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
림태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독과 정독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 경우를 들자면 한두번에서 그치지 않고 자주 드는 생각 중 하나인데 책을 읽었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 세세한 줄거리가 생각나지 않을 때도 그렇고 누군가 올려놓은 멋진 문장에 감탄했는데 알고보니 나도 읽은 책의 한 문장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다독과 정독 사이에서 또다시 고민하게 된다.

독서를 하며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는 고민 때문에 <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라는 책 제목을 보자마자 꼭 읽어보고 싶었다. 수 많은 말들 중, 수 많은 단어 중 놓치고 지나쳤던 무수한 많은 언어를 작가의 시선에서 다시 만나고 싶은 욕심도 있었는데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책은 음미하고 또 음미하면서 천천히 한구절 한구절 꼭꼭 씹어먹듯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사이의 명도, 마음의 날씨, 식물의 빛깔, 글의 채도라는 다소 독특한 분류로 나뉘어 있어 눈으로 바라보고 머릿속에 담으며 가슴으로 뜨겁게 느끼고 뿜어낼 수 있는 언어유희에 대한 즐거움을 맘껏 느낄 수 있어 마음의 정화가 되는 듯한 느낌이 강한 글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똑같은 장면을 보고 비슷한 생각을 했음에도 그것을 바라보는 미묘한 시선의 차이와 그것을 글로 담아낼 수 있는 문장력에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게 된다.

별을 가까이 지켜보는 모든 이들은 이미 시인의 소질을 갖췄다고 말하며 환경미화원이나 밤늦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며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회사원이나 학생 등은 늘 그자리에 있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어 그냥 지나쳐버리는 내 안의 무던함과 순수함의 소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모든것이 돈과 냉정함을 위주로 돌아가 점점 삭막해져만가는 세상에서 하늘의 별 한번 바라보았다고 내가 처한 현실이 갑자기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별을 바라보았던 잠깐의 찰나라도 그것이 마음속에 들어와 마음가짐이 달라지거나 부정적이거나 힘든 마음을 조금은 추스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너무 많은 체념과 단념 속에서 나를 잃어버리며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글을 읽는 내내 따라붙었던 것 같다.

글을 잘써야 작가이며 문학성에서 벗어나는 아마추어적 글들에 냉정하게 반응했던 것이 사실인데 책 속에 담긴 동성애자의 번민과 괴로움이 담긴 질문에 응답한 댓글은 나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따뜻한 말이어서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차가움을 조금은 불식시킬 수 있었던 것 같아 책을 덮으며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