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은, 불과 며칠 전에 일어난 프랑스 파리 테러를 비롯해 세월호 참사,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이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재난들을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동화 속에서 전쟁이라는 주제는 다양하게 드러나고 있지만 이러한 인재에 가까운 재난들은 오히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작가들에겐 난감하고 겪지 않은 아이들에겐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 2013년 창비 신인문학상 수상작으로 ‘기다려!’를 만났을 때 눈물 속에 반가움이 비집고 나오던 기억이 생생하다. 참혹함을 드러내기 위해 어린이를 영웅이나 희생자로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나 주인공이자 재난의 목격자인 반려견이 겪는 고통은 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며 재난의 혼란과 현실을 인식하게 한다. 그렇다면 작가는 주인공을 사람으로 했을 때 어린이들이 받을 충격을 덜어내기 위해 반려견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재난은 동물들에게도 맞닥뜨려지는 동등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재난의 원인 제공자는 순전히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이유도 모른 채 고통을 겪으며 죽어야 하는 생명들이 있음을 겹눈으로 보여준다.

● 이 책을 읽으며 줄곧 김남중의 <자존심>을 떠올렸다. <자존심>이 사람과 동물을 비교적 대등한 관계로 낯설게(?) 보는 시도를 했다면 김태호의 <네모 돼지>는 사람에게 친숙한 동물들에게 큰 죄책감 없이 의례히 벌어지는 상황들을 ‘사람 우위 이기적인 관점’을 걷어낸 렌즈로 다시 보여주는 사실 영화 같다. (소풍, 고양이.., 네모돼지, 나는 개) 이에 비해 ‘고양이 국화’는 ‘사람 우위의 이기적인 관점’의 무지와 어리석음을 한껏 비웃어 주는 작품이랄까. 동물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기대와 달리 키워준 할머니를 버리는 고양이가 등장한다. 그러나 밥도 못 챙겨주고 지린내 심한 할머니가 짜증스러워 결국 먼저 버리려고 작정한 고양이조차 떠나기 전 비가 들이치는 할머니의 창가를 기웃거리는(걱정하는) 장면에선 단칼에 끊어낼 수 없는 생명 사이 교감을 확인하는 것 같아 짠하다. 사람과 동물의 관계에서 동물을 생명 대 생명의 대등한 위치로 보는 것은 만물의 영장만이 품을 수 있는 원대한 배려이자 아량인 것일까. 호모 사피엔스 간에도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무례하고 이기적이게 대등하지 않은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어느날 집에 호랑이가 찾아왔습니다’는 전체 작품에서 이어져온 동물에 대한 잔인함, 불평등의 불편함을 턱 내려놓게 한다. 사람끼리 가장 가까운 가족끼리도 이렇게 인정머리 없고 잔인한 현실인데 굳이 동물들을 불쌍하다 하랴. (어쩌면 사람이 제일 부끄럽고 불쌍하다) 옛이야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재난스런 현실을 유머러스하게 이어낸 작가의 기지가 반가웠다.

 


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