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살아보자 - 풀꽃 시인 나태주의 작고 소중한 발견들
나태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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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적은 고등학생 시절이 유일했던 것 같다. 기존의 시대적이거나 이념적이거나 너무 문학적이기만했던 느낌과 다른, 말장난같다하여 당대 시인들에게 냉대를 받았던 시가 유행했던 시기라 왠지 나도 비스무리한 그 언저리 글을 써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만만함을 품게 되었고 그래서 한동안 책받침이나 노트 언저리에 끄적거리기도했지만 직접 손으로 쓰는 일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시와 소원해졌고 무엇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울분과 혼돈을 견뎌내야하는 일들이 늘면서 시를 읽을 여유도, 끄적거릴 체력도 없어졌던 것 같다. 어찌됐건 변명에 불과하지만 이후로 자연스럽게 시와 멀어졌고 이제는 시를 떠올리면 어려워서 절로 머리를 젓게되곤 한다.

 

일단 <봄이다, 살아보자> 책이 시집이 아닌 산문집이어서, 무엇보다 삶에 대한 희망을 다져볼 의욕을 한껏 불어넣어주는 제목이어서 끌렸던 것 같다.

 

시인의 인생을 통해 살아가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서로 시기하고 경쟁하며 못난 모습조차 자연이라는 거대함 앞에서는 한낱 작고 작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간의 오만함이 얼마나 미천한지 여러번 반성하게 되었다. 오늘도 나의 결핍으로 인한 부족함을 흉으로 덮으려했음을 글귀를 읽는동안 여러번 떠올리며 부끄러워졌다.

 

인간이 인간답게 최소한의 모습으로 살아가려는 것은 밋밋한 삶으로 보일 수 있지만 어쩌면 가장 어렵고 번민스럽다는 것을, 그럴수도 있었음을, 그런 선택이 나이 먹어가는 지금에서야 조금씩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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