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탁빈관 - 대한제국판 스파이 액숀
정명섭 지음 / 인디페이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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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사적 사실을 소설과 결합하여 흥미로움을 주었던 정명섭 작가님의 신간 <손탁 빈관>

기존에 '미스 손탁'을 통해 조선시대에 실존했던 인물 미스 손탁에 대한 작가님의 애정을 이번 소설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조선시대 무능의 아이콘으로 비치는 왕이라면 단연 선조나 인조, 고종황제일 텐데 전쟁으로 백성을 살피지 못하고 짓밟힌 채 무기력함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던 역사적 사실 때문에 많은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에서 늘 한결같은 이미지로 고착화된 인물들이 아닐 수 없는데 <손탁 빈관>에서 등장하는 고종황제의 이미지는 기존의 무력하고 비참한 모습에서 탈피하여 색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소설이다.

러일전쟁에서 이기고 승승장구하던 일본은 을사늑약 이후 고종황제 앞에서도 만행을 서슴치 않으며 국정에 관여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야욕을 모를리 없는 고종황제지만 떠오르는 일본의 강력함을 무마시키기에는 역부족, 이들의 만행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던 고종황제는 나름대로 비밀조직을 두어 해외에 일본의 만행을 알리고자 하지만 첩보원 사이에 스파이가 있어 비밀이 누설되며 실종되거나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손탁 빈관>을 읽고 있노라면 몇 해 전 흥행했던 '미스터 선샤인'이란 드라마가 떠오르곤 하는데 격동의 시대였고 나라를 빼앗길 위기에 맞서 미미한 힘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했던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의 노력을 엿보는듯해 가슴이 벅차오르면서도 서글프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이름 없이 번호로 불렸던 첩보원들, 누구에게도 자신을 내세울 수 없었기에 언제 죽을지도 모를 위험에 맞서 오직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몸 바쳤던 그들의 숭고함은 내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그리고 망령의 길로 접어들게 만든 아이콘이란 대명사를 안고 있는 고종황제를 바라보는 잣대는 이 책을 통해 생각하는 관점을 바꿔줘서 아이와 함께 읽어보기에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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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살 빼드립니다 - 한의사 살빼남이 알려주는 건강한 다이어트
김희준 외 지음 / 두사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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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이 점점 늘어나 가뜩이나 좋지 않은 무릎에 무리가 가고 거울 앞에서 벗은 몸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와 체중조절을 시작한 지 일 년이 넘었다. 한참 유행이던 저탄고단식으로 식이를 단행했고 관절에 좋은 걷기 운동을 병행하며 8kg을 감량했지만 어느 기간이 지나자 더 이상 체중이 빠지지 않았고 그 무렵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받게 되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평소 좋아하던 빵을 먹기 시작하자 다시금 살이 붙기 시작했는데 무언가를 먹으면서도 먹고 싶은 것을 참으면서도 체중에 강박증일 정도로 신경을 쓰게 되고 탄수화물을 멀리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자괴감으로까지 이어져 이러다 성격까지 이상해지겠다는 조급증이 수시로 들게 되었다.

제일 중요한 식이를 하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먹으며 어떤 운동을 하는지 늘 궁금해 SNS에 올라오는 피드를 눈여겨보곤 했지만 식사때마다 그렇게 여러 가지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과 섬유질을 챙겨 먹을 정도로 부지런하지 못했고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늘 단것과 빵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다 보니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되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살 빼는 방법을 제시해 줄 책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언저리에 내내 있었던 것 같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살은 빼고 싶은데 어떤 방법으로 빼야 할지 몰라 살을 뺐다는 여러 사람의 경험담을 맹목적으로 따라 하거나 그 사람들이 먹고 뺐다는 식이를 그대로 따라 하곤 하는데 그 사람들이 효과를 본 다이어트가 내 몸에 맞는가라는 것을 너무도 쉽게 간과하게 된다. 그 사람과 내 몸은 엄연히 다르며 그 사람이 밀가루나 단 것들을 피하며 독하게 살을 뺐다고 해서 나도 똑같이 시작했다가 어느 날 그런 음식을 먹게 되었을 때 밀려오는 자괴감은 생각지도 못한 나락으로 끌고 가기도 하는데 <무엇이든 살 빼드립니다>는 요즘 유행하는 저탄고지식의 허와 실, 어떤 음식을 먹으면 무리하지 않으며 다이어트를 할 수 있는지 등을 설명해 주고 있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식이조절로 다이어트의 75~80%를 차지하며 나머지 비율이 운동이라 어떻게 잘 먹는냐가 관건인데 탄수화물이라고 해서 다 멀리해서도 안되며 저탄고지식을 무조건 따라 했을 때 몸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도 설명되어 있어 적절한 밸런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고 있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채소나 식이섬유를 많이 먹곤 했는데 자칫 너무 많이 먹으면 칼슘이나 철분, 아연의 흡수를 방해하고 식이섬유가 탄수화물이라고 해서 곧이곧대로 피할 필요도 없다. 책에서는 무엇보다 밤에 하는 야식과 늦게 자는 올빼미 습성이 다이어트에 어떤 해를 미치는지 알려주고 있는데 솔직히 이런 부분은 알고는 있었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어 고민이 되던 부분이었는데 다시 한번 체중조절 감량 목표를 잡는데 중요함을 인지하게 되었다.

나에 맞는 적정한 운동량과 운동시간, 어느 정도 다이어트 중 변화가 없는 다이어트 정체기에 대해서도 잘 설명되어 있어 체중 감량에 고민인 사람들에게 도움이 많이 되는 정보를 담고 있어 매번마다 고배를 마시는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해 볼 용기를 한껏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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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
림태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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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독과 정독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 경우를 들자면 한두번에서 그치지 않고 자주 드는 생각 중 하나인데 책을 읽었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 세세한 줄거리가 생각나지 않을 때도 그렇고 누군가 올려놓은 멋진 문장에 감탄했는데 알고보니 나도 읽은 책의 한 문장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다독과 정독 사이에서 또다시 고민하게 된다.

독서를 하며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는 고민 때문에 <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라는 책 제목을 보자마자 꼭 읽어보고 싶었다. 수 많은 말들 중, 수 많은 단어 중 놓치고 지나쳤던 무수한 많은 언어를 작가의 시선에서 다시 만나고 싶은 욕심도 있었는데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책은 음미하고 또 음미하면서 천천히 한구절 한구절 꼭꼭 씹어먹듯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사이의 명도, 마음의 날씨, 식물의 빛깔, 글의 채도라는 다소 독특한 분류로 나뉘어 있어 눈으로 바라보고 머릿속에 담으며 가슴으로 뜨겁게 느끼고 뿜어낼 수 있는 언어유희에 대한 즐거움을 맘껏 느낄 수 있어 마음의 정화가 되는 듯한 느낌이 강한 글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똑같은 장면을 보고 비슷한 생각을 했음에도 그것을 바라보는 미묘한 시선의 차이와 그것을 글로 담아낼 수 있는 문장력에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게 된다.

별을 가까이 지켜보는 모든 이들은 이미 시인의 소질을 갖췄다고 말하며 환경미화원이나 밤늦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며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회사원이나 학생 등은 늘 그자리에 있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어 그냥 지나쳐버리는 내 안의 무던함과 순수함의 소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모든것이 돈과 냉정함을 위주로 돌아가 점점 삭막해져만가는 세상에서 하늘의 별 한번 바라보았다고 내가 처한 현실이 갑자기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별을 바라보았던 잠깐의 찰나라도 그것이 마음속에 들어와 마음가짐이 달라지거나 부정적이거나 힘든 마음을 조금은 추스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너무 많은 체념과 단념 속에서 나를 잃어버리며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글을 읽는 내내 따라붙었던 것 같다.

글을 잘써야 작가이며 문학성에서 벗어나는 아마추어적 글들에 냉정하게 반응했던 것이 사실인데 책 속에 담긴 동성애자의 번민과 괴로움이 담긴 질문에 응답한 댓글은 나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따뜻한 말이어서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차가움을 조금은 불식시킬 수 있었던 것 같아 책을 덮으며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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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의 손님 - 오쿠라 데루코 단편선
오쿠라 데루코 지음, 이현욱 외 옮김 / 위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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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소설이라는 장르와 '오쿠라 데루코'라는 낯선 이름이 호기심을 끌었던 <심야의 손님>은 고전미가 느껴지는 소설이다.

긴박하고 현장감 느껴지는 소설을 떠올렸다면 뭔가 아쉬운듯한 느낌도 들겠으나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낯선 시대적 배경이 오히려 더 기묘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작이나 후작,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도시, 전쟁으로 인한 불안감과 상실감이 글 속에 녹아있어 음침함과 기묘한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다.

<심야의 손님>은 총 7편의 단편이 실려있으며 광인이 되어 갑자기 실종된 사건을 탐정에게 의뢰했거나 죽은 아내를 그리워해 영매를 찾았던 귀족의 말로를 그리고 있거나 전쟁 스파이를 둘러싼 암호를 담은 이야기들로 단편마다 귀족들과 관련된 이야기가 등장하며 섬뜩할 정도로 염세주의자인 주인공들이 전쟁 중에도 해외에서 요양하는 등의 이야기들도 자주 접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어서 소설이 주는 긴장감을 떠나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귀족과 숨이 막힐듯한 절세미인, 안타까울 정도로 마른 체형은 단편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미치기 일보 직전이거나 정말 미친 것이 아닐까 싶은 사건 중심의 주인공들의 심리는 단편을 모두 읽은 후에는 비슷한 느낌마저 주고 있어 영 싱거운 기분을 떨쳐버릴 수는 없으나 반대로 순박함도 느껴져 두 가지 대립된 느낌을 모두 받게 됐던 것 같다.

역자 후기를 통해 세상에 가장 천한 가업이 무엇이냐 묻는 질문에 나쓰메 소세키는 탐정과 고리대금업자라고 대답했다는데 그런 그의 제자가 '오쿠라 데루코'고 그녀가 탐정소설에 푹 빠져 작품을 썼다는 점은 독자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대목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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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 지음, 강방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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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다큐멘터리에 일본 우에노공원의 홈리스 생활을 다룬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내가 어릴 적에 봤던 기억이라 햇수만 따져도 엄청 오래된 영상인데 영상만큼 놀라웠던 것은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앞서가던 일본 이란 나라에 집이 없어서 파란색 타포린백 같은 천막을 씌워놓고 생활하는 그들이, 잘 사는 나라임에도 비나 눈을 피할 집이 없어서 거지처럼 생활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도 충격적으로 다가와 꽤 오랫동안 잔상이 남았던 것 같다.

일단 노숙자를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모른다는 것과 도와줘야 한다는 배려라고 할 수도 없는 어쭙잖은 생각이 그들에게 과연 어떻게 비춰질까의 문제와 눈앞에 서 있는 그들의 모습을 내가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라는 복잡한 감정 때문에 사고가 마비되는 듯한 기분을 여러 번 느끼게 되는데 유미리 작가의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은 노숙자가 된 주인공의 삶을 통해 평범했던 평범한 사람이 공원에서 노숙자가 되기까지의 일들을 잔잔하게 담아냈지만 그것이 가슴에 큰 파장을 일으켜 꽤나 괴롭고 아프게 다가왔다.

황태자비가 아이를 출산했다는 라디오가 흘러나올 때 주인공의 아내도 아이를 낳아 황태자비가 출산한 아이의 이름 중 한 글자가 들어가는 이름을 아들에게 지어줬지만 오랫동안 뒷바라지하며 이제야 겨우 사람 구실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 때 느닷없는 아들의 부고 소식을 듣는다. 아내는 넋이 나갔고 남매가 장성할 때까지 돈이 되는 일을 하느라 가족과 떨어져 지내기를 오래인지라 죽은 아들의 영정사진을 보며 어릴 적 타고 싶었던 놀이 기구를 태워주지 못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자주 보지 못해 서먹했지만 비행기가 타고 싶어 용기를 내어 타고 싶다고 했던 아들의 바람은 돈이 없어 차마 태워주지 못하고 끝내 눈물을 짓게 만들었던 기억이 아버지의 마음을 후벼판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반납하고 돈을 벌기 위해 여기저기 떠돌아야 했던 인생, 불현듯 정신을 차려보니 아들은 이른 나이에 죽음을 맞이했고 곁에 있던 아내도 자고 일어나니 싸늘한 시신이 되어 홀로 남아있게 되는 상황을 맞이하고 돈을 버느라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는지도 모른 체 세월만 흘러 삶이 너무도 허무하게 느껴지는 마음이 잔잔한 글 속에서 너무도 가슴 아프게 다가와 보통 사람들이 애환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우리 주변에 너무도 쉽게 볼 수 있었던 순진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밖에 모르던 사람들의 일생, 하지만 뒤돌아보니 가족과의 유대감은 이미 기대할 수 없을 만큼 멀어져있고 적정 나이가 되면 온 정성을 쏟아 일했던 일터에서 매몰차게 물러나야 하는 상황 등은 비단 소설 속 주인공한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그가 느낄 허무함과 인생에 대한 공허함이 절절히 느껴져 몰입할 정도로 읽어낼 수 있는 소설은 아니었으나 전쟁 후 일본 부활을 위한 도쿄 올림픽과 황궁 근처의 우에노 공원이 노숙자들의 안식처가 되어 등장하는 이야기는 사회 격차를 극명하게 비추고 있어 소설을 덮고도 씁쓸한 마음을 오랫동안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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