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알 심프 비룡소의 그림동화 67
존 버닝햄 글 그림, 이상희 옮김 / 비룡소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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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문학이 버림받거나 하찮은 존재를 주목한다. 현실에서 듣기 힘든 그들의 목소리를 가상세계에서나마 들려주기 위한 노력일 터다.
그림책도 역시 그렇다. 존 버닝햄은 더더욱 이들에게 주목한다. 그가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존재들에게 애정을 갖나 보다.

책 속 작가 소개에서 짐작할 수 있다.

"존 버닝햄은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 데려다 놓아도 친구들하고 어울리지 않고 무심한 얼굴로 자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아이였고, 청년 시절에도 병역을 기피하면서까지 세상의 소란으로부터 완강히 자신을 지키는 좀 독특한 성향의 사람이었다. 초등학교는 관습을 거스르는 것을 정상으로 받아들이기로 유명한 닐 섬머힐 학교를 다녔고..."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삶을 주류로 받아안고 살았던 사람이 바로 존 버닝햄인 것.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세상 기준으로 보면 보잘것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세상을 보는 눈은 수만 개가 있고, 남의 시선이 아닌 나만의 눈을 갖는 게 중요하기에 세상 기준을 신경쓸 필요는 없다.

이렇게 말은 하지만 나 또한 세상 눈을 자꾸만 의식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더. 젊었을 때 그리도 멀리하던 기성세대가 되어가나 보다. 스스로 그런 나를 느낄 때마다 아이가, 또 그림책이 곁에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들은 바로 나를 돌아볼 거울 같은 존재들이니까. 그들의 눈으로 보면 작고 하찮은 것들에 애정을 쏟을 수 있다. 그래서 그림책을 많이 보려고 한다. 버닝햄의 책도 그렇고.

<대포알 심프> 속 심프는 '작고 못생긴 개'여서 사람들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쓰레기장 쥐들에게도, 길거리 쓰레기통의 고양이들에게도 쫓겨난다. 떠돌이 개를 잡아가는 사람에게 잡혔다가 도망쳐 나오기까지 한다. 마음 편히 쉴 곳을 찾지 못하던 심프에게 서커스단의 어릿광대가 먹을거리와 잠자리로 곁을 내준다. 그 역시 조만간 서커스단에서 쫓겨날 신세. 심프가 그런 그에게 신세를 갚는다. 대포알 심프가 되어서...

그림책은 그렇게 보잘것없는 이들이 힘을 모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도덕 교과서에서나 볼만한 딱딱한 교훈이 전혀 설교처럼 느껴지지 않는 게 바로 좋은 그림책의 매력일 듯. <대포알 심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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