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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성 정치학
케이트 밀렛 지음, 김유경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1월
평점 :
성 정치학은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지배를 받는 권력으로 구조화된 관계와 배치를 연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구조화된 관계와 배치는 가부장제로 표현되는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며, 그 유지를 위한 전략으로는 이데올로기, 생물학, 사회학, 계급, 경제 및 교육, 폭력, 심리 조종이 있다.
역사적 배경 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프로이트의 성 혁명 반동이었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성을 정신분석에서 중요한 주제로 삼고 있음에도 여성에 대한 분석은 표피에 머물러 있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연구 결과를 성혁명을 저지하는 용도로 사용하였다. 그 이유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책에 언급되어 있는데 ‘12세의 창녀’라는 문구이다. 19세기 유럽에는 아동성착취가 만연하였고 가정 내에서는 물론 친한 남성에게 자신의 아이를 빌려주었기에 그당시 여성의 정신적 문제(트라우마)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프로이트는 그 부분을 덮는 것에 급급했다고 생각한다.
1830년부터 1930년까지 성 혁명 1기는 눈부신 성과를 얻었지만 역사는 언제나 진보하고 반동하는 주기가 있기 마련이고 그 눈부신 성과만큼 반동도 거세었다. 반동기의 나치당은 여성을 군대에 징집된 남자 대신 군수물자와 필수품을 만드는 부품으로 사용하는 것도 모자라 인구 증가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소비에트 연방의 레닌은 오히려 여성의 사회 진출을 돕기 위한 여러 정책과 수단을 만들었지만 스탈린이 집권하여 전체주의 국가로 변모한 소비에트 연방은 레닌이 시도했던 여성에 대한 정책을 모조리 폐기하고 만다.
이러한 여성에 대한 남성의 시대적 반영은 문학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렇기에 문학 비평은 그 시대상과 그 시대가 만들어낸 작가의 사상을 분석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예시로 든 D.H.로렌스와 헨리 밀러의 작품(개인적으로는 작품이라기 보다는 배설물이라 칭하고 싶다)은 여성에 대한 대상화와 계급 인식을 극적으로 보여주며 그 장치로 여성에 대한 살인, 강간, 항문성교,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감사해하는 여성상을 사용한다. 이는 역겹지만 그 시대의 통념이자 남성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노먼 메일리의 경우 여성에 대한 혐오는 작품 속에서 여성 인물들의 대상화와 살인을 통해 드러난다. 그의 작품 속 여성은 남성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이다.
앞서 언급한 작품과 달리 장 주네의 작품의 주인공은 여성, 혹은 여성 이하의 계급인 남창이다. 비참한 상황을 남성의 우월함을 극단적으로 대비시켜 현실과 남성의 폭압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자유와 독립성에 대한 표현과 상징이 있지만 결국 남성의 지배하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시기보다 얼마나 더 많이 나아갔는가. 미투 혁명은 남성 권력의 반발로 사그라들었지만 조금은 더 진보하였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 리부트는 아직 진행 중이라 평가가 쉽지는 않다. 케이트 밀렛이 조금더 건강하게 오래 사셨다면(2017년 영면) 성 정치학 개정판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21세기 작품을 분석하여 구판과 비교했을 때 우리가 어느 정도 진보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더 가야하는지 알 수 있는 지표가 되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적으로 나 자신이 가부장체제 하에서 사회화 과정을 거친 남성이기에 스스로에게 자문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사회적으로 규정된 남성이라는 행동과 언사와 글로 여성에게 굴종을 강요하거나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가. 답은 모른다 였다. 의도적으로 한 것들이 아니더라도 무의식 속에 자리잡은 남성은 은연중에 그랬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 답은 없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언젠가는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첨언 : 상처까지는 몰라도 불쾌감을 표현한 한 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 덕에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ㅇㅇㅇ님 표현해줘서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