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김용균들 - 싸울 때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
권미정.림보.희음 지음,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기획 / 오월의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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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펀딩에 처음 참여한 책이다. 펀딩에 뜬 걸 보자마자 신청했다. 김용균의 죽음이 한 젊은이의 죽음으로 치부되지 않도록, 이런 기록작업들이 계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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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소한 구원 - 70대 노교수와 30대 청춘이 주고받은 서른두 통의 편지
라종일.김현진 지음 / 알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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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라종일 교수를 인터뷰하면서 그는 교수보다는 작가라는 호칭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엄청난 독서량에 놀랐고 중학교 때 읽은 소설의 내용까지 세세히 기억하는 모습에 한번 더 놀랐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문학작품들을 대하는 그의 감성이 그대로 전해졌다. 세상 모든 일의 뒷면을 살피려 하고, 특히 사람의 일에 마음을 쏟는 그는 휴머니스트였다.

인터뷰 전에 조금 읽다가 덮어뒀던 <가장 사소한 구원>을 마저 읽었다. 10대에 쓴 <네 멋대로 해라>로 유명한 작가 김현진이 털어놓은 고민에 라 교수가 답하는 형식으로 짜인 이 책은 세상살이에 지친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글들로 꽉 채워져 있다.

단순히 '아픈 것도 청춘이다'라며 상처를 받아안으라 하지 않고, 상처를 상처로 받아들이지 않는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잔잔한 어조로 읊조리고 있다.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구원을 얻었다"고 말하는 라 교수의 말에 크게 공감할 수 있는 건 나도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세상이 달리 보이기 때문이리. 그와 나눴던 따뜻한 대화를 책으로 다시 나눈 기분이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삶이라는 것이 험하고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런 기본적인 인식이 사람들을 지탱해준 가장 중요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경험해야 하는 쓰라림이나 환멸에 대한 가장 큰 약이 바로 삶이란 어려운 것이고 이 세상에서의 장밋빛 기대란 대부분 가당치 않다는 단단한 마음가짐이었을 것입니다. ... 행복이란 이제, 적어도 그것을 `추구하는 것`은 사람의 권리로 인정됩니다. 그러나 저는 행복에 대한 집착이, 그 참기 힘든 가벼운 추구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심리학자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어요. 자살하는 사람들은 대개 세상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이들은 자기의 바람을 부정하는 세상을 부정하는 행위로 스스로를 파괴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모든 것이 어렵기 짝이 없는 전쟁 상황이나 포로수용소에서는 자살률이 매우 낮다는 이야기였습니다. (26~27)

이른바 학벌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당하는 학생들에게 자주 이런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루스벨트의 말입니다. "이 세상에서 자기가 인정하지 않는 한 열등감은 없다." (40)

사람마다 갖추고 있는 다양한 능력을 한 가지 직장, 한 가지 일에만 국한하여 살면서 거기서 좌절한 것으로 인생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조언이었습니다. 생각하는 것에 따라 세상은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41)

우리는 일생 동안 성장통을 겪고 사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 성장통을 치르고 나서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런 착각이라도 하는 순간, 그 사람은 사람으로서 죽은 것이 아닐까요.(47)

사람의 일생이란 결국 자기가 자신에 관해 만든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가 세상에 어떤 설득력을 갖고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에 따라 사기꾼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구별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48)

<잠언>의 한 구절은 증오를 다스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노하기를 더디 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잠언> 16장 32절, 57)

핀다로스가 펠롭스의 전설을 주제로 쓴 시에 이런 구절이 있었던 것 같아요. "위험을 무릅쓰는 모험을 하지 않고 어떻게 영광과 해줄 이야깃거리가 있는 노년을 맞을 수 있겠는가?"(65)

사람 하나하나가 모두 다르게 보입니다. 종종 어디서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발생했다든지 전장에서 몇몇 사상자가 났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그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누군가 젖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보듬고 안아 키웠을 구체적인 사람입니다. (97)

음악이란 온몸과 마음을 바치지 않으면 어떤 수준에 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렇다고 그만둘 수도 없었어요. 조금만 더 하면 만족할 만한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유혹이 늘 있었기 때문입니다. ... 고통스러운 기억밖에 없지만 한동안 악기 하나를 해보려고 노력한 경험은 후회하지 않아요. 다른 분들의 연주를 들으면서 그런 소리가 저절로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112)

저는 효도란 궁극적으로 부모님에게 잘해드리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충실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 효의 근본은 자기 자신의 존재에 관한 큰 긍정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러나 현세에서는 우선 생명을 주신 부모님에게 감사하고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 효도의 근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존재에 관한 큰 긍정 없이는 이 세상 모든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177)

항상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185)

지도자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외국에서 날아오거나 어떤 특정한 혈통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와 같은 사람들 사이에 있습니다. 단지 우리 판단으로 봤을 때 자질과 능력이 훌륭한 사람들이고 무엇보다 우리와 필요나 목적을 함께하는 사람들입니다.(186)

결론은 위대한 지도자가 우리의 온갖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각자의 처지에서 훌륭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187)

"어떤 슬픔도 그것을 이야기에 담거나 그 고통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견딜 수 있습니다. 사람들에게서 이야기를 빼앗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배신입니다."(애나 펠스, 240)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특권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가슴에 묻은 채 살아갑니다. 때때로 그렇게 묻혀 없어진 이야기들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도 합니다. 사람들 마음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한 방향으로 정리될 때 그것이 그 시대 그 사회의 정의이지 않겠는가."(240)

`로봇 다리` 수영 선수로 알려진 김세진 군의 어머님이 김군을 이런 말로 단련시켰다 합니다. "넘어졌을 때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 도와달라고 할 수 있는 용기가 중요하다." 반대로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 붙들어주는 것은 자기 자신을 붙들어 일이키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이 사람 사회의 가장 중요한 진리 중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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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독서토론 지도를 하게 된 교사들이 읽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토론의 중요성부터 준비, 실제 진행과정, 후기 작성까지 실제 도움이 되도록
꼼꼼하게 안내하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기분 좋게 읽다가도 중간중간 보이는 오타 때문에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길게 보면 글쓰기와도 연관된 책인데 어쩌면 오타가 이렇게 많은지
내가 읽은 게 2쇄본이었는데 다시 찍을 때라도 교정을
해주면 좋았을 걸.
출판사의 나태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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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사회 -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사회
NHK 무연사회 프로젝트 팀 지음, 김범수 옮김 / 용오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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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도날드 할머니가 아무런 연고 없이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를 접한 며칠 후 내 손에는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사회 - 무연사회>가 들려 있었다.

 어디 맥도날드 할머니뿐이랴. 요즘은 신문 사회면에서 미라로 발견된 시신들의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홀로 세상과 작별하는 아픔을 겪은 육신이 영혼이 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신의 죽음을 바라볼 때의 심정은 어떠할까. 사람(人)이라는 한 자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지탱하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는 데 이 넓고 넓은 세상에 기댈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 때의 막막함을 나는 짐작도 못하겠다.

  그런데 이건 결코 상상 속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다. <무연사회>를 기획한 NHK 프로젝트 팀은 '이 어처구니없는 거대한 현실'이라고 표현했다. 우리도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똑똑히 바라봐야 한다. 그 현실은 이웃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이웃 누군가가 겪고 있는 고통이기에. 어쩌면 나에게 닥칠지도 모를 미래이기에.

 

 

 

  <무연사회>는 NHK가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계기와 기획의도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더 이상 제 일로 누군가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

  이 남성은 생활보호도 받지 않고 노숙 생활을 해 가면서 일자리를 계속 찾고 있었다. 포기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살아가려고 하고 있었다.

  원래 '관계'나 '인연'이라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짐이 되고 그것을 서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 의문이 취재팀의 가슴 속에 못박혀 풀리지 않았다.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말이 상징하는 멀어진 인간 관계.

  우리는 '혼자서도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 혼자서도 안심하고 죽음을 맞을 수 있는 사회'이기를 바랐고 그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 답을 찾기 위해 취재를 계속하였다. (16쪽)

 

 사람들이 '관계'를 부담스러워하는 현실을 목도한 것이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그 현실의 생얼굴을 보기 위해 프로젝트팀이 찾아간 곳에는  거실에서 양반다리를 한 채로 앞으로 쓰러져 넘어진 모습에 부패한 상태로 발견된 60~80세 남성의 시신, 사후 1개월 가까이 지나 발견된 90대 여성의 시신 등이 있었다.

 프로젝트 팀은 그들의 삶의 궤적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 과정에서 이들이 마지막 순간에는 혼자였지만 처음부터 혼자인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그 속에서 아픈 진실과 마주하기도 한다. 몇 십 년 동안 연락이 끊겼던 가족이나 친척들은 무연사한 이들의 유골을 거두는 것을 거부한다.

 그런 유골들은 택배로 무연사한 사람들의 납골당이 있는 절로 '배달'되기도 한다.

   

   그런 절 중 한 곳의 구리하라 주지는 말한다.

  "저는 유골이 된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만 혹시 이 사람은 살았을 때부터 사회의 인간관계에서 멀어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죽은 뒤도 고독하지만 살아 있을 동안부터 사실은 혈연이나 지연이라는 사회관계, 인간관계에서 멀어져 살아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관계가 끊어져 고립되어 버린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에도 혼자이고 또 죽을 때도 혼자입니다. 장례식에도 아무도 오지 않고 죽은 뒤에도 갈 데가 없는 것입니다...." (90쪽)

   주지는 어느 누구라도 이 같은 길을 걷게 될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들이 결코 우리와 다른 인생을 걸어 온 사람들이 아니"라면서.

 

 프로젝트 팀은 고독사한 사람들만 찾아 가지 않았다. 고독사의 그늘이 가장 가깝게 느껴질 평생미혼자들의 삶도 조망한다. 56세의 미즈노 유키오씨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30대쯤에는 남들처럼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싶었지만 일자리를 자주 옮겨 수입이 불안정하고 버블경제 붕괴로 월급이 크게 줄어 가족을 보살필 수 없겠다는 생각에 결혼에 대한 마음을 접었다고 한다. 정월 초하루에 홀로 설 특집프로그램을 보던 미즈노 씨가 말했다.

 "다른 사람과의 인연이 없어지는 것은 살아 있는 채로 고독사하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하고 자신도 아무런 역할도 하고 있지 않다면 살아 있는 거나 죽는 거나 마찬가지지요. 존재가 없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 아닙니까. 그래서 사람과의 인연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144쪽)  

 

 또한 결혼은 했었지만 회사 일에 파묻혀 지내다 이혼에 이르고 노인 요양시설에서 쓸쓸히 노년을 맞은 다카노 씨(63세)의 목소리에서도 외로움은 묻어난다.

 "노인 요양시설에서는 떠들썩하게 이야기 나누는 친구도 많이 있습니다. 또 각종 행사도 열려 즐거운 나날을 지내고 있어 행복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겉모습이고 방에 들어가면 쓸쓸합니다. 나는 괜찮다고 생각해도 그것은 착각입니다. 지금까지의 나이가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습니다."(180쪽)

 

 무연사의 공포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도 퍼져 있다. 갈수록 일자리는 불안하고 그만큼 홀로 사는 이들도 늘어나는 젊은 세대에게 미래는 결코 장밋빛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무연사가 남의 일이 아니다.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마루코(38)씨가 젊은 세대의 고민을 전한다. 그는 독신이다.

  "지금은 혼자 살면서 독신으로 있는 것도 주위에서 인정해주고 저도 일을 가진 몸입니다. 다만 그것이 반대로 무연사의 리스크를 높이고 있는 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다고 하는 '평범한 행복'을 간단하게 얻을 수 있는지 자문해봅니다. 요즘 세상은 그러나 그것조차 얻을 수 없게 되지 않았나 하고 생각합니다."(233~234쪽)

 

 무연사회 프로젝트 팀은 기노시타 씨의 사연을 마지막에 소개함으로써 대안의 한 모습으로 보여준다. 그 역시 무연사했지만 그에게는 죽기 전 30년 동안 가족과 다름 없이 살아온 인연들이 있었다. 한 번 결혼에 실패했던 과거를 완전히 묻어버리고 새 이름으로 살았던 그에게는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이 결코 외롭지 않았다. "두 번째 인생은 다른 사람에게 존경 받으며 살고 싶다"고 했던 기노시타 게이지 씨의 바람대로.

 

  하필 이 책을 읽은 날은 너무도 화창한 가을날이었다. 창문 밖 파란 하늘과 책 속의 외로운 죽음들이 겹쳐지니 마음이 두 배로 무거웠다. 프로젝트 팀의 깊이 있는 취재와 생생한 묘사가 눈 감고 싶은 현실을 외면하지 못하게 했다. 르포의 힘이 강하게 전해진 책이다.

 

 책임프로듀서인 다카야마 진은 에필로그를 이렇게 끝맺는다. 나 역시 그와 같은 바람이다.

 '타인에게 흥미를 갖지 않는 사회'가 확산되는 지금,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은 무리라고 해도, 적어도 '사람 그리고 생명을 염려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2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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