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에 매달린 사내들
김상하 지음 / 창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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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조금 모자란듯한 세 친구가 있다. 강진, 중간, 하득이란 이름만 봐도 서열정리가 돼버리는 그들의 이야기는 사회적 풍자를 빗댄듯한데 순진하고 지독하게 바보 같기만 해서 답답함과 싸한 아픔이 느껴진다.

여자는 물론 남자들에게도 호감을 가질만한 인상이 아닌 세 친구, 그랬기에 강한 결속력으로 뭉칠 수 있었던 이들은 어느 날 강진과 동거하던 사임이 강진의 반쪽짜리 젖꼭지가 싫다며 집을 나가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것을 계기로 양쪽 다 반쪽짜리 젖꼭지만을 가지고 있는 강진과 한쪽 젖꼭지만 있는 중간, 아예 젖꼭지가 없는 하득은 그토록 숨기고 싶어 했던 비밀을 서로 알게 되고 그 누구도 그들의 젖꼭지에 관심이 없었지만 혼자 위축되었던 그동안의 세월을 보상받기 위해 가슴수술 전문가인 태국의 따완 의사에게 완벽한 젖꼭지 수술을 받을 결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배달 일을 하는 강진과 딱히 이렇다 할 일거리가 없는 중간과 하득에게 수술비를 마련하기란 쉽지 않은 문제였고 그들이 빠른 시일 내에 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결과는 주얼리 숍을 터는 것이었으니 젖꼭지 수술을 받기 위한 삼인조 강도 행각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공중에 매달린 사내들>은 가독성이 좋거나 사회 풍자적이라 특유의 블랙코미디 같은 요소나 아니면 이렇다 할 빵빵 터질만한 유머가 존재한다고 말하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있다. 읽으면서도 왜 하필 젖꼭지일까? 왜 하필 보석상을 털려고 했을까? 연희는 왜 다이아몬드에 그렇게나 목숨을 걸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까? 란 물음이 계속 뒤따른다.

하지만 알고 있다. 태어나길 연예인 뺨치게 태어난 연희가 자신을 소중히 하지 않으며 다이아몬드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찌질하고도 루저 같은 삼 인방 강진과 중간, 하득의 비루할만치 형편없게 느껴지는 인생이 실은 우리네 인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래서 불편하고 짜증 나고 안타까우면서도 슬프게 다가왔던 것 같다. 재미로 보자면 그렇게 재미있는 소설은 아니지만 무언가를 말하고자 함일까를 생각한다면 그렇다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니라는 것을.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세상 사람들에게 비웃음과 조롱을 당했지만 어쩌면 강진과 중간, 하득은 무모하지만 우정을 가졌기에 그 어떤 것보다 확실한 것을 소유한 이들이 아닐까? 그렇기에 이들이 그저 그런 찌질한 인간들로 비치지는 않았다는 게 그들에 대한 마지막 기억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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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동 이야기
조남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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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이라기엔 너무도 현실같아서 읽는내내 울분과 불쾌함, 어찌할 수 없는 무기력함을 몸 여기저기 매달은 듯 갑갑함을 느껴야했던 조남주 작가의 소설 <서영동 이야기>는 부동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사교육, 가진자, 가지지 못한자들의 입장에서 토로해내는 인간의 본능과 이기심이 팽배한 이야기이다.


  강남과 비교하면 서울이라도 후진 곳에 속하는 서영동, 그곳의 부동산 값을 중심으로 부모로부터 집을 받은 자와 전세를 사는 자들의 부동산 값 매기기는 주말마다 공을 차며 만나는 축구모임에서 편가르기식이 되어지고 강남못지 않은 서영동의 학군을 들며 학부모들도 동요하기 시작한다.


  그럴듯하게 사는듯해 아무 걱정 없어보이는 가진자에게도 고민이 있었으나 입밖으로 쉽사리 말할 수 없다. 길 하나를 건너면 나눠지는 주거 형태 때문에 아파트 값이 떨어진다며 한참 놀 아이들을 놀이터 밖으로 밀어내는 세상, 이런 이기심으로부터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게 될까, 욕망에 욕망을 더하며 추잡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인간적일 수밖에 없는, 평범함이라 말하는 사회가 지속되는한 앞으로의 미래가 밝지 못하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더불어 가지지 못한 자들의 상실감은 더욱 클 수밖에...


  부동산 하나에서 시작되는 사교육과 갑,을 관계의 실태, 어디에 사는가에 인간성을 평가받는 사회를 너무도 적나라하게 담아내서 읽는내내 고개를 돌려버리고 싶은 소설 <서영동 이야기>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지만 그저 가십으로 치부해버렸던 고민거리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해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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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워크 도깨비 - 경성, 무한 역동 도깨비불 고블 씬 북 시리즈
황모과 지음 / 고블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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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까지 호롱불로만 생활하던 사람들 눈에 비친 전기 불은 그 자체로 엄청난 충격이지 않았을까? 혼란스러운 정세와 그런 분위기 속에서 눈에 보이는 화려함에 그만 모든 것을 망각하고 넋을 놓아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이끌리듯 쳐다보게 되는 불빛에 홀려 그 속으로, 그 생활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경성'이라는 시대상에 호기심이 일었던 소설 <클락워크 도깨비>는 참 묘한 소설로 기억될 듯하다.

대대로 쇠를 다루었던 집안,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 아버지의 아버지가 쇳물을 녹이고 쇠를 두드리며 장인의 정신으로 만들었던 것들이 연화의 눈에는 왠지 답답하게만 보인다. 산 아래 일에는 관심을 끄고 굳이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지 않으며 자신이 정성껏 만든 것들을 사람들에게 손을 보태가며 팔려 하지도 않는 답답함은 연화를 산 아래 세상을 호기심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을지 모른다. 늘 그 자리에 우직하게 서있는 아버지였지만 세상일에 담을 쌓은듯한 모습은 연화로 하여금 조금은 반기를 드는 구실이 되었고 그렇게 바깥세상에 관심을 돌릴 때쯤 연화는 도깨비불 갑이를 만나게 된다.

갑이는 연화의 재능에 밑거름이 되어 주었지만 그것을 받아들일 세상은 너무 편협하고도 야비하였다. 재능을 시샘과 여성이라는 틀에 가둬놓고 시기하고 가로챈 것조차 모자라 연화를 구렁텅이로 밀어 넣기까지 하였고 그런 일들을 겪으며 연화는 아버지가 왜 산속에서 틀어박혀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지 않고 사람들과도 어울리지 않았는지 깨닫게 된다.

그렇게 시련을 겪은 연화는 일제 침략과 조선 시대상이 반영돼 손가락질 받은 진홍과 함께 그녀가 낳은 딸을 데리고 산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 살게 되고 자신들이 일궈낸 것들에 보람을 느끼며 자급자족하는 삶을 선택한다. 척박한 깊은 산을 일구며 살아가던 그녀들은 자신들을 찾아온 부모 없는 아이들을 거두며 함께 살아가지만 바로 보지 못한 세상에 휩쓸려 아이들을 미얀마로, 일본으로 보내게 된다. 아이들은 이후에 돌아오지 않았고 소식조차 들을 수 없었다.

급변하는 상황이었던 일제 침략기, 눈 뜨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이 펼쳐지며 삶을 위태롭게 하던 시절, 여성이라는 성으로 살아야 하는 고단함과 그저 성 노리개로 전락하며 생사조차 알 수 없어진 아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중심에 도깨비불 갑이와 연화의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는 역사지만 여러 각도로 생각하며 접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뻔히 아는 역사임에도 도깨비불 갑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되고 그것에 담긴 의미를 되짚어보게 되어 기억에 남는 소설 <클락워크 도깨비>, 작가의 다음 편 이야기도 기대하게 만드는 소설로 충분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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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아파트에서 유령을 만나는 법 고블 씬 북 시리즈
정지윤 지음 / 고블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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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자들은 몇 채씩, 꼭 몇 채가 아니더라도 몇 채 가격이나 되는 로열층을 보금자리로, 가지지 못한 자들은 그런 곳에 대한 열망으로 피, 땀, 눈물을 제물로 바치며 삶을 연장하게 만드는 아파트. 최근 미친 듯이 오른 부동산 중심엔 역시 아파트가 있었고 서민들을 웃기보단 늘 울게 만드는 것 중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것이 단연 아파트일 텐데 그런 인간의 열망이 담겨 있어 막장 드라마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크게 뒤처지지도 않는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 소설이다.

때는 바야흐로 현재보다는 좀 더 먼 미래로 추정되는 시점, XR이라 불리는 확장 현실이 주를 이루는 세상에서 그것을 거부한 곳인 베니스 힐 아파트는 화려하고 입체적인 증강현실을 거스르며 자연스러움 그대로를 살아내는 마지막 보루 같은 곳이다. 그리고 이곳에 사는 주인공과 S대 물리학과 학생이자 주인공의 과외 선생이 등장한다.

좋은 성적을 자랑했지만 친구 J의 죽음으로 공부에 대한 열정을 놓아버린 주인공, 주인공의 어머니는 그런 모습에 조바심을 내 과외 선생을 붙이기에 이르렀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던 친구 J의 죽음에 대한 의문에 유일하게 과외 선생이 관심을 가지며 이야기는 J가 왜 죽었는지를 주인공과 과외 선생이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점점 마주하고 싶지 않은 어른들의 일그러진 모습을 맞닥뜨리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J의 죽음을 둘러싸고 감춰져 있던 이야기, 아파트값과 아파트에 사는 빈민층과 부유층의 입장 차이, 서로 웃으며 인사하지만 불식간에 목덜미를 물고 명줄을 끊어버릴 것 같은 가식적임이 판을 치는 인간들의 모습에서 주인공은 어떤 세상을 배우게 될까, 아니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낼 어른이 될까....

가상현실이라는 미래를 끌어왔지만 여전히 무엇 하나 변하지 않고 추악하고 이기적인 집단적 광기는 여전함을 소설은 그대로 비춰주고 있어 왠지 더 암울한 느낌이었다. 인과응보식 결말이었지만 속 시원함을 느낄 수 없는 건 현재와 너무도 다르지 않을, 앞으로도 달라질 것 같지 않을 데자뷔 같은 모습을 계속 되풀이해야 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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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프랭클 - 어느 책에도 쓴 적 없는 삶에 대한 마지막 대답
빅터 프랭클 지음, 박상미 옮김 / 특별한서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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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죽음의 수용소에서>란 책으로 유명한 '빅터 프랭클'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수용소에 끌려갔지만 살아남아 그의 로고테라피를 더욱 빛낸 의사이자 철학자이다. 빈 3대 학파로 알려져 프로이트, 아들러와 함께 이름을 알렸지만 나는 이시형 박사와 박상미 교수가 쓴 책을 통해 빅터 프랭클 이론을 처음 알게 됐고 그전까지 아들러 심리학에 도움을 받았던 나로서는 로고테라피란 새로운 이론 앞에 꽤 신선함을 느껴했더랬다.

전쟁 발발전의 어수선한 분위기와 피부로 체감할 수 없는 전쟁이 일어난 와중에 자신을 포함한 가족이 모두 수용소에 끌려가 게토에서 아버지가 굶어 돌아가시고 신혼 상태였던 아내의 생사도 모른 체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던 수용소에서의 고된 삶 앞에서도 삶의 끈을 놓지 않고 의미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던 프랭클 박사의 이야기는 담담한 듯 다가오지만 그 자체로 너무 처연해서 강렬한 기억을 남긴 것 같다.

<빅터 프랭클>은 빅터 프랭클이 태어나 성장한 이야기와 간호사이자 첫 번째 아내인 틸리와의 이야기, 빅터 프랭클이 존경해 마지않았던 아버지와 어머니, 형제에 관한 이야기, 영혼을 구하는 학문이자 정신의학을 연구하는 자로서 프로이트와 아들러 학파와 갈등을 빚었던 일화, 의사를 하며 만났던 환자들, 정신질환을 앓았던 당시 환자들을 안락사 시켰던 일화와 이후 이어지는 수용소에서의 일화들이 담겨 있다. 소설에서 볼법한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간략하게 담아낸 이야기 상에서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의 슬픔과 수용소 안에서 헤어진 아내가 결국엔 죽었더라는 이야기, 오직 두 개밖에 없었던, 아내에게 선물했던 펜던트를 해방되는 날 자신처럼 살아남은 포로에게서 우연히 발견한 이야기 등은 그 자체로도 너무도 아프게 다가왔다.

추함과 아름다움, 비인간성과 인간성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죽음과 삶이라는 기막힌 손짓 속에서 스스로 죽음을 택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모든 의미를 부여했던 그의 의미 부여화는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떠올려봤을 때 그저 존경스럽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데 그러하기에 그의 이론이 마음이 병들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더 공감을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빅터 프랭클을 연구했던 박상미 교수도 어느 책에서 빅터 프랭클로 인해 힘겨웠던 시절을 견딜 수 있었노라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신이 아닌 그 무언가를 믿고 의지하려는 사람들에겐 그의 이런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이 힘겨움을 딛고 다시 살아낼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힘겨워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에서 벗어나게 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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