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그에게 휘둘리는가 - 내 인생 꼬이게 만드는 그 사람 대처법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이세진 옮김 / 부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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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 아니라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확인 한 것은 내 주위에 있을지 모를 심리 조종자의 존재 유무가 아니었다. 오히려 나 자신이 누군가에게는 심리 조종자의 자리에 있는 불편하고 불쾌한 존재는 아닌가 하고 돌아보았다. 한참을 읽고 난 후에야 "나는 심리 조종자가 아니다"라고 확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 후에야 주변에 있을지 모를 심리 조종자들로 시선을 돌렸다.
 이 책에서 말하는 심리 조종자는 작게는 인생에 불편을 끼치고 크게는 인생을 망칠 수도 있는 위험인물들을 가리킨다. 그들은 교묘한 수법을 통해 끊임없이 우리를 휘두르려 든다. 마치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어린 아이처럼 주변 사람들의 삶을 좀먹어 들어가는 것이다.

 나의 경우, 스스로의 잘못 가운데 가장 용납하기 힘든 것은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것이 고의건 고의가 아니건 그게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면 망설임 없이 그만둔다. 이런 내게 다른 사람을 일부러 곤란하게 하고 불편하게 만들며 심지어 괴롭게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이해가 불가능한 영역에 있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 가운데 누구를 붙잡고 물어도 그런 사람 하나나 둘 정도는 알고 있을 만큼 마치 '괴롭히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것 같은' 사람들은 무척 흔하다. 기억해야 할 것은 나처럼 '그런 사람들이 있다니 믿을 수 없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간단히 심리 조종자들의 수법에 넘어간다는 거다. 
 
 허걱, 이제 심리 조종자에 대한 일은 남일이 아닌 나의 일일지도 모를 일이 되었다. 결국 이 책을 편 자리에서 끝까지 내리 읽을 수밖에 없었다.(나 조종당한거 아닐까?)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업무의 고충보다 인간 관계에서 오는 감정 노동으로 더 힘들어 한다는 사실은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기정사실이다. 연애는 물론 심지어 가족 관계에서도 거의 중노동이나 다름 없는 감정의 소모로 힘들어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니까 이 책은 작게는 사소한 감정 노동에 지친 사람들부터 집요하고 끈질긴 괴롭힘으로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그리고 단순한 위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치료 혹은 해결로 가는 하나의 길을 열어줄 수 있을 지침서가 되어준다.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거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심심치 않게 듣게 되는 말임에도 들을 때마다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왜?
그럴거면 좋아하지 않아서 불만을 가질 게 아니라 미움받지 않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 아닌가?
 심리 조종자가 연인이라고 한다면 그의 생각은 이런 식이다.
"나는 너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지만, 너는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안돼."
흔히 이런 상태라면 두 사람은 헤어지는 게 보통일 것 같다. 그러나 심리 조종자는 교묘하고 억지스러우며 말도 안되는 생각을 받아들이도록 유도함으로써 헤어질 수 없게 만든다.
 
 이 책은 다양한 형태, 방법으로 심리를 조종하는 것으로 우리를 괴롭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시에 그 괴롭힘과 괴로움의 악순환을 끊어낼 방법을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자만하는 것 같지만 나 스스로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하는 편임에도 어떤 사람들의 말이나 태도는 순간순간 마음 속으로 파고들어 무의식의 깊숙한 곳까지 위협하도 뒤흔든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유로 자살을 선택한 이들이 느꼈을 괴로움은 상상할 수 없을만큼 크고 극복할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었을 수도 있겠다며 얼마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책 속의 심리조종자들, 우리를 괴롭게 만드는 사람들의 태도는 흔히 소시오패스라고 부르는 사람들과 많은 부분에서 유사해 보인다. 그들은 피해자의 괴로움을 이해하지도 공감하지도 못한다. 그저 자신의 의지와 감정을 우선 시하고 내키는대로 행동하는 거다. 이런 행위는 명백한 폭력이다. 모르는 것에는 대처하기가 더 어려운 법이다. 특히 교묘하게 벌어지는 정신적 폭력은 더더욱 알아채기 힘들고 대처하기도 어렵다. 
 저자가 이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알리기 위함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사실 이런 책이 필요없는 세상에 살고 있었으면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책이 필요한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모든 문제의 해결은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심리 조종자들은 실제로 존재한다. 그리고 이제는 그 괴로움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우리 모두는 행복을 꿈꾼다. 물리적인 행복은 물론 심리적인 행복도 소중하다. 절대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겠지만 지금까지 아무 것도 모르고 그저 당해왔던 이들에게 이 책은 하나의 커다란 전환점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권위와 위계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국 사회 풍조는 이 책을 통해 심리 조종자의 존재를 확신했다고 해도 쉽사리 해결에 나설 수 없도록 만드는 방해 요소로 작용할지 모른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심리 조종자들은 그러한 사회적이고 관습적인 제약들까지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당장 방법이 없다고 손을 놓고 포기할 수는 없다. 정체를 알고 대처의 방법을 알았다면 갑자기 벗어날 수는 없다고 해도 막연하고 불분명하며 모호해서 오히려 더 불안했던 상태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제야 문제 해결로 나아가는 출발 지점에 서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때로는 시작이 거의 모든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저자는 피해자인 당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사실이고 옳은 판단이다. 그러나 잘못이 없다고 아무 것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른 누구의 문제도 아닌 바로 당신의 문제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심리 조종자들은 피해자들의 착한 심성, 여린 마음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사람의 선함을 악용하는 이들을 언제까지고 용인하고 용납할 수는 없다. 이 책은 하나의 계기다. 우리는, 당신은 소중하다. 누구도 당신에게 상처줄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 
 당신을 괴롭히는 사람, 조종하는 사람이 당신보다 높은 자리 혹은 강한 사람처럼 보여서 주저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저자는 거듭해서 심리 조종자들의 정체는 '미숙한 어린 아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그들을 바로 알고, 그들의 행위와 말을 바로 볼 수만 있다면 더는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고 말이다. 오히려 그들의 미숙하고 어리석은 모습에 웃음이 날 것이라고 말이다. 

밑줄 긋기

  57쪽

 - 이기적인 사람, 무능한 사람, 못된 사람으로 보일지 모른다는 두려움

 -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버림받거나 거절당하는 데 대한 두려움


 인간은 무리를 지어 사는 동물이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 애정과 지원을 잃는다는 생각만으로도 금세 참을 수 없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심리 조종자와의 관계를 쉽게 정리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애정'을 잃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런 것은 애정이 아니라 집착이고 미련이다. 가짜 애정을 지키기 위해 삶을, 소중한 인생의 전부가 위협받는다는 건 말도 안 된다.

 94~95쪽

 심리 조종자와의 관계를 모두 끊고, 간접적으로라도 해결해야 할 문제를 남기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멀리 이사를 가야만 안전과 평화를 되찾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을 지키는 법, 조종에 넘어가지 않는 법, 심리 조종자를 상대하고 다스리는 법을 배운다면 분노가 솟구칠 때에도 그 관계의 마지막 폭죽이 터지는 모습을 보듯 재미있게 구경하는 입장에 서게 될 것이다.

 

 

 이사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거의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는 상실감에 시달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극단적으로 보이는, 혹은 불가능해 보이는 선택이 필요할 수도 있고 어쩌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난 후에는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이 될 것이다 

 104쪽

 이 약탈자의 지배와 싸우는 최선의 방법은 더 이상 그를 대단하게 보지 않고 만만하게 넘어가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그를 대단하고 사악한 존재처럼 묘사하지 말자. 그의 행동을 완전히 꿰뚫어보고 나면, 무섭지도 않고 호락호락 넘어가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그때부턴 그가 무슨 짓을 해도 그냥 우스워 보일 뿐이다.

 


 종이 호랑이의 정체를 알아채고 난 후에는 어린 아이도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 법이다. 결국 심리 조종자들은 그럴듯하게 보이는 종이호랑이 같은 존재라는 이야기다. 그저 미숙한, 그렇고 그런 존재라는 거다. 불쌍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는 그저 그런 존재.

 170쪽

 세상에는 자기가 괴롭힘을 당하는 이유를 알아내려고 헛되이 애쓰고 괴로워하는 사람이 수없이 많다. 그러나 대부분은 괴롭힘의 이유가 사소하고 유치한 핑계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짐작조차 못한다. 그토록 커다란 미움이 가당키나 한가? 당신이 뭘 어쨌다고 그렇게까지 괴롭힌단 말인가? 이런 물음들은 이성적으로 해명되지 않는다.

 


한 마디로 그들을 이해하려는 그 어떤 노력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들은 그저 그렇게 하고 싶으니까 하는 거다. 애초에 이성적인 기준이나 이유가 없는데 그들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건 그야말로 쓸 데 없는 곳에 기력을 낭비하는 일이 된다. 그러니 그냥 내버려두자.

 183쪽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자기주장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이기적인 사람, 무능한 사람, 부도덕한 사람, 배은망덕한 사람으로 보일까봐 두려웠던 적이 한 번도 없는 사람이 있을까. 폐를 끼치거나, 남의 심기를 거스르거나 상처를 줄까 봐 망설여 본 적 없는 사람이 있을까. 갈등, 결별, 보복에 대한 두려움은 아주 흔하다. 그래서 밖에서 보면 이러한 두려움을 어리석다 말할 수 있겠지만, 잠깐이라도 이런 감정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객관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바라본다는 것, 한 걸음 떨어져서 지켜본다는 것은 말로 하기는 쉽지만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거의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 속에서 여러 차례 마주하게 된다. 그런 두려움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것이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요청해도 괜찮은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심리 조종자들은 그것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그렇기에 그것마저도 이용하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 비겁하고 비열한 일이다. 혼자서 극복할 수 없다면 도움을 청해도 조금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199쪽 

 당신이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 심리 조종자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면 여기 희소식을 전한다. 당신은 이미 해방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정신적 지배에 대한 치료는 다음 과정을 거쳐 피해자에게 그러한 인간관계이 주요 요인들을 가르쳐 주는 것부터 시작한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다. 

 220쪽

 나는 지배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 '의심, 두려움, 죄의식'이라는 지옥의 악순환을 쉴 새 없이 깨뜨리고자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다시 말해, 나의 생각을 명확히 하고 기본적인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 나 자신을 보호하며 나의 미래를 스스로 책임질 것을 약속한다.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에 자신을 구할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자신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도움을 줄 수 있을 뿐이다. 결국 마지막 한 걸음은 홀로 걸어야 한다는 말이다.

  259쪽

 당신은 이제 아무에게도 고백할 수 없는 당신 자신의 가담과 동조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다. 당신은 너무 친절했고, 너무 자신만만했고, 너무 자기주장을 할 줄 몰랐고, 너무 좋게만 넘어가려고 했다. 그러니 이제 확실하게 결심해라. 앞으로 친절에도 한계를 두고, 다시는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으며, 헛된 약속에 매이지 않겠다고.

- 중략 - 

 나에 대한 존중은 남에게 부탁해서 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챙겨야 하는 것이다.

 


 앞서 했던 말을 거듭해야겠다. 

마지막 한 걸음은 스스로의 몫이다. 잘 알고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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