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질량
설재인 지음 / 시공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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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에서 제 힘으로 숨을 끊고 모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 하지만 힘겨운 생을 제 힘으로 끊어낸 사람들은 이곳에서도 모든 기억을 안고 통각까지 고스란히 안은 채 꾸역꾸역 살아가야 한다. 모든 것이 인간관계에 집중돼 있는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여 목에 감겨 있는 매듭을 풀어야만 하는 것인데 바로 이 세계에 서진이 입장하게 된다.

빚만 남기고 사라져버린 부모로 인해 삶이 몇십 배나 고달파진 서진은 대학만 나오면 부모처럼 힘들게 살지 않으리란 희망으로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겹게 대학 생활을 이어가지만 삶이란 서진의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같은 대학을 다니면서도 자신의 처지와 너무도 다른 친구들의 생활에 서진은 살아내는 것에 점점 지친다. 그럴 즈음 서진은 자신이 일하는 학원에 재수생으로 수업을 듣던 건웅을 만나게 되고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사랑과 배려를 느끼게 되면서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사는 것이 힘겹기만 한 서진과 부모에게 용돈과 학비를 받으며 학교생활을 하는 건웅은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음에도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지만 결국은 서진에게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이 생기며 둘은 헤어지게 되고 자신이 일하는 학원 운영자이자 대학교 동아리 선배인 장준성과 결혼해 그의 온갖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게 된다.

<우리의 질량>은 삶이 힘겹기만 한 서진과 그녀를 사랑했던 건웅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자살을 해야만 만날 수 있는 세계에서 둘은 다시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뜻밖에 서진의 전 남편인 장준성을 만나게 되면서 서진은 자신을 무참하게 짓밟았던 장준성에 대한 복수를 계획하고 살아있을 때는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과 마음을 알게 된 건웅은 서진의 계획에 동의할 수가 없게 되는데....

서진과 건웅의 사랑이 애처롭고 안타까워 나도 모르게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에 등장하는 구와 담을 자꾸만 떠올렸다. 애처롭기만 한 구와 담의 이야기만큼 서진과 건웅의 이야기도 애처롭기만 해서 서진의 복수도 어쩌면 이렇게 안타깝기만 할까 싶어 몇 장 남지 않아 결말이 궁금해 미칠 것 같으면서도 쉽사리 넘겨보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런 애달픈 사랑은 더 이상 없기를, 사람을 향한 위선과 폭력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를, 더불어 설재인 작가님의 소설이 잡아끄는 매력에 흠뻑 젖어 다음 이야기도 얼른 만나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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