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 이 책은 자신의 부끄러움과 나약함, 무지함을 대면할 용기가 필요함.


아주 거칠게 표현하자면 책제목이 의미하듯 사랑의 모든 것에 대해 서술하는 책이다. 사랑의 정의부터 시작하여 사랑에 필요한 것, 사랑으로 오인할 수 있는 것, 심지어 신에 대한 사랑까지 다루고 있다.

세상 어디나 사랑을 부르짖는다. 유행가 가사에도, 광고에도, 일상적인 대화에도. 우리는 '사랑'이라는 단어에 중독되어있다. 하지만 정작 사랑이 무엇이냐 라고 묻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그런 질문을 하면 바다를 왜 바다라고 부르는지에 대한 질문처럼 황당한 사람 취급을 받기 마련이다. 저자인 벨 훅스는 사랑을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의 영적인 성장을 위해 자아를 확장하고자 하는 의지'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사랑에 대한 개념은 듣도 보도 못한 것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가장 큰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의지'라는 것은 다름아닌 '의도와 행동'이라는 것으로 사랑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선택'하는 사람만이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사랑은 명사가 아닌 동사이다.

때로 우리는 애정을 사랑과 동일시하여 그것이 충분조건인 것처럼 여기지만 사랑은 애정뿐만이 아니라 관심과 보살핌, 인정하고 존경하는 태도, 신뢰와 헌신, 솔직하고 개방된 커뮤니케이션을 최소조건으로 한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저게 가능하다고? 그럼 지금까지 내가 했던 사랑은 뭐지?'라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그저 몸을 섞고 애정을 나누고 관심사를 함께하는 것만으로는 사랑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다.

관습가족 내의 가족구성원 특히 아이와의 관계에서도 말로만 사랑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사랑을 보여야 일명 '기능장애가족'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부모도 모르는 사이 아이에게 일관된 사랑을 행하지 않을 경우 그 아이는 사랑의 결핍으로 결국 어릴 때 겪었던 고통을 당연시하게 되면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동일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즉 말로만 사랑한다 하지 말고 앞서 정의내렸던 사랑의 개념을 적용하여 사랑을 행하라는 것이다.

벨 훅스는 가부장사회 내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이 사랑에 가까운 개념을 반강제적이지만 습득하게 되어 여성이 남성보다 앞서 기술한 사랑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고 한다. 사실 남성다움이라고 불리우는 것은 무뚝뚝하고 마초적이며 강압적이고 권력지향이기에 사랑이라는 것을 하기 어렵다. 이 점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책이라 불리울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남성의 필독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주로 예를 드는 것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개념인데 이를 화성과 금성처럼 서로의 언어와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일축하기에는 여성의 노력이 무색해지는 지점이다. 여성은 사랑으로 남성을 감화하려하지만 사회적으로 남성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이기에 남성이 무의식적으로 사랑을 거부하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임을 감안할 때 이 책은 오히려 남성이 여성을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인 것이다.

이제 글 제목에 표현했듯 이렇게 좋은 내용의 책을 조금은 비트는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만약 지금의 상대가 혹은 앞으로 만날 상대가 저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의지를 가지고 선택을 했는데 과연 노력만으로 되는 문제인가. 벨 훅스는 이 책에서 그 문제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결국 각자의 선택으로 남게 된다는 점에서 '올 어바웃 러브'가 아닌 '올모스트 어바웃 러브'라고 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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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08 2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으… 이 책에 등장하는 남성성과 관련된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지더라고요. 사랑을 가로막는 건 사회에서 강요하는 왜곡된 남성다움인데… 남자들도 많이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여남 모두 사랑을 하려거든 행동할지라…!!

DYDADDY 2023-03-08 23:24   좋아요 1 | URL
벨 누님의 뼈때리는 글로 이미 가루가 풀풀 날립니다. 남성성에 대한 참고 문헌까지 읽으면 환골탈태가 될 것 같아요. ㅋㅋㅋ

다락방 2023-03-08 2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디님, 공부도 관찰도 사유도 독서도 모두 화이팅 입니다!!

DYDADDY 2023-03-08 22:11   좋아요 0 | URL
올려주시는 페미니즘 책을 당장 보지 못하고 있지만 차곡차곡 쌓고 있어요. 늘 감사합니다. ^^
 

메멘토 모리. 누구나 죽음을 향해 달려가지만 누구도 죽음을 대화하지 않는다. 고유한 장례 의식은 ‘죽음은 가까이 있다‘라는 것을 깨닫게 하고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힘이 되는 반면 죽음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 진작을 위해 물리쳐야 할 적으로 명명되어 병원 한 구석의 보이지 않는 자리로 밀려나 버렸다. 우리는 언제 다시 집 처마에 매달린 근조등을 볼 수 있을까.

친구들이나 낯선 사람들 앞에서 죽음을 화제에 올리면 사람들은 내가 마치 염세주의자나 병적인 정신 상태를 가진 것처럼 대한다. 죽음은 우리 안에 있다. 죽음을 항상 부정적으로 취급하다 보면 죽음에 우리 삶의 매 순간을 고양시키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놓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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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계산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준다는 것은 주는 사람에게 대단한 기쁨을 선사한다. 이 경우 우리는 세 번의 행복을 경험하는 데,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주겠다고 마음먹을 때, 실제로 무엇인가를 건넸을 때, 그리고 시간이 흘러 자신의 행위를 되돌아볼 때 그렇다. 마음이 너그럽다는 것은 대단한 축복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무엇을 줄 때 그들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게 된다. 또한 평화와 어떤 깨달음을 향해 우리 자신이 한층 더 깊이 들어간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_샤론 살스버그

권력의 역학에 빠져 있을 때는 다른 것을 알 필요가 없다. 단지 권력 게임의 규칙만 알면 되는 것이다. 게임의 규칙만 알면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예측과 대처가 가능하다. 하지만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그와 반대로 안전지대가 아니다. 우리는 손해를 감수하고, 상처나 고통을 받을 각오를 할 때에만 제대로 사랑을 할 수 있다. 통제할 수 없는 어떤 힘에 의해 언제든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에야 제대로 사랑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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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 레너가 주연한 드라마로 민영교도소가 주수입원인 가상의 도시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아 동분서주한다는 내용이다. 그렇게 발에 불이 나도록 돌아다니고 중재를 해도 결국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만다. 열심히 뛰어다니는 지친 중년의 모습에 이입이 되다가도 필요 이상으로 나신을 등장시켜 오히려 좋은 내용을 반감시킨다.

다만 10화의 마지막에서 성매매와 폭력적인 성관계로 망가진 아이리스가 마이크에게 '어쩌면 영혼이 다시 자랄 수 있다면'라고 하는 장면이 너무 마음이 아렸다.


Iris : I learned something today. What they took, I‘ll never get back. It‘s like everything they did just got a little piece of my soul. Now there‘s just less of me. And I have to live with that. Or finish what they started. Cut the rest of me away.

Mike McLusky : I learned that, too. So, is that what you plan on doing? Cut the rest of you away?

Iris : I thought about it.

Mike McLusky : What changed your mind?

Iris : I just started thinkin‘, what if your soul can grow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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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의 영적인 성장을 위해 자아를 확장하려는 의지‘

진정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애정 외에도 상대에 대한 관심과 보살핌, 상대를 인정하고 존경하는 태도, 상대에 대한 신뢰와 헌신, 솔직하고 개방된 커뮤니케이션 등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사랑이 무엇인지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나이 들어서도 제대로 된 사랑을 하기가 어렵다. 첫걸음을 잘못 떼면 엉뚱한 길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자신의 모든 감정을 투자하는 현상을 ‘카섹시스cathexis’라고 부른다. 스캇 펙은 자신의 책에서 많은 사람들이 카섹시스를 사랑으로 잘못 알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자신이 어떤 사람과 강력한 감정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 사람이 상대에게 상처를 주거나 학대하는 행동을 하면서도, 자신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카섹시스 상태에 있기 때문에 자신이 느끼는 것이 곧 사랑이라고 믿는다.

부모들은 자식에게 언어폭력과 육체적인 폭력을 가하고, 자긍심 대신 자기 비하와 열등감을 심어주고, 자식의 감정과 정서를 존중하는 대신 무시하고 조롱하면서도 그게 다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아이에게 주입한다.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자기 가정에 사랑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믿기를 두려워한다. 이런 성장 과정을 거친 사람들은 스캇 펙이 정의한 사랑의 개념을 받아들이기를 두려워한다. 그 정의를 받아들이게 되면 우리 사회 대부분의 가정에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는 셈이기 때문에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무서운 것이다. 따라서 학대나 모욕을 좀 당하더라도 그것이 그다지 나쁜 것은 아니라고 믿게 만드는, 잘못된 사랑의 개념을 고수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정에서 언어적, 육체적 폭력이 빈발하든 뜸하든 간에, 자기가 자랐거나 현재 함께 살고 있는 가족에게 그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애써 부인하려는 심리가 더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 시절의 경험을 비판적으로 돌아보고 그 경험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제대로 알려면 자기치료 책자나 심리치료를 통해서 눈을 뜰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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