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컷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7
박하령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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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파링 파트너>를 재미있게 읽었기에 '박하영'이란 이름만으로 고민 없이 펼쳐본 <숏컷>은 기존 작품들처럼 청소년 소설이다. 6편의 단편들을 모아 읽는 재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몸과 마음이 자라갈 청소년들의 고민을 다루고 있기에 한참 세상에 눈을 뜨며 고민이 많아질 딸아이와 함께 읽기에 더없이 좋을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으로 내걸린 '숏컷'은 페미니즘을 다룬 단편으로 노래방에서 함께 놀 때 반 남자아이가 몰래 찍은 동영상을 짜깁기해 야릇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동영상으로 만들어졌고 이것을 본 친구가 고민을 해오면서 숏컷인 승아의 고민이 시작된다. 고민을 부탁한 친구는 평소 친한 친구도 아니었지만 그와 비슷한 시기에 썸을 타던 같은 반 이수와 이성으로 발전하려는 찰나 그 동영상을 찍은 무리에 이수가 속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신의 기대와 달리 이수의 발언 속에 깔려 있는 남녀 성차별적인 발언에 승아는 이것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라는 기로에 서 있게 된다.

반에서 인싸가 되지 못한 채 언저리를 도는 존재 없는 아이들, 그러다 어느 순간 인싸들의 부추김 속에 그들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게 된 헌석이는 분위기에 휩쓸려 수완이에게 폭력을 가한 것이 부끄럽기만 하다. 하지만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헌석이가 수완이를 때린 데 대한 결론에만 치우쳐 있을 뿐 어느 누구도 수완이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을 건네라는 사람이 없다. 그 부분에서 느껴지는 뜨악함과 씁쓸함이 인상 깊게 다가왔던 '폭력의 공식'과 페미니즘을 다룬 '숏컷', 친구의 시를 훔쳐 문학캠프에서 상을 탔지만 그것이 진정한 나만의 상이 아님을 고민스러워하는 '달콤 알싸한 거짓말' 등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비단 청소년들의 문제만은 아님을 읽는 사이사이 반성이 강하게 드는 걸 보면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다.

너무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가볍게만 다루지 않으면서도 인간이기에 당연하게 느껴지는 감정과 핵심을 피해 가지 않고 정면에 맞서게 하는 주제들이 청소년을 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기에 좋은 주제들이라 박하령 작가의 읽어보지 못한 작품들도 아이와 함께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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