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도 가장 가고싶은곳!
[빈센트 반 고흐 전]을 다녀와서
(이 글은 전문적 소견의 글이 아닙니다. 저는 미술사나 기법이나 인상주의 등에는 잘 모릅니다. 빈센트를 향한 예기치 않은 열렬한 애정과 저의 순수하게 개인적인 소감을 담은 글입니다. 하지만 그의 원작이 얼마나 멋진 지..실제로 보지 않고서는 믿기지 않을 지경입니다. 원래부터 미술에 특별히 조애가 깊었거나 빈센트에 대한 지대한 애착을 가졌던 사람이 아니었으나 그의 원작을 만나고 나서 깊이 빠져 버린 한 사람임을 미리 밝혀 둡니다)
나는 사실 내가 이렇게 빈센트의 작품을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 (고흐는 살아 생전 자신이 반 고흐가 아니라 빈센트로 불리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그를 빈센트라 부르고 싶다)
너무나 강렬하고 유명해서 잘 알고 있는 작품 ‘해바리기’와 ‘자화상’ 그리고 그가 귀를 잘랐다는 고갱과 얽힌 사연 외에 내가 빈센트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 않기도 하거니와 그에 대한 사연들은 너무 강렬해서 오히려 흥미를 잃게 하는 쪽이었다.
그런데 빈센트의 원작과 마주하고 나서 나는 그에게 반하고 말았다. 어떻게 이토록 아름다운 노란색과 파란색을 사용할 수 있단 말인가. 그의 압도적인 노란색과 파란색에 나는 그가 왜 색채 화가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그의 붓터치는 너무나 생생하고 강렬해서 나는 마치 빈센트가, 그토록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던 빈센트가, 자신에게는 구원이라고 말한 그림을 그리는 뒷모습이, 그 붓칠이 보이는 듯한 착각까지 들었다.
특히 그의 ‘밀짚 모자를 쓴 자화상(1887년작)’은 너무나도 맘에 들었다. 정말 의외였다. 나는 그냥 괴기할 것이라 짐작했던 그것의 원작은 압도적이었다. 그 노란색과 파란색, 그리고 붉은 색. 그 붓칠. 그 결. 도대체 빈센트는 어떤 감정과 느낌, 생각을 가지고 이 자화상을 그렸을까. 나는 그의 정신을 발견하고 싶어서 그의 자화상을 십여분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림을 이렇게 한 동안 바라보니 잠깐 흘러가며 보는 것과 아주 아주 다른 느낌이 들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계속 바라보고 싶고 또 바라보고 또 보다가 더 사랑에 빠지게 되는 그런 불가사의한 느낌이.
빈센트는 인물화에 깊은 애정을 가졌다고 한다. 그는 자화상을 40여점을 남겼는데 인물화에 있어 두번 째로 유레없는 작품수라고 한다. 빈센트는 사실 그대로 표현하기 보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 그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그런 인물화를 그리고 싶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더더욱 빈센트의 자화상을 한참이나 마주 눈 맞추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자화상을 그릴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는 빈센트는 성당을 그리기 보다 차라리 사람의 눈을 그리겠다고 동생 테오에게 말했다고 한다. 빈센트는 그 기묘하면서도 낯설고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그 자신의 자화상으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내가 그리고 싶은 건 성당보다 사람들의 눈이야. 이들 눈 속에는 성당에 없는 무언가가, 엄숙하고도 위엄이 있는 무언가가 존재하기 때문이지. 불쌍한 거지의 영혼이든 매춘부의 영혼이든, 내가 보기엔 인간의 영혼이 더 흥미로운 대상이야.”
-1885년 12월 18일,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책 <빈센트 반 고흐>에서 발췌-
나는 그림에 대해 잘 모른다. 미술사 수업을 대학 때 호기심으로 교양 과목으로 들어본 것이 다이다. 제대로 된 미술 관련 서적을 찬찬히 읽어 본 적도 없다. 다행히 미술관에 친구들 보다 1시간 넘게 일찍 도착하여 1층의 갤러리샵을 둘러보면서 그의 작품을 만나기 전의 의식을 할 수 있었다.
특히 흥미로운 책 한 권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빈센트가 자신의 동생 테오에게 보낸 150여통의 편지들과 ‘반 고흐 미술관’ 소장 작품 250여 점을 편집하여 출판한 책 <빈센트 반 고흐>(출판사 생각의 나무)이다. 사실 인상주의나 그러한 미술사적인 관심보다 빈센트라는 사람이 궁금했고 그의 정신 세계를 알고 싶었던 참에 그 책은 아주 반가운 것이었다. 그 두꺼운 책을 펼쳐 들고 아주 잠깐, 아주 약간 읽게 된 빈센트의 글은 그의 영혼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어서 나는 두서없는 애절함과 두근거림을 느꼈다.
고흐 전시회에서는 각 시기 별로 작품을 모아놓고 그 시기에 대한 글도 벽면에 적어 놓아 감상하는 데 아주 도움이 되었다. 고흐전을 보러 가신다면 꼭 이 벽면의 글을 읽어 보시길 그리고 작품 설명을 먼저 듣고 나서 다시 찬찬히 작품을 보시길 권한다. 30분의 작품 설명을 듣고 작품을 다시 한 번 쭉 둘러보니 역시 데면데면하게 작품을 대하는 것보다 휠씬 좋다.
‘밤의 카페테라스’와 ‘까마귀가 있는 보리밭’이 없어 못내 아쉬웠는데 이번에 빈센트의 원작을 만나고 나서 미처 조우하지 못한 그의 작품을 찾아 유럽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외 제목을 잘 알지 못하는 작품들도 직접 보고 싶고. ‘밤의 카페 테라스’의 카페며 그가 묵은 ‘노란집’이며 작품 속의 장소들도 봐 두고 싶고.
마치 생물처럼 꿈틀거리는 생생한 ‘아이리스’, 불타는 듯한 짙은 파란색의 사이프러스, 방금 그려진듯한 물감이 떨어질듯한 정원의 나무들, 떨어져 볼수록 오히려 창문을 통해 보는 듯 비밀스러운 색채의 노란 집.
아무래도 빈센트에 대해 공부하게 될 것 같다. 무엇보다 노란색과 파란색의 절정을 이루는 그의 작품에는 도저히 눈을 못 뗄 것 같다.
“나는 아무 소용이 없는 사람으로 느껴진다’며 권총 자살 시도로 이틀 만에 결국 죽음을 맞이한 그에게 삶은 아마도 너무 진지했다.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며 그림이 그에게 재능이기 이전에 “구원이다”고 말한 심정이 가슴 저리게 아프다. 결국 그림조차 그를 구원하지 못했다. 그의 그림과 마주하고 있는 현재의 나는 그 압도적인 아름다움, 그의 진심에 완전히 반해버렸는데 말이다.
“이런 저런 경향을 만족시키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진정한 인간적인 감정이 표현되기를 바란단다. 그러니까 이 일이야말로 나의 목표야. 이런 생각에 집중하면 내가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모든 것이 쉽고 단순해지지. 이런 집중으로 말미암아 삶에 혼돈이 초래되는 일 없이 나의 모든 행위가 이 목표를 지향한다면 말이다.”
-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책 <빈센트 반 고흐>에서 발췌-
* 빈센트 반 고흐전에 가실 분들을 위해서
- ING 생명이나 GS 칼텍스의 협찬으로 회원 할인가가 있으므로 할인의 기쁨을 누리시길~
- 작품 해설이 30분 정도 진행되는 데 가능하면 이 시간에 맞추어 가세요. 아니 절대적으로 맞추어 가세요^^ 대부분 2시간 간격으로 진행됩니다.
- 1층의 갤러리샵도 꼭 구경하시구요. 원작을 보고 나면 아무래도, 이 노란색과 파란색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며 색채가 맥이 빠지지만 그래도 마음이 드실 것 같습니다^^
- 서울시립미술관 1층에 사물함이 있어 아주 요긴했습니다. 미술관 내부는 사람으로 복잡거려 제법 더우니 코트는 벗어 사물함이 넣어 두시고 관람 하심도 좋으실 듯 합니다.
- 제일 중요한 것! 아주 아주 복잡합니다. 저는 평일에 갔는데도 복잡했습니다. 주말에는 더욱 심하겠지요. 이토록 멋진 작품들을 많이 사람들이 와서 보니 뿌듯하기도 한데 관람할 때는 복잡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평일이라면 오전이나 저녁에, 주말이라면 다소 각오를 하심이 좋을 듯 합니다. 평일에도 9시까지 관람이므로 7시 작품 설명을 들으면서 9시까지 관람하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7시 이후에는 할인 혜택도 받으실 수 있구요^^
- 조금 일찍 가시거나 관람 후에 서울시립미술관 주변을 어슬렁 거리며 걸어 보시는 것도 즐거우실 것 같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니 더욱 즐거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