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의미를 감당해 낸다는 것은,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깨닫는 과정에서 삶에 대해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외부의 세력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에 의존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 삶의 핵심이 되는 질문의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질문에 명백하고 확실하며 보편적인 답은 없는데, 그렇다고 해서 결코 중요성이 축소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하루빨리 답을 찾아내야 한다. 쉬운 답이 없다고 해서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쉬운 답을 원하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다. 자명하진 않더라도 자신에게 의미 있는 답을 찾으려는 우리의 시도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답이 자기 자신에게는 의미 있더라도 남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답이 우리 마음속의 독특한 열정을 가득 품고 있다면, 우리는 삶을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느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우리가 계속해서 올바른 질문을 제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어떤 방식으로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낼 수 있다면, 우리는 삶을 재건해 낼 도구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며, 내일의 우리는 오늘의 우리와 달라질 것이다. 기질의 부름은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하고, 무언가 잘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이야기의 줄거리를 계속해서 다시 써 나가도록 (적어도 당분간은) 우리를 밀어붙인다. 이 책은 그 부름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일깨워 주는 불가사의한 지령에 관한 것이다.

우리를 고유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태어난 성질이 아니라, 그러한 성질을 타인과 같은 외부의 영향력과 접촉시키는 방식이다. 이것이 정말이지 인간의 삶을 신뢰할 수 없는 이유다. 살면서 어떤 종류의 영향을 마주할지 우리가 미리 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부딪히게 될 삶의 국면을 통제할 수 없으므로,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결코 결정할 수 없다. 이 세상과 어떻게 상호 작용할지에 관해서라면 선택권이 있으므로 우리가 우리 삶의 시인이 되는 임무에 착수할 수 있지만, 이를 전적으로 만족스럽게 준비하고 통제할 수는 없다. 때로 세상은 지독하리만큼 혹독하다. 하지만 따뜻하고 친절할 때도 있다. 다행히도 우리는 경험을 통해 교훈을 배우므로, 세월이 흐름에 따라 우리 앞에 주어진 세상일이 어떻게 될지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실존적 확신에 대한 탐구가 항상 다소 무의미하게 여겨지고, 우리가 마침내 궁극적인 삶의 의미를 찾아냈다고 크게 착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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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3-27 2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호하고 불확정한 시간을 잘 견디는 사람도 있고, 보다 어렵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거예요.
명확한 것들이 좋은 것 같지만, 결과가 확정되기 전의 일들은 불확실하고 그만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점도 있겠습니다.
DYDADDY님, 건강은 좀 어떠세요. 날씨가 차갑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편안한 밤 되세요.^^

DYDADDY 2023-03-27 23:02   좋아요 1 | URL
안정과 불안정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너무 안정에 쏠리면 외부 자극에 둔감해지고 너무 불안정하면 삶이 피폐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양 극단에서 줄타기를 잘 해야겠죠.
아직 목이 살짝 쉰 상태이지만 곧 나아질 것 같아요. 목련이 활짝 피었거든요.
서니데이님도 찬 바람에 고뿔들지 않게 며칠간 따뜻하게 입고 외출하시고 발도 어서 낫기를 바라요. ^^

공쟝쟝 2023-03-27 2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디님 좋아할 줄 알아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딱 대디님 스타일이죠? ㅋㅋㅋ 어려운 건 어려운거다. 쉽게 가려고 하지 말자 ㅋ

DYDADDY 2023-03-27 23:29   좋아요 0 | URL
성 정치학에서 열심히 두들겨 맞고 마리 누님께 치유받고 있어요. ㅋㅋㅋㅋ
그리고 유튜브 공지에 그렇게 써놓으셔서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예전에 댓글로 달았듯이 공쟝쟝님이 라캉을 접하실 것 같았어요. 거기서 조금더 나아가시면 조르주 캉길렘(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도 보실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해봅니다.
공쟝쟝님이 서양철학 마니아 순위권에서 보이기 시작해서 기뻤어요. ^^

공쟝쟝 2023-03-27 23:28   좋아요 1 | URL
캉길렘 푸코 스승 뒤메질 푸코 스승 ㅋㅋㅋㅋ 들뢰즈 푸코 친구 ㅋㅋ 모든 것이 푸코로 통한다 ㅋㅋㅋ 안볼 거 같은데 캉길렘은 라캉 제자인 거 같고 ㅋㅋㅋ 계보 쭉 나오는 거 보니 나 천재 맞나봐요 대디님

DYDADDY 2023-03-27 23:45   좋아요 1 | URL
공쟝쟝님은 영민하신 것 같아요. 글에서 가끔 희미하게 보여주시는 과거를 유추해볼 때 이분 천재인가 라는 생각이 종종 들어요. ^^
요즘 일복이 터졌다고 하셨는데 전보다 조금은 여유가 있어보여 다행이다 싶어요. 일도 공부도 좋지만 혼자 되기의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고 생각해요. 뭐든 꼼꼼히 잘 하시는(책상 정리 제외) 공쟝쟝님이시지만 노파심에 건강 잘 챙기라 말씀드리고 싶어요. ^^

서니데이 2023-03-29 0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DYDADDY님, 편안한 하루 보내셨나요.
이른 봄 목련피는 시기를 좋아하시나요.
며칠 전부터 조금씩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바람이 차가워도 봄이라는 생각이 이제는 많이 들어요.
지난주 날씨가 초여름 같던 시기 보다도요.
건강 빨리 회복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DYDADDY 2023-03-29 01:06   좋아요 1 | URL
다른 꽃은 피었구나 싶은데 유독 목련에 눈이 많이 가고 신경이 쓰입니다. 이른 봄이라는 계절을 굳이 좋아하지 않지만 목련이 피는 시기이기에 매년 이 시기를 기다리게 되요.
저야 시간이 가고 날이 따뜻해지면 쉬이 나을 것이지만 서니데이님의 발은 그러하지 않기에 오히려 걱정입니다.
오늘은 밤 늦게까지 계시는 것을 보니 좋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내일 피곤하실까 걱정입니다. 부디 푹 주무시고 활기찬 아침이 되시길 바라요. ^^

2023-03-29 0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