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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에선 가끔 하이에나가 된다
조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능력도 있고, 그야말로 얼굴 뒤에 후광이 비치는 것처럼 대단해서, 항상 존경하던 어른이 내 옆에 앉아 궁금했던 것들에 대해 조근조근 얘기해주는 기분이다. 하지만 역시 반쯤 엄숙한 태도는 버리지 않고 말이다. 읽는 재미도 새록새록했고, 몇 번씩 밑줄을 긋고 싶은 부분까지 있었지만 꾹 참았다. (책에는 원칙적으로 낙서하지 않는 주의라서.)
씨네21은 가끔씩 보았지만 편집장이 여성인 줄은 미처 몰랐는데 말이다. 여하튼 대단하다. 그야말로 똑똑하고 능력있고 사교성까지 겸비한 멋진 하이에나씨를 만난 기분이다. 씨네21이 흑자 가도에 올라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시점에서 은퇴한 것도 멋지다. 그것도 자신의 오랜 꿈이었다는, 소설 쓰는 일을 위해.
직장에서의 그녀의 모습도 찬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녀는 여자들에게 좀 더 자매애를 가질 것을 요구하고, 사람 관리를 제대로 하라고 충고하고, 권력욕을 가지라고 말한다. 그녀 자신도 그렇게 했고, 일중독증이라고 불릴 만큼 자신의 일에 몰두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엄마, 나 다섯살때까지 엄마 싫어했어' 라고 얘기하는 여섯살짜리 딸을 얻기도 했지만. 참, 그러고 보면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이제는 회사에서 설거지냄새 풍기는 여자를 이해한다는 저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여하튼 정신없이 몰두하면서 읽었는데, 입에서 나오는 말은 '아- 대단했어, 멋졌어' 밖에 없는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