고 자신을 변화시켰다고 말하는 위첼만 선생님.

힘겨운 시간들을 견뎌내고 위첼만 선생님의 행복한 결혼식에서 함께 환하게 웃는 세 사람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고 흐뭇했다

실제 결혼 사진도 실렸으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삶과 사랑이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주제에 딱 맞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