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예감 - 1997년 제21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김지원 외 지음 / 문학사상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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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수상작인 김지원의 '사랑의 예감'은 아직 잃지 않았다. 미국에서의 한인에 대한 이야기는 왠지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부부가 등장한다면 더더욱. 비교적 흥미를 가지고 봤던 것은 김이태의 '식성'과 권현숙의 '연못', 이혜성의 '그늘바람꽃'이었다. 가장 즐겁게 보았던 것은 '그늘바람꽃'이었다. 분위기 자체가 가벼웠다고 할까. 남편을 잃은 여자를 친구가 다독거리는 내용이었는데, 그 '남편 잃은 여자'에 대한 묘사가 맘에 들었다. 눈, 가슴, 가는 팔목, 말갛게 씻긴 얼굴. 그런 것들에 대한 묘사가 꽤 흥미가 있었다. 배경이 통닭집 이란 것도 맘에 들었다. 음식에 관한 얘기거리는 항상 플러스 점수를 주게 한다.

김이태의 '식성'은...약간 괴기스런 느낌이 들게 했다. 전체적인 메시지가 뭔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한 번에 변한다? 이런 건가? 읽기는 수월했다. '연못'...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든 소설이다. 소설 전체에 흐르는 고요하고, 순수한 분위기가 좋았다. 이야기 전개 방식도 맘에 들었다. 아이를 만나고, 비어있는 연못에 대한 얘기를 듣고, 아이가 언급한 금붕어를 몇 마리 사고, 다시 아이를 만나고... 읽고 있노라면 연못의 정경, 아이의 파리한 얼굴, 연못을 노니는 화려한 금,은,흑붕어들이 떠올랐다.

마지막 결말은 내게 약간 의외였다. 그런 성적인 장면이 이 소설에 들어가게 될거라곤 전혀 생각치 못했기에. 남자주인공이 갑자기, 그 아이와 자신을 연결해주던 연못의 물을 빼 버리는 것도 놀라웠다. 결말이 맘에 든다, 안 든다 하는 게 썩 잘 하는 일이란 느낌은 들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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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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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소설은 재밌다. 그래...재밌다. 그녀의 전작 '새의 선물' 뒷표지에도 어떤 평론가가 그렇게 말했었다. '이 소설은 일단 재밌다.'라고...'새의 선물'도 그랬고 이 책,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도 그렇지만 무척이나 재밌다. '새의 선물'에서의 진희는 그녀 자신이 예상했던 그 모습 그대로 자랐다. 더 자라지도 않고 더 성장하지도 않고 여전히 삶이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믿고 있다. 그녀 역시 삶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가지기보단, 그 순간을 최대한 즐기려는 듯하다.

진희는 악착같이 삶을 뛰어 넘어 보려고, 미리 예측하고 재보고 하지만 언제나처럼 삶은 그녀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원치 않던 아이가 생기고, 동료가 자신을 배신한다. 그녀는 실망할까? 아니, 그녀는 언제나 이랬던 것이라고 체념할 뿐이다. 중절 수술을 하고 동료에게 마른 웃음을 보내며 사직서를 전하고. 그런 식으로 그녀 삶의 방식을 이어나간다. 너무나 냉소적이고 회의적이고, 사람에 대해, 삶에 대해 전혀 기대를 걸지 않는 그녀의 모습은 가끔씩 섬뜩했다. 현석을 뿌리칠 때도, 기대를 건 그 순간 아이를 지워버릴때도. 가끔씩은 섬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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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1
시드니 셀던 지음 / 지원출판사(知元) / 199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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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시드니 셸던은 '스토리 텔러', 말 그대로 이야기꾼 이상의 칭호는 얻지 못할 것 같다. 여전히 독자를 위한 '18세 이상' 장면도 꾸준히 나오고 스토리는 푹 빠질 만큼 재미있지만 말이다. 굳이 꼬집자면 읽고 나서 남는 것이 없다, 고 할 수 있지만 읽는 내내 재밌게 해주는 소설도 그리 흔하지 않으니까...

선한 주인공 - 로라, 다니엘은 너무나 판에 박힌 듯한 천사표들이라 오히려 감정이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욕망에 이끌려 계획을(말도 안 되는 계획이지만) 짜서 결국 실현 직전까지 이르게 만드는 레베카 더글라스와 어리석지만 사랑에는 맹목적인 앤서니가 더 정이 갔다.

레베카와 앤서니가 성공하게 했더라면, 더 드라마틱하지 않았을까. 더 현실적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런 책에서 천사표들의 해피 엔딩이야 항상 예정되어 있는 것이니 할 수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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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런 악처 서정희의 작은반란
서정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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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30이 훨씬 넘은 나이에도 아직도 고운 얼굴, 갸녀린 몸매, 어울리지 않게도 서세원씨의 부인이라는 서정희에게 궁금증을 느껴 책을 집어 들었다. 그녀는 어떻게 살까? 틀림없이 아침이 되면 하얀 레이스 잠옷을 입은 채로 침대에 앉아 모닝빵이나 한 입 뜯는, 그런 왕비같은 생활을 하고 있겠지? 아아...그러나 전혀 아니었다. 그녀는 시아버지의 병시중을 들며 대소변을 다 직접 자신의 손으로 받아내고, 새 집을 지으면서 미친듯이 일을 하고, 남편과 아이들의 옷가지는 아낌없이 사 주면서 정작 자신은 팬티도 꿰메 입는 그런 전형적 한국형 악바리 여인이었던 것이다!

솔직히 책을 보면서 서정희, 그리고 남편 서세원의 성격에 적지 않게 경악했다. 두 사람 다 조금씩 결병증적인 면이 있고, 소위 말하는 '평범한 사람'으로 보긴 힘들것 같았다. 하긴 그런 남다른 면이 있기에 그렇게 성공했는지도 모르지만...이 책은 살림을 이렇게 이렇게 하면 좋아요, 뭐 이렇게 가르쳐 주는 건 별로 없다. 서정희의 잡다한 신변 얘기이다. 서정희와 서세원이 어떻게 만나 어떻게 결혼하고 어떻게 살고 있나 궁금하신 분은 슬쩍 보아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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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
박자경 외 / 문이당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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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라... 처음 제목을 보고 여섯명의 여성 작가(박자경, 전경린, 한정희, 윤명제, 은희경, 송혜근, 김지수, 송우혜)들이 '무늬'라는 같은 주제로 글을 쓴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박자경이 쓴 '무늬'를 이 책의 표제로 삼은 모양이었다. 읽어봤더니 실제로 그 정도의 묵직함은 가지고 있는 중편 소설이었다. 첫째딸 화경 - 둘째딸 화수 - 어머니 의 시선으로 끊임없이 화자가 바뀌는데 처음엔 그걸 모르고 이게 무슨 소리인가 얼떨떨 하게 읽었다. 중반쯤 지나니 이해가 가기 시작했는데, 제대로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은희경은 의외였다. '새의 선물'과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에서 워낙 강렬한 인상을 받아서 그런지 몰라도, 이 단편은 밋밋했다. 윤명제의 '그녀는 감옥에서 나오지 못한다' ... 별로였다.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해녀들의 이야기를 요즘 너무 많이 봐서일까? 왠지 상투적이었다. 송혜근의 '낮보다 환한 밤'... 난 미국에서 사는 한인들 얘기는 정말 별로다. 수지라는 한물 간 여성이 자신의 어린 시절, 젊었던 날들을 그 때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는 앵무새 엔지와 함께 떠올리고.. 하지만 결국은 잔인하게 깨어지는 그 추억. 그런 이야기는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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