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다이아몬드 동화는 내 친구 3
데이비드 아들러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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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림책에서 긴 글로 넘어가는 초등 저학년 대상 문고들은 책이 얇은 대신 내용이 단순한 편이다. 아이들에겐 재미있을지 몰라도 함께 읽는 엄마에겐 유치하게 느껴지는 책이 종종 있는데 <도둑맞은 다이아몬드>는 달랐다.

모험과 추리가 담긴 이야기여서인지 읽으면서 약간 가슴이 쫄깃해지는 부분도 있었다. 그렇다고 커다란 모험물을 기대하지는 말자. 100쪽이 안 되는 짧은 동화엔 많은 것을 담을 수도 없고 많이 담아서도 안 된다. 이야기가 산으로 갈 테니. . .

이 책은 '카메라 같은 기억력'을 가진 여자아이 캠과 친구 에릭이 보석가게에서 일어난 도난 사고를 목격한 후 범인을 뒤쫓아가는 이야기다.

사건 해결 과정이 단순하긴 하지만 아이들은 좋아할 것 같다. 결군도 "박진감 넘치네"라면서 두세 번 읽었다.

난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한번 본 건 카메라로 찍은 듯 정확하게 기억하는 캠의 놀라운 기억력이 더 탐났다.

요즘 스키마 독서를 공부하면서 기억력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있는데 책에서 캠이 가르쳐준 대로 연습하면 기억력이 좀 나아지려나.

연습 삼아 아들과 기억력 놀이나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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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소한 구원 - 70대 노교수와 30대 청춘이 주고받은 서른두 통의 편지
라종일.김현진 지음 / 알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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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라종일 교수를 인터뷰하면서 그는 교수보다는 작가라는 호칭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엄청난 독서량에 놀랐고 중학교 때 읽은 소설의 내용까지 세세히 기억하는 모습에 한번 더 놀랐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문학작품들을 대하는 그의 감성이 그대로 전해졌다. 세상 모든 일의 뒷면을 살피려 하고, 특히 사람의 일에 마음을 쏟는 그는 휴머니스트였다.

인터뷰 전에 조금 읽다가 덮어뒀던 <가장 사소한 구원>을 마저 읽었다. 10대에 쓴 <네 멋대로 해라>로 유명한 작가 김현진이 털어놓은 고민에 라 교수가 답하는 형식으로 짜인 이 책은 세상살이에 지친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글들로 꽉 채워져 있다.

단순히 '아픈 것도 청춘이다'라며 상처를 받아안으라 하지 않고, 상처를 상처로 받아들이지 않는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잔잔한 어조로 읊조리고 있다.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구원을 얻었다"고 말하는 라 교수의 말에 크게 공감할 수 있는 건 나도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세상이 달리 보이기 때문이리. 그와 나눴던 따뜻한 대화를 책으로 다시 나눈 기분이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삶이라는 것이 험하고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런 기본적인 인식이 사람들을 지탱해준 가장 중요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경험해야 하는 쓰라림이나 환멸에 대한 가장 큰 약이 바로 삶이란 어려운 것이고 이 세상에서의 장밋빛 기대란 대부분 가당치 않다는 단단한 마음가짐이었을 것입니다. ... 행복이란 이제, 적어도 그것을 `추구하는 것`은 사람의 권리로 인정됩니다. 그러나 저는 행복에 대한 집착이, 그 참기 힘든 가벼운 추구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심리학자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어요. 자살하는 사람들은 대개 세상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이들은 자기의 바람을 부정하는 세상을 부정하는 행위로 스스로를 파괴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모든 것이 어렵기 짝이 없는 전쟁 상황이나 포로수용소에서는 자살률이 매우 낮다는 이야기였습니다. (26~27)

이른바 학벌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당하는 학생들에게 자주 이런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루스벨트의 말입니다. "이 세상에서 자기가 인정하지 않는 한 열등감은 없다." (40)

사람마다 갖추고 있는 다양한 능력을 한 가지 직장, 한 가지 일에만 국한하여 살면서 거기서 좌절한 것으로 인생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조언이었습니다. 생각하는 것에 따라 세상은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41)

우리는 일생 동안 성장통을 겪고 사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 성장통을 치르고 나서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런 착각이라도 하는 순간, 그 사람은 사람으로서 죽은 것이 아닐까요.(47)

사람의 일생이란 결국 자기가 자신에 관해 만든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가 세상에 어떤 설득력을 갖고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에 따라 사기꾼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구별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48)

<잠언>의 한 구절은 증오를 다스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노하기를 더디 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잠언> 16장 32절, 57)

핀다로스가 펠롭스의 전설을 주제로 쓴 시에 이런 구절이 있었던 것 같아요. "위험을 무릅쓰는 모험을 하지 않고 어떻게 영광과 해줄 이야깃거리가 있는 노년을 맞을 수 있겠는가?"(65)

사람 하나하나가 모두 다르게 보입니다. 종종 어디서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발생했다든지 전장에서 몇몇 사상자가 났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그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누군가 젖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보듬고 안아 키웠을 구체적인 사람입니다. (97)

음악이란 온몸과 마음을 바치지 않으면 어떤 수준에 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렇다고 그만둘 수도 없었어요. 조금만 더 하면 만족할 만한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유혹이 늘 있었기 때문입니다. ... 고통스러운 기억밖에 없지만 한동안 악기 하나를 해보려고 노력한 경험은 후회하지 않아요. 다른 분들의 연주를 들으면서 그런 소리가 저절로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112)

저는 효도란 궁극적으로 부모님에게 잘해드리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충실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 효의 근본은 자기 자신의 존재에 관한 큰 긍정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러나 현세에서는 우선 생명을 주신 부모님에게 감사하고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 효도의 근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존재에 관한 큰 긍정 없이는 이 세상 모든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177)

항상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185)

지도자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외국에서 날아오거나 어떤 특정한 혈통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와 같은 사람들 사이에 있습니다. 단지 우리 판단으로 봤을 때 자질과 능력이 훌륭한 사람들이고 무엇보다 우리와 필요나 목적을 함께하는 사람들입니다.(186)

결론은 위대한 지도자가 우리의 온갖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각자의 처지에서 훌륭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187)

"어떤 슬픔도 그것을 이야기에 담거나 그 고통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견딜 수 있습니다. 사람들에게서 이야기를 빼앗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배신입니다."(애나 펠스, 240)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특권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가슴에 묻은 채 살아갑니다. 때때로 그렇게 묻혀 없어진 이야기들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도 합니다. 사람들 마음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한 방향으로 정리될 때 그것이 그 시대 그 사회의 정의이지 않겠는가."(240)

`로봇 다리` 수영 선수로 알려진 김세진 군의 어머님이 김군을 이런 말로 단련시켰다 합니다. "넘어졌을 때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 도와달라고 할 수 있는 용기가 중요하다." 반대로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 붙들어주는 것은 자기 자신을 붙들어 일이키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이 사람 사회의 가장 중요한 진리 중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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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엄마놀이 - 놀아주는 게 세상에서 가장 힘든 엄마들을 위한
이임숙 지음 / 카시오페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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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추천하는 책.

<엄마의 말공부>로 유명한 아동청소년심리상담가 이임숙 선생님이 쓴  <하루 10분,  엄마놀이>이다.

밖에 나가 아이들과 놀아주는 게 부담스러운 부모들이 집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종이놀이 50가지를 안내하고 있다.

종이 한 장을 배에 올리고 달리기 같은 단순한 놀이들인데 아이와 한참 웃으면서 놀 수 있다.

놀이가 단순히 놀이로 끝나지 않고 아이들의 창의성부터 사회성,  언어,  수학,  과학 감각 익히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홉살 아들은 엄마 놀이 며칠 하더니 "학교 안 가고 만날 엄마 놀이 같은 것만 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아이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다.
이틀 전 사칙연산을 해서 답이 10이 되는 빙고게임을 하는 놀이를 했다.

3칸 빙고를 두 번 다 내가 이기자 아들은 4칸 빙고를 제안하더니 마지막엔 답이 50이 되는 빙고게임을 제안했다.

계속 내가 이겨서 사실 마지막엔 좀 져주려고 했는데 어쩌다가 또 이기게 됐다.  평소의 아들이라면 분명 울었을 텐데 아들은 울지 않고 "다음엔 이렇게 하면 되겠다"면서 다음을 기약했다.

그 모습이 너무 대견해서 한참 칭찬해줬다.

또 하나. 아직 구구단도 제대로 외운 적 없는 아들이 곱셈이나 나눗셈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는지 몰랐다.  100÷10을 알까 모를까 궁금해서 썼는데 아들은 1억 나누기 1천만을 썼던 것.
수학쪽 감각이 좀 있다고 생각만 했었는데. . . 이 역시도 놀라웠다.

게임마다 자세한 설명과 함께 아이들의 반응에 엄마아빠가 해줄 말까지 자세히 써 있어서 그대로 따라하면 되니 어렵지 않다.

또 10분 놀이라고 했지만 좀 하다보면 아이가 응용놀이들을 많이 생각해내서 30분 넘는 건 일도 아니다.
 
아이랑 부담없이 놀면서 여러 효과들도 만끽할 수 있는 10분 엄마놀이의 힘을 많은 분들이 맛보길 바라면서 자발적으로 홍보글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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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다 삼촌 느림보 그림책 38
윤재인 글, 오승민 그림 / 느림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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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 사다리라는 말이 있다. 일본의 하야카와 교수가 고안했다는 이 용어는 구체의 사물을 점점 더 추상으로 표현해 가는 체계를 뜻한다. 예를 들면 우리집 식탁 위 바나나 -> 과일 -> 먹을거리 -> 생존식으로 범위가 넓어지는 거다.

<이가령 선생님의 싱싱글쓰기>(이가령, 지식프레임)에서 이가령 선생님은 글쓰기는 추상 사다리의 아래쪽에서 출발하라고 말하면서 추상 사다리를 연습할 수 있는 문제를 낸다. 다음에 나오는 추상 사다리를 보면서 그렇다, 아니다로 답해 보자.

 

흑인종 백인종 모두 신 앞에 평등하다.(그렇다, 아니다)

흑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살 수 있다.(그렇다, 아니다)

흑인이 우리 도시에서 살 수 있다.(그렇다, 아니다)

흑인이 우리 옆집에 살 수 있다.(그렇다, 아니다)

나는 옆집 흑인을 만나면 인사할 수 있다.(그렇다, 아니다)

우리 아이가 흑인 아이와 놀이터에서 놀 수 있다.(그렇다, 아니다)

 

여기까지 쉽게 대답할 수 있었다면, 저자는 다음 질문에도 쉽게 답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우리 딸이 흑인 청년과 결혼할 수 있다.(그렇다, 아니다)

 

글쓰기는 추상이 아닌 구체적인 사실에서 시작하라면서 든 예시였는데 글쓰기 방법론보다 저 질문에 과연 나는 주저 없이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더 강렬하게 나를 파고들었더랬다.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 수가 170만 명(20144월 말 기준)이 넘고, ‘다문화라는 말도 꽤 익숙해졌음에도 나의 인권 감수성은 얼마나 되는지를 되묻게 되는 질문이었다. ‘세계화된 세계에서 전혀 세계화되지 못한 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아이만은 좀더 글로벌하게살기를 바라면서 손에 든 책이 바로 <찬다 삼촌>이다.

 

솥을 만드는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는 주인공 여자아이네 집에 찬다 삼촌이 온다. 와서 아빠와 함께 솥을 만드는 걸로 봐서 외국인 노동자인가 보다. 어른들은 바로 선입견으로 찬다를 볼 테지만 아이의 눈엔 그는 그냥 이름이 웃긴삼촌일 뿐이다. 얼굴색에 대한 언급도 없다.

 

아빠는 손으로 밥을 먹는 찬다 삼촌에게 젓가락질부터 배워야겠구만이라고 말하지만 주인공 아이는 내 손가락이 그거 싫다 해요. 손가락도 맛을 알어요라는 찬다 삼촌의 말을 따라 몰래 손으로 밥을 먹어본다. 다름을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쉽게 찬다 삼촌에게 다가가고 그가 태어났다는 히말라야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바란다.

 

동화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이태원에 있는 외국 음식 전문점들에서 흑인들은 홀 서빙 일을 구하기 힘들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도 있으니까. 한국의 공장이나 농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받는 차별과 멸시에 대한 사례들은 또 얼마나 차고 넘치는지.

 

그래서 더욱 이 그림책이 소중하다. 2학년 통합교과서 <가족>에 수록됐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핏줄로 연결된 사람들만 가족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학교에서 배우고 있다는 말이니까.

 

글이 뚝뚝 끊기는 듯한 서술방식에 조금 아쉬움은 남지만 <찬다 삼촌>은 우리 아이가 외국인을 지구촌 한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데 도움을 줄 첫 책으로서는 손색이 없는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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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알 심프 비룡소의 그림동화 67
존 버닝햄 글 그림, 이상희 옮김 / 비룡소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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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문학이 버림받거나 하찮은 존재를 주목한다. 현실에서 듣기 힘든 그들의 목소리를 가상세계에서나마 들려주기 위한 노력일 터다.
그림책도 역시 그렇다. 존 버닝햄은 더더욱 이들에게 주목한다. 그가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존재들에게 애정을 갖나 보다.

책 속 작가 소개에서 짐작할 수 있다.

"존 버닝햄은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 데려다 놓아도 친구들하고 어울리지 않고 무심한 얼굴로 자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아이였고, 청년 시절에도 병역을 기피하면서까지 세상의 소란으로부터 완강히 자신을 지키는 좀 독특한 성향의 사람이었다. 초등학교는 관습을 거스르는 것을 정상으로 받아들이기로 유명한 닐 섬머힐 학교를 다녔고..."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삶을 주류로 받아안고 살았던 사람이 바로 존 버닝햄인 것.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세상 기준으로 보면 보잘것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세상을 보는 눈은 수만 개가 있고, 남의 시선이 아닌 나만의 눈을 갖는 게 중요하기에 세상 기준을 신경쓸 필요는 없다.

이렇게 말은 하지만 나 또한 세상 눈을 자꾸만 의식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더. 젊었을 때 그리도 멀리하던 기성세대가 되어가나 보다. 스스로 그런 나를 느낄 때마다 아이가, 또 그림책이 곁에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들은 바로 나를 돌아볼 거울 같은 존재들이니까. 그들의 눈으로 보면 작고 하찮은 것들에 애정을 쏟을 수 있다. 그래서 그림책을 많이 보려고 한다. 버닝햄의 책도 그렇고.

<대포알 심프> 속 심프는 '작고 못생긴 개'여서 사람들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쓰레기장 쥐들에게도, 길거리 쓰레기통의 고양이들에게도 쫓겨난다. 떠돌이 개를 잡아가는 사람에게 잡혔다가 도망쳐 나오기까지 한다. 마음 편히 쉴 곳을 찾지 못하던 심프에게 서커스단의 어릿광대가 먹을거리와 잠자리로 곁을 내준다. 그 역시 조만간 서커스단에서 쫓겨날 신세. 심프가 그런 그에게 신세를 갚는다. 대포알 심프가 되어서...

그림책은 그렇게 보잘것없는 이들이 힘을 모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도덕 교과서에서나 볼만한 딱딱한 교훈이 전혀 설교처럼 느껴지지 않는 게 바로 좋은 그림책의 매력일 듯. <대포알 심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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