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 기억을 지우는 자
김다인 지음 / 스윙테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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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고 싶은 트라우마를 지워주는 역할을 하는 직업 '나비', 끔찍한 범죄나 트라우마로 고생하는 사람의 기억에 접근해 그런 기억들 속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나비 고유진은 자신에게 하나뿐인 동생을 병으로 잃고 즐거운 삶이란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은 지옥에서 왔다고 이야기하는 한 소녀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나타나고 소녀가 말한 지옥을 증명하기 위해 종교계가 거액을 제시하며 고유진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미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고유진은 이런 상황에 의심을 갖고 위험한 일임을 감지하게 된다. 그렇게 제안을 거절했지만 고유진은 의도치 않게 소녀와 거대한 세계의 내면세계에 이끌려 그들과 대면하게 된다.

장자의 호접몽을 연상시키는 나비라는 직업과 그들의 정확한 명칭인 호접자는 호접몽만큼이나 몽환적이면서 아리송한 느낌을 준다. 타인의 내면에 접근해 기억을 지워준다는 설정만 해도 가히 놀라울 정도인데 지옥과 천국이 있는지 궁금해하는 종교계의 그렇고 그런 연상법을 깨고 전개되는 이야기에서 처음 만나보는 작가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전해졌던 것 같다.

지금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가는 전개가 갑작스럽고도 느닷없어서 매트릭스가 연상되기도 했는데 이야기 설정들이 신기해서 오오오~하면서 읽었지만 내가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의심이 들어 개운치 않은 느낌도 적잖이 있었다. 소설도 그렇지만 나중에 영화로 만나봐도 좋을 것 같은데 그럼 더 이해가 잘 되려나 싶은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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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타 1~2 세트 - 전2권 사람 3부작
d몬 지음 / 푸른숲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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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로봇이나 기계 의수를 개발하던 제니어스 기계공학 연구소에서 우연찮게 포루딘이란 물질을 발견하게 된다. 포루딘은 어떤 상태에서든 세포 활동을 동일하게 유지시켜주고 사고로 손상된 신체 부위나 세부 장기들까지도 포루딘에 담가놓으면 괴사와 부패 없이 살아있던 상태로 보존 가능케해 연구수는 포루딘 연구에 매진하게 되고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되지만 광고와 달리 보존 기간은 한 달뿐이었고 계층 간에 불화를 가져왔으며 무분별한 개량으로 야기치 못한 문제점을 발생시킨다.

이에 에드먼 박사는 미래에 닥칠 위험을 경고했지만 그보다 먼저 닥칠 재앙 앞에서 자신의 딸인 에리타를 지키기 위해 가온이란 로봇을 만들어 포루딘 농도와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준비한다. 하지만 너무 연구에 매진한 결과 에리타를 남겨두고 먼저 떠나버린 아빠, 사람들이 북적거리던 예전의 모습을 잃어버린 지구에서 에리타를 지키는 가온의 수명도 예측할 수 없게 되고 인간의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없는 에리타의 해맑은 모습은 씁쓸하고도 짠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d몬이란 작가는 처음 만나본다. 아이가 방학이라 함께 읽을 요량으로 관심을 가져본 책이지만 그림과 글이 주는 가상의 미래가 지구 파괴가 가속화되는 현재로선 마냥 미래의 일로만 치부되지는 않아 에리타가 처한 상황이 더 충격적으로 전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당장 내일이 막막하여 몇십 년 앞에 닥칠 미래까지 생각하며 산다는 것이 참 버겁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거듭되는 자연 대재앙과 인간이 뿌려놓은 결과가 역으로 인간은 물론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를 위협하는 상황이 거듭되는 현실에서 에리타의 이야기는 무거운 주제일 수밖에 없다. 자신을 곁을 지켜주는 것은 오로지 가온뿐이지만 암울한 현실과 대비되게 밝고 긍정적인 표정으로 일관하는 에리타의 모습은 그래서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당연하게 존재해야 하는 것들이 상실되어버린 세상, 그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희망하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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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과학 먹기 - 비전공자도 아는 척할 수 있는 과학 상식
신지은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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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만 느껴지는 과학을 얼마나 쉽다고 표현하고 싶었으면 제목을 누워서 과학 먹기로 정했을까?

비전공자도 아는 척할 수 있는 과학 상식이라는 타이틀이 '과학'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몸서리치는 나에게 호기심으로 다가왔고 요즘 과학에 관심을 보이는 딸과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아 선택한 책이었다.

그리고 초반에는 꽤 재미있게 시작했더랬다. 지구의 탄생, 그 무한한 궁금증과 언젠가는 밝혀질까 싶은 호기심은 모든 인간이 품은 궁극의 질문이란 생각이 들어 동질감마저 느껴졌지만 이후 등장하는 DNA 이야기부터는 쉽게 풀어쓴 이야기였지만 이것을 이해하고 있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긴 했다. 그만큼 쉽게 풀어썼어도 나에게 과학이란 역시 쉽지 않은 분야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는데 이 책을 쓴 저자 신지은 작가도 철저히 문과생인 자신이 과학과 관련된 프로를 진행하지 않았다면 아마 아직도 과학이라 하면 혀를 내두르지 않았을까 싶다.

주변에서 과학을 미친 듯이 좋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기에 나의 경험에서도, 과학 책을 접하면서도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인데 그럼에도 지금껏 읽었던 과학 책 중 이 책은 과학을 알아가며 느꼈을 희열감과 과학에 대한 애착, 자신조차 어렵게 느껴 되도록 쉽게 독자들을 이해시키고 싶어 설명한 저자의 노력들이 엿보여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얼핏 보면 청소년이 쉽게 과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 같지만 생명과 물리, 우주와 현재의 전염 사태를 다뤄 다양한 면을 생각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각 챕터마다 설명이 길지 않고 더 어려워지기 전에 끊어주는 작가의 센스가 빛나는 책이라 맛보기로 아이와 읽으며 더듬어가기 좋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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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잊어야 하는 밤
진현석 지음 / 반석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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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나온 성균은 자신의 택시로 다급한 듯이 다가오는 낯선 남자를 태우게 된다. 안색이 좋지 않을 뿐 아니라 급해 보였기에 여수에서 서울이란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손님을 태우게 된 성균은 그가 어딘가 아픈 사람이며 그로 인해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급하게 가야 하니 빨리 데려다 달라는 말에 쉬지 않고 병원으로 데려가지만 이미 차 안에서 출혈과 의식을 몇 번씩 잃었던 남자는 그대로 죽어버리고 만다.

죽은 남자를 병원에 데려다주면 자신이 살인 혐의를 받게 될 것 같아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대로 차를 몰고 왔던 길을 되돌아간 성균은 정신을 잃은 채 모텔에서 깨어난다.

정신이 깬 성균은 피 묻은 옷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배낭을 발견하게 되고 자신이 기억을 잃을 때마다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한편 한밤중 긴급 전화를 받고 정육점 앞에 출동한 임 형사는 아무도 없는 신고에 김이 빠져 장난전화라고 추정하지만 정육점 옆에 있는 보이지 않는 골목에 악취를 풍기는 드럼통을 발견하고 날이 밝는 대로 국과수가 투입될 수 있도록 조치한다. 하지만 다음날 드럼통이 감쪽같이 사라지면서 임 형사는 자신의 기억에 무엇이 문제였는지 되짚어보게 되는데...

<기억, 잊어야 하는 밤>은 택시 기사를 하는 성균과 형 성찬의 이야기로 친구 태형의 누나 태연을 좋아하는 성균이 그녀가 꾸리는 고깃집을 위해 의도치 않은 범죄를 저지르면서 동생이 형에게 기억의 왜곡을 만드는 이야기를 등장인물의 장면에 맞게 풀어놓고 있다. 하도 짧게 장면마다 이야기를 빠르게 전개하고 있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바로 읽는다면 지금 등장하는 인물이 누구인지에 따라 잘못 이해할 수 있다는 실수를 할 수 있지만 읽다 보면 대강 감이 오게 되고 그럼에도 결말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달려가다 보면 예상했던 결말과 만나게 되어 약간 시들한 느낌이 없진 않았지만 영화의 한 장면처럼 분할되어 전개되는 방식이 중간에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놓지 못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소설을 읽다 보면 take 1, take 2, take 3.. 이런 식으로 등장하는 전개가 소설과 비슷한 영화를 연상시켜 어느 정도 몰입도 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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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컷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7
박하령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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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파링 파트너>를 재미있게 읽었기에 '박하영'이란 이름만으로 고민 없이 펼쳐본 <숏컷>은 기존 작품들처럼 청소년 소설이다. 6편의 단편들을 모아 읽는 재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몸과 마음이 자라갈 청소년들의 고민을 다루고 있기에 한참 세상에 눈을 뜨며 고민이 많아질 딸아이와 함께 읽기에 더없이 좋을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으로 내걸린 '숏컷'은 페미니즘을 다룬 단편으로 노래방에서 함께 놀 때 반 남자아이가 몰래 찍은 동영상을 짜깁기해 야릇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동영상으로 만들어졌고 이것을 본 친구가 고민을 해오면서 숏컷인 승아의 고민이 시작된다. 고민을 부탁한 친구는 평소 친한 친구도 아니었지만 그와 비슷한 시기에 썸을 타던 같은 반 이수와 이성으로 발전하려는 찰나 그 동영상을 찍은 무리에 이수가 속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신의 기대와 달리 이수의 발언 속에 깔려 있는 남녀 성차별적인 발언에 승아는 이것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라는 기로에 서 있게 된다.

반에서 인싸가 되지 못한 채 언저리를 도는 존재 없는 아이들, 그러다 어느 순간 인싸들의 부추김 속에 그들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게 된 헌석이는 분위기에 휩쓸려 수완이에게 폭력을 가한 것이 부끄럽기만 하다. 하지만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헌석이가 수완이를 때린 데 대한 결론에만 치우쳐 있을 뿐 어느 누구도 수완이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을 건네라는 사람이 없다. 그 부분에서 느껴지는 뜨악함과 씁쓸함이 인상 깊게 다가왔던 '폭력의 공식'과 페미니즘을 다룬 '숏컷', 친구의 시를 훔쳐 문학캠프에서 상을 탔지만 그것이 진정한 나만의 상이 아님을 고민스러워하는 '달콤 알싸한 거짓말' 등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비단 청소년들의 문제만은 아님을 읽는 사이사이 반성이 강하게 드는 걸 보면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다.

너무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가볍게만 다루지 않으면서도 인간이기에 당연하게 느껴지는 감정과 핵심을 피해 가지 않고 정면에 맞서게 하는 주제들이 청소년을 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기에 좋은 주제들이라 박하령 작가의 읽어보지 못한 작품들도 아이와 함께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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