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 아파트에서 유령을 만나는 법 고블 씬 북 시리즈
정지윤 지음 / 고블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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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자들은 몇 채씩, 꼭 몇 채가 아니더라도 몇 채 가격이나 되는 로열층을 보금자리로, 가지지 못한 자들은 그런 곳에 대한 열망으로 피, 땀, 눈물을 제물로 바치며 삶을 연장하게 만드는 아파트. 최근 미친 듯이 오른 부동산 중심엔 역시 아파트가 있었고 서민들을 웃기보단 늘 울게 만드는 것 중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것이 단연 아파트일 텐데 그런 인간의 열망이 담겨 있어 막장 드라마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크게 뒤처지지도 않는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 소설이다.

때는 바야흐로 현재보다는 좀 더 먼 미래로 추정되는 시점, XR이라 불리는 확장 현실이 주를 이루는 세상에서 그것을 거부한 곳인 베니스 힐 아파트는 화려하고 입체적인 증강현실을 거스르며 자연스러움 그대로를 살아내는 마지막 보루 같은 곳이다. 그리고 이곳에 사는 주인공과 S대 물리학과 학생이자 주인공의 과외 선생이 등장한다.

좋은 성적을 자랑했지만 친구 J의 죽음으로 공부에 대한 열정을 놓아버린 주인공, 주인공의 어머니는 그런 모습에 조바심을 내 과외 선생을 붙이기에 이르렀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던 친구 J의 죽음에 대한 의문에 유일하게 과외 선생이 관심을 가지며 이야기는 J가 왜 죽었는지를 주인공과 과외 선생이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점점 마주하고 싶지 않은 어른들의 일그러진 모습을 맞닥뜨리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J의 죽음을 둘러싸고 감춰져 있던 이야기, 아파트값과 아파트에 사는 빈민층과 부유층의 입장 차이, 서로 웃으며 인사하지만 불식간에 목덜미를 물고 명줄을 끊어버릴 것 같은 가식적임이 판을 치는 인간들의 모습에서 주인공은 어떤 세상을 배우게 될까, 아니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낼 어른이 될까....

가상현실이라는 미래를 끌어왔지만 여전히 무엇 하나 변하지 않고 추악하고 이기적인 집단적 광기는 여전함을 소설은 그대로 비춰주고 있어 왠지 더 암울한 느낌이었다. 인과응보식 결말이었지만 속 시원함을 느낄 수 없는 건 현재와 너무도 다르지 않을, 앞으로도 달라질 것 같지 않을 데자뷔 같은 모습을 계속 되풀이해야 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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