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우리와 우리의 결핍 사이에 일종의 장막을 쳐 주어 우리가 지나친 공허함을 겪지 않게 해 준다. 또한 우리가 불안을 직접적으로 느끼지 않게 하고, 불안의 정도를 낮추어 불안이 우리를 잡아먹는 것을 막는다. 이런 의미에서, 의식의 도구라 할 수 있는 언어가 없다면 우리는 애초에 내면의 결핍이란 것을 인식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결핍이 존재하는 한 언어는 결핍을 완화하는 가장 좋은 해독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