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의 손님 - 오쿠라 데루코 단편선
오쿠라 데루코 지음, 이현욱 외 옮김 / 위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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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소설이라는 장르와 '오쿠라 데루코'라는 낯선 이름이 호기심을 끌었던 <심야의 손님>은 고전미가 느껴지는 소설이다.

긴박하고 현장감 느껴지는 소설을 떠올렸다면 뭔가 아쉬운듯한 느낌도 들겠으나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낯선 시대적 배경이 오히려 더 기묘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작이나 후작,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도시, 전쟁으로 인한 불안감과 상실감이 글 속에 녹아있어 음침함과 기묘한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다.

<심야의 손님>은 총 7편의 단편이 실려있으며 광인이 되어 갑자기 실종된 사건을 탐정에게 의뢰했거나 죽은 아내를 그리워해 영매를 찾았던 귀족의 말로를 그리고 있거나 전쟁 스파이를 둘러싼 암호를 담은 이야기들로 단편마다 귀족들과 관련된 이야기가 등장하며 섬뜩할 정도로 염세주의자인 주인공들이 전쟁 중에도 해외에서 요양하는 등의 이야기들도 자주 접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어서 소설이 주는 긴장감을 떠나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귀족과 숨이 막힐듯한 절세미인, 안타까울 정도로 마른 체형은 단편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미치기 일보 직전이거나 정말 미친 것이 아닐까 싶은 사건 중심의 주인공들의 심리는 단편을 모두 읽은 후에는 비슷한 느낌마저 주고 있어 영 싱거운 기분을 떨쳐버릴 수는 없으나 반대로 순박함도 느껴져 두 가지 대립된 느낌을 모두 받게 됐던 것 같다.

역자 후기를 통해 세상에 가장 천한 가업이 무엇이냐 묻는 질문에 나쓰메 소세키는 탐정과 고리대금업자라고 대답했다는데 그런 그의 제자가 '오쿠라 데루코'고 그녀가 탐정소설에 푹 빠져 작품을 썼다는 점은 독자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대목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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