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알래스카 한의원
이소영 지음 / 사계절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레스카 한의원>은 차갑고 뜨겁다.

낯설고 청량한 이국적 이미지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뜨끈뜨끈 노곤노곤한 한방 치료실을 동시에 떠오르게 한다.

주인공 이지는 단 번의 교통사고로 전국 병의원을 돌아다녀도 낫지 않는 손과 팔 통증을 얻은 후 

직장을 잃고 손톱도 깎지 못할 만큼 일상이 무너지는데 

알레스카 한의원을 찾아 떠나면서 치료를 넘어서 치유의 과정에 다가서게 된다.

한의사 고담은 한국인이지만 병원 운영 방식이나 삶의 방식이 낯선 인물.

한국에서는 불법인 대마가 알레스카에선 합법인 것만큼이나 

이지의 의식과 경계를 낯설게 흔들어 놓으며 

이지의 과거 무의식의 사건 속으로 들어갈 틈새를 찾는다.

우리의 삶 속엔 이지의 통증처럼 각자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있는지 모른다. 

바쁘고 쫒기어 내 삶에 너무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고 살다 보니 

오히려 듣고 보지 못하는 것들을 

알래스카만큼 멀리 떨어져 바라보면 숨겨둔 상처와 통증을 맞닥뜨릴 수 있다고 

그들이 말하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음표가 팔딱! 시 읽는 어린이 128
정미혜 지음, 이성희 그림 / 청개구리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리 저리 뒹구는 신문지에게 쓰임 많은 지구 수비대라 칭찬하고, 부루퉁하니 차가운 서리에도 고슬고슬 흰쌀밥이라 불러주는 책. 아이들 삶 속에 묻혀있는 소재들을 찾아 동시의 싹을 틔우고 시인의 입김으로 언 마음을 녹여 주는 봄흙같은 동시집을 아이들이 다같이 많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맹탐정 고민 상담소 1 - 자아는 가출 중 문학동네 청소년 44
이선주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닷가 작은 마을 산이군의 유일한 탐정 맹승지. 탐정으로 유명해져서 산이군을 떠나는 게 인생 목표인 승지는 중학교 1학년이다. 어쩌다 보니 사건보다 고민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을 맡게 된다. 스토커 같은 엄마의 간섭 전화에 질려 계속 핸드폰을 잃어버렸다고 하는 윤미나 공부 잘하는 영은언니가 산이군을 떠나게 될 것을 걱정하는 영은 엄마의 외로움, 부모의 이혼을 앞두고 누굴 따라가고 싶은지 자기 마음이 알고 싶은 윤혜와 평범하지 않은 성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용우까지. 남의 고민을 해결하려다 보니 자아를 찾겠다고 산이군을 떠난 아빠와 언니와 동생을 편애하는듯한 엄마, 아빠를 나무라면서도 그리워하는 할머니, 그리고 자신의 자아는 어디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친구들에게 좀 이상하다는 소리도 듣고 똑똑하지는 않지만 다른 이의 슬픔과 외로움을 읽는 데 탁월한 맹승지. 어른과 아이, 부모와 자식, 그리고 나를 당황하게 하는 순간에도 자신에게 타인에게 공정하고 싶은 맹탐정의 성장일지를 따라가다보면 내 마음은 괜찮은지, 내 자아는 행복하게 잘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오랫동안 사법고시에 매달리다 사법고시가 폐지되자 비로소 가족에게 돌아온 아빠를 두고 할머니는 서울대 갔을 때보다 더 좋다고 한다. ‘그 때는 명문대생이 된 거지만, 지금은 사람이 됐잖어.’ 하시면서. 나도 이런 말을 할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스파링 파트너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6
박하령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통의 속살을 깨물고 그렇게, 우리는 성장한다는 표지 글처럼 청소년기 아이들이 내밀하게 부딪히는 갈등을 여섯 편의 이야기 속에 담아내었다. 하윤은 교실에서 약자인 아이들만 골라 피해를 주는 친구에게 정의로운 경고를 날리려다 되려 자전거 도둑을 방조한 셈이 되어버려 자신의 행동이 옳은 것이었는지 혼란을 느낀다. 아빠가 일으킨 미투사건을 피해 이모 집에 머물게 된 하나는 첫눈에 반한 이수와 서로 좋아하게 되지만 아빠를 닮아 순수한 아이를 꼬드긴 아이로 몰리면서 아픈 상처가 남게 된다. 나연은 상황이 좋지 않은 수아에게 침대와 잠옷, 책이며 샤프까지 모든 걸 양보하고 있는데도 엄마에게 이기적이란 소리를 듣고 참았던 화를 터뜨린다. 수아는 나연에게 사과하면서 만만해 보이면 까이게 된다고 아플 땐 악 소리를 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난처럼 치부되는 괴롭힘도, 친구들의 방관과 조롱도, 부모(가족)의 강요로 쌓여가는 불안까지 여섯 편의 이야기는 언제든 만날 수 있는 폭력의 다른 모습들이다. 아이들은 당당하게 맞서다가 혼란을 겪고 억울하게 당하면서도 애매하게 행동해 상처를 입는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인기 걸그룹 내 지속적인 괴롭힘 사건이 수면 위에 올랐다. 밝은 모습만 보여주던 아이돌 멤버가 사실은 여러 번 삶을 포기할 정도로 고통을 겪고 있었음이 밝혀졌고 가해자였던 리더는 결국 그룹에서 탈퇴했다. 수년 동안 적극적 방관자였던 소속사와 다른 멤버들도 질타를 당했다. 작가는 우리가 겪는 모든 일에서 무언가를 얻어 가진다면 그 일들이 자신을 성장시키는 스파링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소설 속 현민이, 연정이, 다미처럼 그리고 십 년 만에 사실을 폭로한 아이돌 멤버처럼 아픔에 눈 감고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쳐들고 고통의 속살을 깨물어야 가능한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써드 SF 슾 어린이 1
최영희 지음, 도화 그림 / 동아시아사이언스 / 202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들이 일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로봇들이 인간의 모든 자리를 차지하면서 급기야 로봇에 의해 인간 종족이 도시에서 추방되는 세상이 온다. 로봇들은 실수를 반복하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인간들을 도시문명 밖으로 내쫒고 책에 접근하려 하거나 도시 시민을 모욕하거나 저항하는 자들을 감시하고 처벌하면서 사회를 유지한다.

어느 날 숲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에게 인간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조사관으로 파견된 기계인간 리처드와 돼지치기 소녀 요릿이 범인을 추적하게 된다. 리처드는 요릿을 보호하려다 큰 부상을 입고 살해범인 줄 알았던 괴물은 리처드와 요릿을 위험에서 구해낸다. 도시로봇들은 제3의 존재인 괴물을 죽이려고 하지만 리처드와 요릿은 괴물을 숨겨주며 괴물을 만들어내고 조종하는 진짜 범인을 추적한다.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만든 로봇들에게 지배받는 세상이 온다면 로봇 다음의 종족은 무엇일까? 어떻게 생겨나며 왜 만들어지는 것일까? 나는 누구입니까?’라는 괴물 써드의 질문은 코로나19 시대에 성장하는 우리 아이들의 목소리이자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인간과 기계인간, 3의 종족을 뛰어넘는 연대의 힘을 우리 시대에서도 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