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하우스 안전가옥 오리지널 14
김효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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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남편인 준연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제의에 도시에서의 생활을 접고 제주도로 내려온 지선 부부, 준연이 고향 앓이를 시작할 즈음 마침 시고모가 민박집을 물려주셨고 그렇게 지선과 준연은 제주도에서의 민박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누군가 이들의 모습을 본다면 유유자적한 제주도에서의 삶이 퍽 부럽게 다가올 수도 있겠으나 시고모가 물려주신 민박이란 게 한라산 기슭에 있는 오래된 건물이라 사람 자체를 구경하기 쉽지 않았으니 도시에서의 삶이 그리운 지선에게는 여간 답답한 곳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3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남편인 준연의 헛헛함이 어느 정도 달래졌겠다 싶을 무렵 한라산 기슭 삼해리에 위치한 크리스하우스 민박을 누군가에게 맡기고 제주도 시내에 나가서 살자고 제안하고 그리하여 지선과 준연은 민박을 믿고 맡길 사람을 뽑기에 이르는데...

그렇게 그들의 면접에 서울의 내로라하는 호텔에서 근무했던 구이준이 오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이준이 바로 채용되며 삼해리 크리스하우스 게스트 하우스의 매니저가 된다. 호텔리어로서의 다부진 꿈이 있었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호텔을 그만두게 된 이준은 눈이 많이 오면 길이 끊겨 고립되기까지 하는 제주도 산기슭의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삶에 정성을 다했지만 소문 하나라도 삽시간에 퍼져버리는 좁디좁은 삼해리 사람들과의 친분 유지는 좀처럼 쉽지 않았으니 이에 더해 최근 들어 귀신이 출몰한다는 소문과 외지인들이 땅을 사며 흉흉해진 마을 이야기는 점점 흥미를 더한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말이 죽어나가는 삼해리, 더군다나 최근엔 말과 함께 사람도 죽었으니 외지에서 관심을 보이며 열띤 취재를 띄기도 했지만 모두 흐지부지 마무리되어버렸고 올해도 어김없이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이준 누나의 친구이자 이준의 첫사랑인 제인이 크리스하우스에 찾아오게 되면서 소설은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호기심을 선사한다.

왠지 어떤 구도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놓는다는, 소설 좀 읽어봤다 하는 사람들이라면 전체 이야기 흐름이 대충 파악이 되는 소설이라고 생각하였지만 중반이 지나면서까지 이렇다 할 건더기를 꺼내들지 않아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까 내심 궁금하게 만드는데 중반을 넘어서면 꽤나 흥미진진해서 도중에 덮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범인은 예측할 수 있었으나 나는 예측하지 못했던 인물이었고 뉴스에서 본듯한 막장 인물이 등장하며 피해 갈 수 없는 이야기 구도를 드러내지만 호기심만을 충족한다기보다 4.3 사건과 외지인들이 땅을 사며 원주민들과의 트러블 등이 등장해 그곳의 실정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기도 하다.

초반 소설보다 시리즈가 더해가며 더 탄탄한 구성과 이야기로 즐거움을 선사하는 안전가옥 오리지널 시리즈, 다음 등장할 이야기도 내심 기대되는 바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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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질량
설재인 지음 / 시공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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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에서 제 힘으로 숨을 끊고 모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 하지만 힘겨운 생을 제 힘으로 끊어낸 사람들은 이곳에서도 모든 기억을 안고 통각까지 고스란히 안은 채 꾸역꾸역 살아가야 한다. 모든 것이 인간관계에 집중돼 있는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여 목에 감겨 있는 매듭을 풀어야만 하는 것인데 바로 이 세계에 서진이 입장하게 된다.

빚만 남기고 사라져버린 부모로 인해 삶이 몇십 배나 고달파진 서진은 대학만 나오면 부모처럼 힘들게 살지 않으리란 희망으로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겹게 대학 생활을 이어가지만 삶이란 서진의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같은 대학을 다니면서도 자신의 처지와 너무도 다른 친구들의 생활에 서진은 살아내는 것에 점점 지친다. 그럴 즈음 서진은 자신이 일하는 학원에 재수생으로 수업을 듣던 건웅을 만나게 되고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사랑과 배려를 느끼게 되면서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사는 것이 힘겹기만 한 서진과 부모에게 용돈과 학비를 받으며 학교생활을 하는 건웅은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음에도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지만 결국은 서진에게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이 생기며 둘은 헤어지게 되고 자신이 일하는 학원 운영자이자 대학교 동아리 선배인 장준성과 결혼해 그의 온갖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게 된다.

<우리의 질량>은 삶이 힘겹기만 한 서진과 그녀를 사랑했던 건웅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자살을 해야만 만날 수 있는 세계에서 둘은 다시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뜻밖에 서진의 전 남편인 장준성을 만나게 되면서 서진은 자신을 무참하게 짓밟았던 장준성에 대한 복수를 계획하고 살아있을 때는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과 마음을 알게 된 건웅은 서진의 계획에 동의할 수가 없게 되는데....

서진과 건웅의 사랑이 애처롭고 안타까워 나도 모르게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에 등장하는 구와 담을 자꾸만 떠올렸다. 애처롭기만 한 구와 담의 이야기만큼 서진과 건웅의 이야기도 애처롭기만 해서 서진의 복수도 어쩌면 이렇게 안타깝기만 할까 싶어 몇 장 남지 않아 결말이 궁금해 미칠 것 같으면서도 쉽사리 넘겨보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런 애달픈 사랑은 더 이상 없기를, 사람을 향한 위선과 폭력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를, 더불어 설재인 작가님의 소설이 잡아끄는 매력에 흠뻑 젖어 다음 이야기도 얼른 만나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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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살아보자 - 풀꽃 시인 나태주의 작고 소중한 발견들
나태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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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적은 고등학생 시절이 유일했던 것 같다. 기존의 시대적이거나 이념적이거나 너무 문학적이기만했던 느낌과 다른, 말장난같다하여 당대 시인들에게 냉대를 받았던 시가 유행했던 시기라 왠지 나도 비스무리한 그 언저리 글을 써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만만함을 품게 되었고 그래서 한동안 책받침이나 노트 언저리에 끄적거리기도했지만 직접 손으로 쓰는 일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시와 소원해졌고 무엇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울분과 혼돈을 견뎌내야하는 일들이 늘면서 시를 읽을 여유도, 끄적거릴 체력도 없어졌던 것 같다. 어찌됐건 변명에 불과하지만 이후로 자연스럽게 시와 멀어졌고 이제는 시를 떠올리면 어려워서 절로 머리를 젓게되곤 한다.

 

일단 <봄이다, 살아보자> 책이 시집이 아닌 산문집이어서, 무엇보다 삶에 대한 희망을 다져볼 의욕을 한껏 불어넣어주는 제목이어서 끌렸던 것 같다.

 

시인의 인생을 통해 살아가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서로 시기하고 경쟁하며 못난 모습조차 자연이라는 거대함 앞에서는 한낱 작고 작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간의 오만함이 얼마나 미천한지 여러번 반성하게 되었다. 오늘도 나의 결핍으로 인한 부족함을 흉으로 덮으려했음을 글귀를 읽는동안 여러번 떠올리며 부끄러워졌다.

 

인간이 인간답게 최소한의 모습으로 살아가려는 것은 밋밋한 삶으로 보일 수 있지만 어쩌면 가장 어렵고 번민스럽다는 것을, 그럴수도 있었음을, 그런 선택이 나이 먹어가는 지금에서야 조금씩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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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리그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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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4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보이는 대법원, 이렇다 할 연줄도 학연도 없는 평검사 백동수가 서초동 리그에 입성한 것은 물과 기름처럼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이질적인 존재였고 백동수의 이런 특성 때문에 부장검사 한동현은 굵직한 사건에 그를 선택한다.

코스닥 기업의 대표인 박철균이 공원에서 자살한 채 발견된 사건, 코스닥 상장까지 한 기업의 CEO가 뭐가 아쉬워서 자살을 했을까 싶은 이 사건의 수면 아래 존재하는 모비딕 펀드 실체를 입막음하기 위해 부장검사 한동현은 백동수를 시켜 한편의 소설을 쓰게 한다. 그 소설의 중심엔 한동현 눈에 가시처럼 존재하는 검찰총장 김병민이 있었고 기어코 그를 경질시켜 총장직에서 끌어내리려는 파벌 싸움이 있었으니 백동수는 이 사건을 잘 해결하면 아버지가 남기고 간 빚 때문에 고생하는 자신과 어머니를 구제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 한동현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한동현의 지시로 김병민을 옴짝달싹 못하게 옭아맬 스토리와 증거를 짜 맞췄으나 백동수의 이런 고발에 의구심을 품지 않는 자가 없었고 가진 것 없이 검찰총장직까지 오른 김병민이 가만히 앉아 당하고만 있을 인물은 아니었으니 다 된 것 같았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전쟁에서 백동수는 오히려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해지게 된다.

언젠가 접해봤음직한 기시감 있는 이야기, 흥미롭고 가속도 또한 높아 순삭하게 만드는 이야기지만 왠지 결말을 예상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그럼에도 이것이 마냥 소설로만 다가와지지 않는 것 또한 이런 종류의 소설을 읽는 독자라면 가질 생각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꽤 자극적인 소설을 선보였던 주원규 작가님의 소설치곤 수위가 얌전한 편에 속하는 <서초동 리그>는 선정적인 수위가 빠졌을 뿐 소설보다 더한 현실을 뉴스를 통해 하루가 멀다 하고 마주하게 되는 국민으로서 그저 소설이라고 치부하기엔 뭔가 찝찝함이 남게 되는 소설이다. 당장 바뀌지 않을 그들만의 리그에서 백동수같이 섞이지 못할 신분이 점점 자리를 잃어갈 그곳에서 법의 잣대로 사람을 심판하는 일들이 점점 정치적으로 변하지 않을까란 우려가 책을 덮으며 자꾸만 뒷덜미를 잡아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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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버리고 어쩌다 빵집 알바생 -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아
개띠랑 지음 / 루리책방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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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좋아하는 전국의 빵순이들이 제목만 보고도 솔깃했을 <회사 버리고 어쩌다 빵집 알바생>은 방송 디자인 5년 차 직장인이었던 개띠랑씨가 겁나게 힘들지만 안정적인 수입이 들어왔던 직장을 버리고 빵집 알바생을 하며 겪은 하루하루를 그림과 함께 담아낸 에세이집이다.

우선 직장인이라면 얼마나 힘들었으면 죽을 만큼 힘들어도 한 달 버티면 고정적인 수입이 들어오는 직장을 때려치우고 빵집 알바를 선택했을까 싶은 궁금증에 저절로 고개가 주억거려지는 공감 능력이 발휘되었을 것이고 일단 직장인이건 아니건을 떠나 빵에 미쳐있는 사람이라면 그저 제목만으로도 고개가 주억거려졌을 텐데 그렇다고 빵집 알바가 힘들지 않다는 건 아니다. 무슨 일이건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고 무엇보다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기에 보람도 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위기 내지는 감정 소모도 크기에 더 공감이 갔던 것 같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이고 그 일을 하기 위해 대학 진로로 정해 몇 년을 달려왔지만 막상 실전에 뛰어들고 보니 내가 꿈꿔오며 상상했던 상황과 전혀 다르다면 힘든 것을 떠나 얼마나 허탈하고 끔찍할까 싶다. 힘들고 고생스러웠지만 그것들 또한 내 인생의 밑거름이 되어줄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 따윈 어차피 쉽게 들지도 않을 것이고 어쩌면 세상에 배신당했다는 좌절감마저 느낄 수 있을 상황일 텐데 <회사 버리고 어쩌다 빵집 알바생>을 읽고 있으면 처절하리만큼 힘든 상황에서 느껴지는 무거움보다는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밝음이 느껴져 독자로서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손님이 시간에 맞춰 오는 게 아니기에 화장실 가는 시간도 없을 만큼 정신없이 손님을 상대해야 하고 하루 종일 서서 일해야 하니 몸에 불균형을 느껴야 하지만 그럼에도 개띠랑씨를 찾는 꼬마 손님과 고생했다는 손님의 한마디, 정성스럽게 건네주는 귤 하나에 단골이니까 덤으로 빵 하나를 더 달라거나 봉투를 공짜로 달라는 무개념 손님의 힘듦을 넘길 수 있지 않았을까.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에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은 존재하지 않다는 걸 최근 자주 경험하고 있기에 빵집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에피소드가 더 가깝게 느껴졌던 것 같다. 아무래도 직장인과 알바생이라는 위치 때문에 불안함이 느껴지는 건 당연할 것이고 엄연히 빵집 알바생도 숭고한 직업이지만 알바라는 직업에서 느끼는 인식의 얕음에 개띠랑씨가 느껴야 할 고민의 무게 또한 가볍지 않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고됐지만 보람된 하루, 손님 때문에 힘들었던 하루 등 다양한 오늘의 기록을 계속해나가는 개띠랑씨야말로 진정으로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음을 느끼게 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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