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는 괴물이 산다 - 불안과 콤플렉스에서 탈출하는 자신감의 심리학
한덕현 지음 / 청림출판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동화를 보면 괴물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괴물이라 함은 괴수 같은 원래부터 괴물이었던 존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괴물은 저주 받은 왕자라든가 하는 식으로 그려져서는 외견이 아니라 내면으로 사람을 살필 줄 알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곤 하는 거다.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원죄에 구속되는 악한 근원을 가진 존재라고 믿는 서양에 비해 동양에서는 인간을 본래는 선한 존재로 보는 시각이 좀 더 보편적이다. 그래서 날 때부터 악인은 없다.”라든가 하는 말이 공감을 얻게 된다.

 

이 책은 제목부터가 괴기스럽다. 마음속에 사는 괴물이라니, 그런 게 있더라도 극구 부인하고 싶다. “난 천사라구!”하는 억지 주장이라도 펴고 싶어지는 거다. 어차피 저주받은 왕자가 아닌 걸 아는데 여기서 마음속에 괴물까지 기르고 있음을 인정해야 하다니, 이렇게 비극적일 수가.

 

하지만 겁먹을 것 없다. 우리가 저주받은 왕자가 아니란 건 확실하지만, 우리 마음속에 산다는 괴물은 그저 저주받은 왕자였던 것으로 밝혀질 여지가 있다. 아직 여지지만 말이다.

 

어떤 책들은 그 전까지 읽었던 책, 배우고 익혔던 지식을 다른 면에서 보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전환은 어떤 연쇄를 일으키면서 그 다음에 읽게 되는 책에 대한 해석도 달라지게 한다. 사고의 전환이란 생각보다 쉽게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전환이 삶의 가치를 바꾸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책 한 권 읽은 것으로 지금까지 생각하고 믿어왔던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에 의문을 제기한다. “네 믿음이 그것 밖에 안 되었는가?”하며 의심의 눈초리를 던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 눈초리에 위축 될 필요는 없다. 좁다란 생각의 우리에 갇혀 사는 것보다 막막하더라도 넓은 생각의 초원을 헤매는 편이 낫다.

 

초원을 헤매는 관점에서 괴물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 괴물은 하나의 가능성이다. 그 가능성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삶은 크게 그 형상을 변화시킨다.

 

이 책은 마음속에 사는 괴물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소소한 지침을 일러준다.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이런 건 어때? 하고 물어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내면심리의 영향 하에 살아가지만 그 가운데 운동선수는 좀 더 유난스런 축에 들어갈 것이다. 잘 나가던 선수가 어느 날부터 갑자기 슬럼프에 빠진다던가, 어떤 팀이 징크스에 시달린다던가 하는 말은 이제 일반인에게도 무척 익숙해서 당연하게까지 느껴진다.

그리고 자신의 심리, 마인드 콘트롤에 얼마나 능숙한가가 A급 선수와 B급 선수를 가르게 되는 분수령이 되기도 한단다.

 

이 책의 저자는 스포츠 정신의학 전문의다. 스포츠 정신의학은 그 효과에 비해 아직까지 인식이나 필요성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많은 팀이 선수의 멘탈에 대한 지원을 해주지만 아직까지는 덜 체계적이고, 덜 전문적이라는 것이다.

운동선수들의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일반인이 읽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더 효과적일지 누가 아는가?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으니라는 말이 아니더라도 이 책이 완전히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 오히려 당연한내용이 들어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읽었다.

하지만 요 전에 읽은 어떤 책들의 영향으로 이 책은 달리 해석될 기회를 얻었다.

생활화 하지 못한 것, 이루지 못한 것, 내 것이 아닌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 대략 이런 느낌의 표어를 머릿속에 넣어두고 읽어나갔다고 하면 적절할 것 같다.

완전히 신뢰하지는 않지만, 이미 아는 것을 다시 적었을 뿐이라고 허투루 보지 않겠다는 나름의 결심인 거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의 근원은 희미하거나 확고하지 못한 정체성에 있다. 그래서 일까? 이 책은 그 정체성을 정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부터 자신의 감정을 바로 아는 방법과 그 감정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방법들이 절대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런 점은 사실 다른 심리학 책들과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하다. 다른 책에서도 그러던 데가 되어버리면 세상에 달리 보일 책은 단 한 권도 없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운동선수라고 하면 피겨 여왕 김연아가 있다. 김연아는 올림픽 금메달을 딴 후 피겨의 정점에 올라 더는 오를 산이 없는 산악인 같은 모양새가 됐다. 이 이상 힘을 내도, 노력해도 더 얻을 것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김연아는 피겨의 세계로 다시 돌아왔다. 무엇이 김연아를 움직인 걸까?

 

책에서는 김연아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깨달음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부정적 감정의 되새김질에서 벗어나, 물질적이고 사회적인 풍요, 혹은 주목이라는 외부 세계에서 부여하는 가치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자신의 정체성에 부여한 내적 가치를 추구하게 했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피겨가 좋아서, 하고 있으면 즐겁기에 돌아왔다는 이야기다.

 

어른들은 말한다. 어른들 뿐 아니라 세상은 말한다. 사람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수는 없어. 하지만 어떤가? 우리가 정말 부러워하는 사람들 가운데 정말 좋아서 기꺼이 사서 고생을 하고 있는 사람이 적잖은 건 왜 일까?

 

우리 마음속에 산다는 괴물은 용사가 되어 무찌른다거나 배제해야 할 악이 아니다. 그 괴물 역시 또 하나의 나인 거다. 그리고 조금만 더 알면 화해의 여지는 언제나 열려있다.

내 마음 나도 몰라.”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혼란스러울 때면 늘어놓곤 하는 대표적 변명들이다.

지금 모른다 해서 언제까지나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미리 결정지을 필요는 없다.

내면과의 갈등을 해결해 가다 보면, 외부와의 갈등에도 돌파구가 열리게 된다.

두렵다고 피하려 하지 말고, 지금부터 조금씩이라도 알아가는 것이 어떻겠나?

이 책의 말미에 '괴물지수'테스트가 있으니 해보시길.

"당신의 괴물은 안녕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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