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싫어하는 사람을 위한 도서실 안내
아오야 마미 지음, 천감재 옮김 / 모모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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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냥은 지나칠 수 없는 제목인 <독서를 싫어하는 사람을 위한 도서실 안내>는 제목만큼이나 풋풋한 고등학생들의 학교생활을 그려내고 있을 듯한 표지로 인해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아라사카는 미술부였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미술부를 탈퇴한 후 편의를 찾기 위해 선택한 도서위원회에서 딱히 책을 좋아하지 않으며 기억에 남는 책이 없다는 발언으로 도서실 담당인 가와이 선생님으로부터 생각지도 않게 편집장으로 임명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평소 책을 좋아하지 않으며 관심도 없었기에 그저 편하게 시간이나 때우기 위해 선택했던 도서위원회에서 편집장으로 임명된 아라사카는 점점 책을 읽지 않으며 아이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는 책의 활성화를 위해 오래전 폐간된 도서신문을 부활시키자는 선생님의 의욕과 맞물려 도서위원회에서의 첫 미션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아라사카를 도와줄 후지오와 함께 도서신문을 장식해 줄 사람을 물색하기 시작한다.

책은 잘 모르지만 도서신문에 글을 실어줄 사람으로 아라사카는 미술부 선배와 호주에서 온 교환 여학생과 사랑에 빠진 친구, 의문투성이 생물 선생님께 부탁하여 의외로 흔쾌히 승낙을 받아내지만 막상 받아낸 이들의 글은 아라사카를 더욱 고민스럽게 만든다. 그들의 글만큼이나 궁금한 존재로 다가온 후지오에 대한 이야기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더해져 왜 후지오가 책을 그렇게 좋아하게 되었는지, 어쩌면 상처받기 쉬운 사람들과의 교류보다 아무런 해가 되지 않지만 세상을 맞아들일 수 있는 책 속 글들이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해줬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아마 후지오와 같은 공감대를 가지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을 것이란 생각과 나 또한 후지오의 말속에서 깊은 공감을 할 수 있었기에 가벼운 라이트노벨식의 소설로 받아들이기보단 책에 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게 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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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리 dele 2
혼다 다카요시 지음, 박정임 옮김 / 살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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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동생의 죽음을 겪은 후 가족해체를 겪었던 유타로, 디리 1편에서는 쉽게 곁을 내주지 않는 디리 닷 라이프의 대표 케이시와 그곳에 소속된 유타로가 맡은 의뢰를 해결하며 조금씩 친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1편이 끝나갈 즈음 동생의 사진을 보며 옛기억을 회상하는 유타로는 자신이 죽으면 가장 먼저 케이시에게 달려와달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신을 기억해달라고도하는 이야기가 나와 이어질 2편은 아주아주 슬프고 고약한 내용이지 않을까 조바심이 느껴졌는데 2편은 예상됐던 상상과 다른 전개가 펼쳐진다.

1편과 같이 자신이 죽은 후 데이터를 삭제해달라는 의뢰를 수행해나가는 케이시와 유타로, 사건을 해결하고 그 속에서 의뢰인들의 본심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유타로와 이성적이며 의뢰인들의 의뢰를 본분에 맡게 이행해나가는 케이시는 2권에서 어떤 의뢰를 맡게 될까? 했는데 2권에서는 유타로의 여동생 친구가 전해준 병원괴담이 시작되며 유타로의 가정을 해체시켰던 여동생의 죽음 뒤에 신약 임상시험의 실체가 숨어있었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병원괴담에서 시작되어 되돌릴 수 없는 이야기가 된 신약 임상시험의 비밀, 그로 인해 죽어야했던 유타로의 여동생, 그리고 그 실체를 드러내는 의뢰인의 데이터!

하지만 유타로 여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밝힐 이야기가 등장할거란 기대를 깨고 케이시와도 얽힌 이야기가 등장해 더욱 긴장감을 일으키는 디리 2!뭔가 등장할 것 같아 1편을 마치면서도 조바심으로 밤잠까지 설치게했던 디리는 그 예상을 깨며 더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2권에서 풀어놓는다. 독도다이처럼 혼자만의 방에 갇혀 있는 듯한 케이시에게 모처럼 사람냄새 나는 유타로의 등장으로 훈훈한 이야기가 전개되도 되겠다 싶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내용으로 인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내내 조마조마하며 읽게 됐던 것 같다.

저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것이 아날로그적인 일기장이나 메모가 아닌 데이터란 설정 자체가 참신성을 더해줘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고 의뢰인들의 죽음 뒤에 그들의 본 모습을 알아가기까지 오해를 거듭해 진실로 나아가는 모습 또한 인간의 악랄함이 아니어서 좋았지만 역시 유타로와 케이시가 간직한 어마어마한 비밀은 역시나 압권이었던 것 같다.

아픔과 외로움을 간직한 유타로에게, 인간에게 곁을 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해보였던 케이시에게, 그들이 생각하고 바라본 인간은 어떤 것이었을까란 생각이 뜬금없이 들며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단편도 재밌었지만 이야기가 더 이어져도 좋지 않았을까 싶어 아쉬움도 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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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리 dele 1
혼다 다카요시 지음, 박정임 옮김 / 살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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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죽은 후, 불필요한 데이터를 삭제해드립니다.

어디에서 받았는지 정확히 기억해 낼 수 없지만 유타로가 모아놓은 명함 뭉치 속에 자리 잡고 있던 dele.LIFE(디리 닷 라이프) 명함을 통해 백수였던 유타로는 디리 닷 라이프에 고용되고 불편한 몸 때문에 현장을 뛰지 못하는 회사 대표 케이시를 대신해 디리 닷 라이프에 자신의 디지털 데이터를 지워달라는 의뢰인의 생사를 확인하는 일을 맡게 된다.

디리 닷 라이프는 의뢰인의 컴퓨터나 핸드폰이 정해놓은 기간 동안 작동하지 않는 경우 자신이 죽은 것으로 간주해 데이터를 지워달라는 의뢰인들의 의뢰를 받아 그들이 지우고 싶어 하는 데이터를 지워주는 것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 그러나 설정해 놓은 기간 동안 노트북의 배터리가 나가 작동하지 않는다거나 의뢰인이 죽지는 않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기기를 작동할 수 없는 경우가 있기에 이들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일을 유타로가 직접 확인하며 케이시는 의뢰인들의 데이터를 지우는 것으로 일을 분담하고 있다.

지우고 싶은 데이터를 지워준다는 설정도 참신하게 다가왔지만 디리 닷 라이프에 의뢰한 이들의 사연도 다양해 아직 드라마를 보지는 못했지만 한편 한 편마다 드라마를 보는듯한 생생함이 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이유를 알 수 없이 굳어진 다리로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케이시, 사람에게 곁을 내주지 않고 누군가를 만나는 일조차 없으며 오로지 컴퓨터만 보며 생활하는 케이시와 같은 건물에 변호사 사무실을 꾸리며 당찬 이미지로 세상을 살아가는 누나 마이, 어린 시절 동생의 죽음 이후 가족이 붕괴되어 아픈 기억을 간직한 유타로가 의뢰인들의 다양한 사연만큼 그것을 대하는 모습 또한 다채로워 지루할 새 없이 읽게 된다.

표현하지 못했지만 아이와 아내와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 했던 다쿠미와 대기업 종합건설회사의 이사였고 고문까지 지냈던 노인이 감춰뒀던 사연, 어눌하고 못생긴 외모로 세상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사 스토커라는 인상을 풍겼던 의뢰인이 실은 스토커가 아니며 자신의 성격을 이겨내기 위해 나름 노력하고 있었다는 이야기,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부인이 삭제하려던 데이터를 담은 이야기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가 숨겼던 엄청난 가족사를 담은 이야기까지, 냉정하며 자신이 맡은 데이터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지우는 것을 목표로 하는 케이시와 죽은 이의 원통함을 풀기 위해서라면 삭제할 데이터를 봐야 한다고 우기는 유타로의 갈등 또한 팽팽한 긴장감을 주고 있다.

참신한 소재만큼이나 의뢰인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흥미로웠던 디리!, 백야행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야마다 다카유키'가 케이시 역할을 맡아 드라마화되기도 했다는데 아직 드라마를 보지 못했지만 왠지 야마다 다카유키의 케이시 역할은 절묘한 선택이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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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21
김백상 외 지음 / 마카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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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화된 형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어 매년 더욱 기대되는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21년 작품은 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싶어 책을 펼쳐보기 전부터 기대감이 들었다.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21은 김백상, 윤살구, 김혜영, 박선미, 황성식 5작가의 단편작을 담아냈다. 많이 접해보지 못한 작가들의 작품이라 예상되는 기대치가 없기에 아무런 선입견 없이 읽게 된다는 것 또한 단편집을 만나는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작년 수상작은 기묘함과 웃음 포인트를 심어 예상보다 재미있어 유독 기억이 많이 남았는데 올해는 현실에 입각한 기괴함이 공포스러웠던 작품도 있었고 신비로운 인어 이야기가 담긴 작품도 있었다. 그러나 대체로 암울하게 느껴지는 현실을 잘 표현하고 있어 즐거움보다는 어두운 현실을 마주한 느낌이 더 컸던 것 같다.

편의점을 오랫동안 해온 봉팔이의 아버지, 서로 제살 깎아먹는 듯 자리 잡은 도처의 편의점과 경쟁하는 와중에 건너편에 또 하나의 편의점이 새로 생기게 되고 봉팔의 아버지는 아직 학생이지만 겉으로 보면 전혀 학생처럼 느껴지지 않는 봉팔이를 건너편 편의점에 침투시켜 영업정지를 시킬 요량이지만 생각지도 않게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부자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이 과정을 현실적이긴 하지만 블랙코미디라도 유쾌함을 주었기에 다른 작품들보다는 좀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김백상 작가의 '조업밀집구역'과 사람이 아닌 인어지만 바다를 버리고 사람인 할아버지와 결혼해 사람이기를 갈망했던 할머니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손자의 이야기를 담은 윤살구 작가의 '바다에서 온 사람'은 서정적인 느낌이 있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김혜영 작가의 '토막'은 다섯 작품들 중 가장 현실을 기괴함 속에 담아 잘 표현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마도 오랜 백수 생활속에 게임에 빠져든 주인공의 방 한가운데 자라나는 머리 긴 귀신의 형상이 주는 이중적인 의미와 오소소 소름이 돋아 공포스럽기까지 한 이야기 때문에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박선미 작가의 '귀촌생활'은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장애를 얻어 살아가는 정아의 모습을 통해 농촌 남자들의 무지함과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어쨌거나 도시 생활에 지쳐 농사일을 해보고 싶어 귀촌 한 연우 가족의 통쾌한 복수가 시원했고 황성식 작가의 '알프레드의 고양이'는 정의 앞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히키코모리 수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우연찮게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어떤 이야기로 흘러갈지 궁금해 계속 읽게 됐던 작품이었다.

각기 개성도, 전해주는 이야기의 여운도 달랐지만 그렇기에 비슷함에서 오는 이야기의 뭉개짐 없이 각각의 이야기가 모두 기억에 남아 2021년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도 즐거운 만남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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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주를 꿈꾼다 - 가족은 복잡한 은하다
에린 엔트라다 켈리 지음, 고정아 옮김 / 밝은미래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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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이란 타이틀로 호기심이 들었던 <우리는 우주를 꿈꾼다>는 무엇을 꿈꾸는 희망적인 상황을 그렸으리란 추측을 깨고 조금은 암울한 분위기의 새해로 시작한다.

농구를 좋아하지만 좋아하는 것만큼 팀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는 캐시, 더군다나 성적까지 좋지 못해 한차례 더 유급할 상황에 직면해 있지만 부모님 누구 하나 이런 캐시에게 큰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캐시 밑으로 쌍둥이 동생 피치와 버드가 있다. 매일같이 오락실에서 죽치고 있는 것이 일과인 피치와 여성 우주 사령관을 꿈꾸는 버드는 삼 남매지만 저마다 성향도, 성격도, 좋아하는 것도 모두 다르다.

누군가 말하지 않는다면 남매란 사실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따뜻한 가족애가 느껴지지 않는 넬슨 토머스 가족, 눈만 마주치면 서로 으르렁거리지 못해 안달인 엄마 아빠까지 정해진 궤도를 돌고는 있지만 언제고 폭발해 없어질지 모를 아슬아슬함이 느껴지는 분위기는 같은 공간에 가족이 있지만 정겨움이나 화기애애함은 느껴지지 않아 삭막하기까지 하다. 더군다나 맞벌이하는 부모님은 서로를 위해주기는커녕 서로의 잘잘못을 비아냥거리기 일쑤이며 퇴근이 늦는 아내 대신 아이들 저녁을 챙겨주는 모습 대신 힘겹게 일하고 온 아내에게 저녁을 차리라며 융통성 없게 굴어 결국 부부 싸움까지 이르게 하는 아빠의 배려 없는 태도는 불편감마저 느껴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밝게 자랄 수 있을까, 서로 각자 따로인 아이들의 모습이 괜히 나온 게 아닌 것 같아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마는 가족의 분위기는 어눌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1월 1일 새해부터 시작하며 전개되는 날짜와 기계, 우주라면 환장하는 버드에게 카운트되는 날짜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인지는 이어지는 부분에서 밝혀지는데 서로 보듬지 못하고 겉도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들에게 닥친 사건은 서로 무신경했던 가족인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표현하지 못했지만 서로 걱정하고 생각해 주고 있었다는 사실은 역시 가족이기에 가능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밝고 즐거운 분위기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오히려 밝고 즐거워 힘겨운 현실을 피해 거짓 위로를 받고 싶은 심리보다 이것이 너무도 현실적인 우리네 사는 모습이라는 사실에 약간의 섬뜩함과 서글픔이 느껴져 오히려 가슴에 오래도록 스몄던 것 같다. 무엇보다 소설을 읽고 부모 입장이기에 부모의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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