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다보면 많이 언급되는 이름중의 하나가 발자크다
지금 어떤 책을 보고 있느냐는 질문에 "발자크를 보고 있어요"라는 대답을 책 속에서 꽤 발견한 것 같다
어떤 작품을 썼길래.. 한 번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에 아주 두꺼운 두 권의 민음사책을 봐서인지 페이지수에서 가볍게 생각하며 읽었는데 정작 읽는 시간은 전보다 훨씬 더 걸렸다
처음엔 반어적인 뜻으로 보이는 '고급하숙집' 보케르집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지루하리만치 길어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어느 정도면 이야기속 배경이 눈앞에 그려지기 마련일텐데, 서두가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소설속 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고리오 영감과 젊은 학생 라스티냐크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서서히 빠져들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발자크는 인물 재등장 기법을 사용했고 작품속에 수많은 인물들을 등장시킨걸로 유명하다던데.. 이 소설속에도 역시 파리에 사는 각계각층의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보케르 하숙집에 기숙하고 있는 출세와 야망의 화신 라스티냐크,
모든 걸 딸들에게 갖다바치는 답답하고 어리석고 측은하기도 한 고리오 영감을 비롯해서
의문의 신사 보트랭씨와 모녀같이 지내는 쿠튀르 부인과 빅토린양, 나중에 배신자로 낙인 찍혀 쫓겨나는 노처녀 미쇼노양과 푸아레 노인.
장삿속에 밝은 하숙집 주인 보케르 부인과 하인 실비, 크리스토프.
그리고 파리의 화려한 사교계속 인물들..
사치와 허영,내연남에게 미쳐 불쌍한 아버지의 희생을 뻔뻔하게 강요하는 고리오 영감의 두딸 레스토 백작부인, 뉘싱겐 남작부인과 냉혹한 두 사위들
사교계의 중심에 있는 보세앙 부인 등등...
이 시기의 파리풍속은 참 이해할 수 없는 면이 많다
프랑스 대혁명 이전의 파리궁정을 보며 참.. 정말 부패했었구나 생각했었는데, 비단 궁정뿐만이 아니었구나 싶다
온 파리 시내 전체가 질퍽질퍽한, 거대한 진흙구덩이 같다
부부가 각자 애인을 두는 건 당연한 거고 애인때문에, 사교계에서의 체면때문에 어마어마한 액수의 빚을 지고 살며 젊은 남자들은 출세하고 돈을 얻기 위해 돈많은 부인들을 유혹하고 도박장을 제 집 드나들듯 드나든다.
이런 파리사회가 너무 싫고 이해안되다보니 이런 사회에 순응하며 당연한 듯 살아가는 인물들이 다 맘에 안든다
지식인이며 최소한의 인간도리를 갖고 있는 라스티냐크조차도...
편지로만 잠깐 등장하는 라스티냐크의 어머니와 누이동생들이 그나마 좀 비중있게 다뤄졌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리오 영감의 부성애라는 건.. 과연 이것이 맞는 걸까.. 끝없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두 딸들의 물주이자 스토커 같기도 하고 종놈같기도 한 이 영감은 참으로 답답하고 한심하고 어리석어 읽는 동안 자꾸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래도 종반부에 죽음을 앞두고 의식의 혼돈속을 헤메며 딸들에 대한 자신의 사랑과 진실을 알고 있음을 고백할때는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방법은 잘못돼도 한참 잘 못됐으나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그런데 아버지가 죽는 순간까지도 끝끝내 그 딸년들은...!!
끝없이 자신을 내던지고 파헤쳐 자식들만을 생각했건만 그토록 비참하고 초라한 마지막이라니....
인생이 이런건가 싶은 게 마음이 휑하고 황량해지는 것 같았다
많은 여운을 남기는 끝부분, 라스티냐크의 독백과 행동은 무얼 의미하는 건지 요리조리 생각해보지만 쉬이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읽을때는 참 답답하고 한숨만 나오더니만, 다 읽고 나니 이런저런 내용들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함께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인상적인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