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 교양강의 돌베개 동양고전강의 10
우치야마 도시히코 지음, 석하고전연구회 옮김 / 돌베개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나는 동양인이지만 서양철학보다 동양철학이 더 낯설게 느껴진다. 이것은 무엇에서 기인한 결과인지 확실히는 모르겠다. 이런 나를 본다면 순자는 뭐라고 말했을까?

세상의 인식에 휘둘려 과거의 유물과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헛것을 좇는다고 호통을 치지는 않았을까?

이 책은 순자가 사상사에 등장하던 시대에서 시작해 순자의 사후에 일어난 사상의 변화까지를 풀어 적고 있다.

순자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 분명히 알려지지 않은 사상사의 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순자하면 떠올리는 것이 성악설이다. 한비자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진()나라의 재상이었던 이사와 한비자가 그의 제자라는 사실과 성악설 정도가 내가 알던 순자에 대한 전부였다. 순자가 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지인들에게 물어본 것이 두어 가지 있다. 하나는 이사와 한비자가 순자의 제자였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순자의 성악설이 서양의 성악설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진나라 재상이었던 이사가 추진한 전제군주제에 가까운 통치와 강력한 법치를 주장하며 법가의 사상체계를 완성했다고 일컬어지는 한비자와의 연결 고리를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건 알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한 몫 했겠지만 무엇보다 똑같이 생긴 문자로 되어있으니 의미도 같지 않겠느냐 하는 편견이 가장 큰 기여를 했을 것이다.

 

 

순자의 성악설 뿐 아니라 맹자가 제창한 성선설 또한 서양의 성선설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 원인은 물론 의 존재 유무에 있다. 동양에는 절대 신이라는 개념이 없었고, 선과 악은 상대적인 개념에 불과했으며, 절대적인 선도 절대적인 악도 없었다. 예와 덕을 통해 선을 회복하려는 노력이야 말로 학문을 닦고 수양을 쌓는 목적이었던 것이다.

 

순자가 활동했던 시기는 전국시대 말기로 대단히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순자는 그런 혼란한 세상을 보며 현실에서 도덕규범이 지켜지지 않는 것을 악으로 규정했고, 선악은 대립하지 않는 상대적인 것이며, 시대의 질서에 부합하는 것이 선이고, 부합하지 않는 것이 악이라는 가변적인 상태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순자는 모든 이가 평등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군군신신부부자자라는 말처럼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아들처럼 높고 낮음이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선하다고 하며, 혼란한 채 조화되지 않는 상태를 악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깊은 내용으로 들어가면 제목이 울고 말테니 순자의 사상은 이정도만 들여다보기로 하자.

저자의 말을 들어볼까?

 

저자는 순자를 단순한 유자나 제자백가의 사상가 중 하나라는 위치에서 최후의 자유인이자 제자백가의 종결자로 높이면서 공자나 맹자의 사상을 봉건제를 옹호하고 소극적 개혁에 그치려한 구태의연한 것이라 말하고 순자야말로 시대의 흐름을 바로 바라봤던 현자라 한다.

마흔도 넘은 늦은 나이에 느닷없이 사상계에 등장해 과거를 동경하고 권력을 탐하기보다 시대를 앞서 바라본 인물이 바로 순자였다. 하지만 그런 순자의 사상을 올바르게 계승, 발전시킨 제자가 없다는 건 커다란 아쉬움을 남긴다. 순자의 사후에 순자의 사상은 세파에 희석되고 시대적인 상황(진시황의 분서갱유와 같은 탄압)에 의해 점차 퇴색되어가다 본래의 특성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 결과가 공자, 맹자의 사상을 위로 보고, 순자는 가볍게 여기는 현대의 태도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떠올린 의문은 제목에 대한 것이었다.

순자씩이나 읽느냐며 빈정대는 지인에게 "에이~ 제목에 교양이란 말이 들어가니 교양 수준으로 읽고 해석하고 받아들이면 되는 거야." 라고 우스개 삼아 내뱉은 답에 전적으로 상반되는 의문을 떠올리고 말았던 거다.

분명 저자는 교양 수준이 아닌 학문적 탐구를 목적으로 적은 것이 분명해 보였고, 순자의 사상에 대한 애착과 가치에 대한 평가도 결코 작거나 낮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증거로 개정판에 최신의 정보라 할 수 있는 논문의 내용을 보태고 순자를 전적으로 옹호하는 논의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공자나 맹자와는 달리 연구자의 수나 연구의 깊이가 상대적으로 얕고, 그 결과 평가 절하된 순자의 견해와 혜안을 돌아보기에 이 책은 큰 도움이 되어준다.

단순한 예로 순자의 성악설의 본질적 주장이나 순자의 제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알게 되지 않았나.

이 책을 교양으로 읽던, 학문 연구의 단초로 읽던 그것은 읽는 자의 자유에 달렸다고 본다.

하지만 일단은 교양이라고 적어뒀으니 교양을 쌓는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읽어보는 건 어떨까?

 

 

작은 불만을 토로하자면, 저자의 후기에 표지에 관한 언급이 있는데 한국판 표지에는 실리지 않았던데, 그것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은 아쉬웠다. 무슨 상인지 궁금했기에. 성악설을 제창한 순자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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