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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진 화이트하우스 피터슨 글, 데보라 코간 레이 그림, 이상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11년 12월
평점 :
흑백의 차분한 삽화가 인상적인 동화다
목탄으로 쓱쓱 그려낸 듯한 꾸밈없는 그림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글도 그림같다
자신의 동생 이야기를 나직나직한 음성으로 옆사람에게 들려주듯.
평화롭고 고요한 해질녘 풍경같은 느낌이다
보통의 그림책같지 않게 이 책은 꼭 노트같다 (내가 본 책은 히말라야 출판이다)
책크기라던가 종이 두께가 말이다.
소박한 느낌이 글,그림과 닮은 듯, 어울리긴 하지만 읽고 소장하는 독자에겐 좀 불편하다
금방 뜯어질 것 같이 약해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얇은 두께와는 달리 이야기는 참 꽉찬 느낌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평범한 한 소녀와 그애의 특별한 여동생이 소통하는 이야기들이 그려져 있다
제일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을 소개하고 싶다
<내게는 불빛이 없는 깜깜한 밤에, 가끔 울보가 되는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
온 세상이 텅 빈것 같은 기분입니다.
내 동생이 매일같이 느끼는 기분도 이런 것일까요?>
가끔 깜깜한 밤에 우는 여동생의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던 것일까?
화자인 어린 소녀는 어느 어두운 밤. 침대에 누워 가만히 손가락으로 귀를 막아본다
선반 위의 시계 소리도, 거실의 텔레비전 소리도 잘 들리지 않고 집밖의 도로를 내달리던 자동차 소리도 들리지 않고...
온 세상이 텅빈 것 같은 기분.
자신의 여동생이 매일같이 느꼈을 그 기분 - 쓸쓸함과 외로움을 공감하며 아이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순수한 아이의 눈을 통해 바라보아 그런지, 가슴아릿하고 조금은 슬프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론 아름답고 서정적인 느낌이 들었다
마치 잔잔한 옛 흑백영화를 한 편 감상한 듯..
마지막 페이지의 동생을 사랑하는 소녀의 독백이 참으로 어여쁘다
<내게는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하지만 너무나 사랑스런 동생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