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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버리고 어쩌다 빵집 알바생 -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아
개띠랑 지음 / 루리책방 / 2022년 1월
평점 :
빵 좋아하는 전국의 빵순이들이 제목만 보고도 솔깃했을 <회사 버리고 어쩌다 빵집 알바생>은 방송 디자인 5년 차 직장인이었던 개띠랑씨가 겁나게 힘들지만 안정적인 수입이 들어왔던 직장을 버리고 빵집 알바생을 하며 겪은 하루하루를 그림과 함께 담아낸 에세이집이다.
우선 직장인이라면 얼마나 힘들었으면 죽을 만큼 힘들어도 한 달 버티면 고정적인 수입이 들어오는 직장을 때려치우고 빵집 알바를 선택했을까 싶은 궁금증에 저절로 고개가 주억거려지는 공감 능력이 발휘되었을 것이고 일단 직장인이건 아니건을 떠나 빵에 미쳐있는 사람이라면 그저 제목만으로도 고개가 주억거려졌을 텐데 그렇다고 빵집 알바가 힘들지 않다는 건 아니다. 무슨 일이건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고 무엇보다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기에 보람도 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위기 내지는 감정 소모도 크기에 더 공감이 갔던 것 같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이고 그 일을 하기 위해 대학 진로로 정해 몇 년을 달려왔지만 막상 실전에 뛰어들고 보니 내가 꿈꿔오며 상상했던 상황과 전혀 다르다면 힘든 것을 떠나 얼마나 허탈하고 끔찍할까 싶다. 힘들고 고생스러웠지만 그것들 또한 내 인생의 밑거름이 되어줄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 따윈 어차피 쉽게 들지도 않을 것이고 어쩌면 세상에 배신당했다는 좌절감마저 느낄 수 있을 상황일 텐데 <회사 버리고 어쩌다 빵집 알바생>을 읽고 있으면 처절하리만큼 힘든 상황에서 느껴지는 무거움보다는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밝음이 느껴져 독자로서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손님이 시간에 맞춰 오는 게 아니기에 화장실 가는 시간도 없을 만큼 정신없이 손님을 상대해야 하고 하루 종일 서서 일해야 하니 몸에 불균형을 느껴야 하지만 그럼에도 개띠랑씨를 찾는 꼬마 손님과 고생했다는 손님의 한마디, 정성스럽게 건네주는 귤 하나에 단골이니까 덤으로 빵 하나를 더 달라거나 봉투를 공짜로 달라는 무개념 손님의 힘듦을 넘길 수 있지 않았을까.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에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은 존재하지 않다는 걸 최근 자주 경험하고 있기에 빵집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에피소드가 더 가깝게 느껴졌던 것 같다. 아무래도 직장인과 알바생이라는 위치 때문에 불안함이 느껴지는 건 당연할 것이고 엄연히 빵집 알바생도 숭고한 직업이지만 알바라는 직업에서 느끼는 인식의 얕음에 개띠랑씨가 느껴야 할 고민의 무게 또한 가볍지 않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고됐지만 보람된 하루, 손님 때문에 힘들었던 하루 등 다양한 오늘의 기록을 계속해나가는 개띠랑씨야말로 진정으로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음을 느끼게 됐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