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증후군은 인질이 인질범에게 유대감이나 사랑을 느끼는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증후군이다. 스톡홀름 증후군 발생의 필요조건은 4가지로 주관적 생존 위협은 인질이 주관적으로 생존 위협을 느끼며 인질범이 그 위협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며 주관적 친절은 인질이 공포 상황 속에서 인질범이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다고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고립은 고립은 인질이 인질범이 아닌 타인의 시각으로부터 차단되어 고립되는 것이고, 주관적 탈출 불가능성은 인질이 주관적으로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저자는 여자을 인질, 남자을 인질범으로 대입하여 개인으로서 그리고 집단으로서 여자의 스톡홀름 증후군을 유발하는 조건들을 설명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여 남자에게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여자는 남자에게 탈출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쉽게 답하기 어려운 이유는 유사 이래로 그러한 예가 없기 때문에 저자는 페미니즘 SF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 대안은 ‘공간 마련하기, 역사 기록하기, 우리 편 챙기기, 빠삭해지기’이다. 저자는 이 대안 중 하나 이상을 연결할 때 각각의 페미니즘 운동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지며, 이러한 여자들의 저항과 불복종이 쌓이고 쌓여 마지막 지푸라기가 얹어지는 순간 가부장제가 무너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보며 여러 생각을 했었다. 여자들은 왜 저 살인을 여성 혐오 범죄라고 하는가. 그리고 왜 남자들은 그러한 여자들을 집요하게 공격하는가. 경찰 조사에서 범인은 피해자 선정을 여자 한정으로 고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개인 위생이 불결하여 음식점 서빙에서 주방 보조로 옮겼는데 아무 이유없이 여자가 자신을 음해하여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살인의 이유였다. 과연 남자가 피해자였을 수 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그 살인 사건은 여성 혐오 범죄가 맞다고 생각했고 남자 동료와 언쟁을 하기도 했다. 그당시 언쟁의 내용은 ‘그럼 모든 남자가 잠재적 범죄자라는 것이냐’였는데 지금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남자는 여자에 대해 인질범이다’라고.

이 책을 읽으며 자괴감을 느끼기도 하고, 북플에서 여자 지인분들과의 댓글 장난에도 끼어들지 못했다. ‘모든 남자’에는 나도 포함되기에 북플을 그만두는 것이 나은 선택이 아닐까 라는 자문도 했었지만 다행히 저자는 마지막 글에 희망을 남겨놓았다.


언젠가는 우리가 그저 살아남기 위해 남자를 사랑하는 걸 그만두는 날이 오리라는 희망으로 본 장을 끝맺으려 한다. 그날이 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다른 여자를, 상호 간에 힘이 되는 관계를 우리와 함께하기로 선택한 남자를 사랑하면서 그 사랑으로 아주 잘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어 주신 독자 여러분이 자기 삶을 돌이켜 생각해보고, 생각을 바탕으로 행동에 나서주시기를 바란다. 그러다 보면 권력이 공평히 분배되는 가모장적 체계라는 비전이 성큼 현실로 다가오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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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4-25 20: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댓글이 뜸한 이유가 이 책 때문 이었습니까!! ㅎㅎ

DYDADDY 2023-04-26 00:01   좋아요 0 | URL
남송(남자라서 죄송)에 익사하기 직전이라 특히 성에 관련된 글에는 댓글을 달기 힘들었어요. 마지막 문단이 아니었으면 그대로 익사했을지도 모르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4-25 2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댓글이 뜸하셔서 혹시 무슨 일 있으신가 염려하고 있었어요!! 대디님 댓글이 보이지 않으니 허전합니다😭 책 내용에 대한 깔끔한 정리도 마지막 인용구도 참 좋네요. 특히 이 부분이요. “상호 간에 힘이 되는 관계를 우리와 함께하기로 선택한 남자를 사랑하면서 그 사랑으로 아주 잘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좋은 건 두번 보기!! (떠나지 마세요 대디님ㅠㅠ)

DYDADDY 2023-04-25 21:31   좋아요 2 | URL
글이 매끄럽지 않은 이유는 책에 거론된 과격한 표현에 대한 내용을 들어내서 그래요. 그리고 이렇게 다정하고 재미있는 분들을 어떻게 떠나나요? ㅎㅎㅎ
이 책을 읽은 느낌을 비유하자면 사장이 자본론을 읽고 직원들에게 지금까지 착취했던 것을 알았으니 이제 회사 문을 닫는다 라고 했을 때 느낄 황당함과 절망같다고나 할까요. 저 혼자만 느낄 수는 없으니 짝궁님께도 추천드려요. 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4-27 10:00   좋아요 1 | URL
후후후 짝꿍에게 여성주의 서적을 꾸준히 읽힌 결과 이 책을 알아서 사오게하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둘 다 아직 안 읽었지만요!!) 꼭 읽어보겠습니다!!!

잠자냥 2023-04-25 21: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종종 이해할 수 없는 게 많은 남자들이 스스로 자기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다고 분노하는 모습인데요, 사실 자신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거리를 두고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본인 스스로 그럴 일이 결코 없다면 그렇게 기분 나쁠 일인가….??

북플에서 성적 농담은 조심스러우실 것 같습니다. 저도 제가 남자였다면 다락방님하고 그렇게 못 놀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 큰일 남 ㅋㅋㅋㅋ

다락방 2023-04-25 22:03   좋아요 2 | URL
아니.. 그렇게가 어떻게죠? 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ㅌㅌ 저 너무 공식적으로 19금 중년됐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4-25 22:09   좋아요 1 | URL
ㅇㅇㅋㅋㅋㅋㅋㅋㅋ

DYDADDY 2023-04-25 22:36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 이 책에서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 중 하나가 ‘주관적‘이에요. 남자의 시각에서 범죄자는 여자의 시각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꼭 범죄가 아니더라도 여자에 대한 미세가해는 숨쉬듯이 일어나고 있지만 남자는 인지를 못하거나 어물쩍 넘어가려는 습성이 있지요. 책에서 여자가 받는 일상적인 가해를 남자가 당한다면 이라는 부분에서 깊이 공감했어요.
성적인 농담이나 성에 관련한 글의 댓글은 앞으로도 조심하려고 해요. 댓글을 안달겠다는 것이 아니라 수위를 조절하며 은유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지요. ㅎㅎㅎ

DYDADDY 2023-04-25 22:3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 19금은 아니에요. 거기에 더하기10을 하셔야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젤소민아 2023-04-27 0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의 내용은 잘 모르겠으나 (아직 안 읽어서요)...제목과 부제만 보고 든 이미지 하나는...

데이트하다 갈라지거나 결혼이 깨지면 엑스 여친과 엑스 와이프를 스토킹하고 가해하는 남자는 많은데 (기사에서 보면요)...여자는 상대적으로 적(저는 본 기억이 없네요)다는 거죠.

남자가 더 ‘미련‘적인 걸까요.
아님, ‘소유권‘ 면에서 남자가 더 적극적이란 뜻일까요.

이 책은, 여자가 남자를 사랑해서...인질이란 건가요?
아무래도 읽어봐야겠습니다!

아무튼, ‘여자는 남자의 인질이다‘란 제목이 묘하게 확 다가오네요.

DYDADDY 2023-04-27 09:43   좋아요 1 | URL
스톡홀름 증후군의 인지부조화를 여자라는 개인과 집단에 적용하여 폭압적인 가부장제도와 남성의 정신적, 물리적 폭력에 순응하는 것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인질과 인질범의 관계 도식으로 표현되기에 비유적인 제목입니다. 래디컬 페미니즘에 대한 책이니만큼 염두에 두시고 읽으시는 것이 좋아요. ^^

고양이라디오 2023-04-27 12:36   좋아요 2 | URL
남자가 더 폭력적이라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