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가 뭘까? 샛노란 표지처럼 귀여운 발상을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가 돌연 마음이 무거워졌다. 병실에서 종일 천장만 바라보고 누워 있는 어린아이가 이야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제갈 호가 이름이지만 자주 (제)가로라고 불리는 호야에게 어느날 비밀친구가 생겼다. 다 읽은 병원도서관 책에 강아지 그림을 남기는 아이와 비밀쪽지를 주고 받게 된 것이다. 호야는 자기가 그린 네모가 병원 천장이란 걸 단박에 맞춘 아이와 둘만의 빙고게임을 시작한다. 포스트잇에 열여섯칸을 그려 좋아하는 책, 음식, 장소, 동물, 노래 등을 채우고 공유하는 두 아이. 날마다 천장을 보며 혼자 하던 것들을 친구와 나누며 호야는 답답했던 병원 생활이 신남과 궁금함, 기대와 즐거움으로 한 칸 한 칸 바뀌기 시작한다. 밤에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휠체어 없이 뛰며 노는 꿈을 꿀만큼.-엄마가 떠나서 우는 거 아닌데, 그냥 너무 좋은 꿈을 꿔서 우는 건데. 하지만 그 말을 하지 못했다. 요새는 많은 말들을 자꾸 삼키고 삼킨다.- 난 아직 내가 휠체어 타는 걸 말하지 않았다. 세로도 아파서 입원한 거겠지만 그래도 걸을 수 없는 다리에 대해 말하는 건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말하고 싶은 걸 다 말하지 못하는 호야지만 세로라는 친구를 알아가면서 몸과 마음이 성장해간다.엄마와 가족들은 반드시 다시 걸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호야는 걷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살아가는 것'이고 호야가 지금 그것을 해내는 중이라는 의사선생님 말에 가슴이 울렁인다. 걷지 못해도 다른 종류의 희망들이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학교는 다니지 못하지만 병원에서 세로라는 친구를 만났고, 자기에겐 휠체어란 제약이 있고 세로는 몸이 아파 뛰지도 오래 놀지도 못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좋았으니까.- 우리 둘 다 완벽하지 않아서. 부족한 나와 부족한 세로가 이 세상에 둘이나 있어서. 그런 우리가 같이 있어서.책을 덮고 퇴근하는 길에 동백도 목련도 지고 벚꽃잎도 흩어져 사라졌다. 4월의 봄바람 속에 선득함이 남아있지만 더 울창하고 그만큼 무더운 계절이 시작될 것을 안다. 이 책을 읽는 어린 독자들에겐 어떤 슬픔과 기쁨의 경험이 있을까. 호야와 세로를 통해 겹겹이 따뜻한 공감의 울타리가 넓혀졌기를, 독자들의 삶 4×4 칸칸이 희망과 위로의 목록이 늘어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