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크리스 임피 지음, 이강환 옮김 / 시공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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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번인가 실패를 거듭했던 나로호의 발사에 드디어 성공했다.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고, 기뻐했고, 기대에 부풀었으리라.


 1992년 8월 우리나라는 <우리별 1호>의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최초의 인공 위성을 보유하게 되었고, 지금은 다양한 목적으로 쏘아올린 여러 개의 인공위성을 거느린 나라가 되었다.

 듣자하니 나로호의 활동 기간은 1년, 활동 내용은 우주 방사선량과 이온층 등 우주 환경 관측 임무와 함께 탑재하고 간 기술 부품들의 우주에서의 원활한 작동 여부의 테스트라고 한다.

 이번 나로호 발사 성공에 더하여 정부가 내놓은 포부는 2020년 달탐사다.


 사실 인간이 어떤 이유로 우주로의 진출을 갈망하는지 난 이해할 수 없다. 알면 알수록 불확실함이 늘어나는 괴상한 진리가 우주 속에는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때가 많기 때문인데, 정말 우주의 진실이 밝혀질 날이 오기는 할까? 

 내게 우주는 진실이나 진리를 감추고 있는 거대한 장막이라기 보다, 감상적인 로맨스의 대상일 뿐이라 탐구하는 것으로는 그 정체를 밝힐 수 없는 존재같이 느껴지는 거다.


 우주를 소재로 한 책은 참으로 많다. 칼 세이건 같은 몇몇의 유명인 덕일 수도 있겠으나, 어쨌든 우주와 천문학은 어느 정도 대중화에 성공한 과학의 한 분야인 것 같이 느껴진다.

 시간이나 역사를 다루는 책에서 우주의 기원과 신비는 빼놓을 수 없는 소재로 등장한다.


 내가 읽었던 책 중 <거의 모든 것의 역사>나 <지식의 역사>에서도 우주는 중요한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었다. 출간 일이나 자료 등의 면에서 앞에 얘기한 두 권의 책은 최신의 정보에 뒤떨어지는 것 같았다. 뭐, 내가 늦게 읽은 탓이지만 특별히 개정을 통해 최신 이론들을 더할 의지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으리라. 

 그런 점에서 이 책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는 강점을 지닌다. 최신의 관측 기록과 밝혀지고 증명 된 이론들, 사장 된 이론들을 자세히 적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왜 '명왕성'은 태양계에서 퇴출 되었는가?

보이저 2호 위성은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가?

블랙홀은 무한히 성장하는 재앙의 상징일까?

우주는 진공 상태로 텅 비어있다고 하는데 그말은 진실일까?


 이 책은 여러가지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대단히 전문적인 입장(천문학자)에서는 초보적이고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적당히 관련 지식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이나 우주에 대한 호기심에 이끌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사실들을 일러줄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천문학자가 쓰고, 천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번역했기에 용어의 불분명한 사용이 없어 혼동될 염려도 적다.


한 마디로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 책이란 말이다.


 우리나라의 우주에 대한 관심 이야기를 하다 만 것 같은데, 첨성대의 경우를 보면 옛날에는 뭔가 봉화? 비슷한 용도로 배웠다가 언젠가 하늘을 관측하기 위한 건축물로 수정된 것 같은 기억이 남아있다. 

 좁은 범위의 하늘을 관측하기 위해 되도록이면 더 짙고 깊은 어둠을 원했던 모양이다. 무척 과학적인 근거로 뒷받침 되는 건축물인 셈이다. 


 좁은 범위의 하늘 이야기가 나왔으니 덧붙이는 말이지만, 우주에 대한 관측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점 더 미시적인 관점에서 우주를 관측하고 분석하려는 욕망이 커졌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아주 좁은 범위라고 밖에 생각 할 수 없는 공간 속에 상상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은하'가 존재하고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그 은하가 작은 것은 우리 은하의 수십 분의 일의 크기에 불과하지만, 큰 것은 수 백 수 천 배의 크기를 가지고 있다면?


프랙탈 이론이니 뭐니 하는 것들을 바탕으로 아주 작은 공간의 구조가 전 우주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전제들 속에서 미시적 세계(작다고 할 수 없지만)의 탐구에 열을 올려가는 거다.


 위에 적어놓은 몇 가지 물음 중에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우주는 텅 비어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텅 비어있기는 커녕 수 없이 많은 은하를 창조하는데 들어간 우주의 성분은 3할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머지 7할은 여전히 에너지의 형태로 우주에 퍼져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 이름이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라고 하는데 솔직히 확실한 실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우주는 무척 뜨겁다. (이것도 놀라운 사실이다)

붉고 밝아야만 뜨거운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내 상식을 간단히 부수어 버렸다. 검고 어둡더라도 그 공간은 상상 할 수 없을만큼 높은 온도를 가질 수 있다. 


 이렇게 책 속에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가득했다. 공부라든지 지식의 확장을 위해 읽은 책이었다면 내 머리가 먼저 빅뱅을 일으키면서 시원의 우주와 같은 안개 가득한 혼란에 빠졌을 것이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그러니 질문은 책을 통해 스스로 해결하세요) 


 처음의 나로호 이야기로 돌아가자.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로호 발사의 성공을 보면서(나로호의 활동 기간과 목적을 보면서), 많은 의문을 떠올렸다. 

흐음, 과연 10년이 넘는 연구 기간과 5000억 이상의 연구 비용이 적절한 곳에 사용된 것일까? 하는 의문이 첫 번째였고, 우리 기술로 발사에 성공했다고 하는데, 러시아에서 우리나라에게 발사체 기술의 진수를 전부 이전해 주었을까? 하는 의심이 두 번째였으며, 수 십년을 연구해야 비로소 하나의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된 현재의 천문학 분야에서(쉽게 확인 할 수 있는 건 거의 외국에서 다 하고 있거나, 했기 때문에) 1년의 인공 위성 활동을 통해 확신을 얻을 수 있을만한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회의적인 물음이 세 번째였다.


 성공에 기뻐했고,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뒤이어 나온 '달탐사' 계획은 뜬금없다 싶었던 거다.

왜 우주 선진국들이 굳이 달의 탐사를 다시 하지 않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더 이상 달에서 발견할 것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하는 추측은 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빛의 속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마무리 해야겠다.

 빛의 속도는 1초당 30만 킬로미터를 이동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빠르기다. 그 속도는 '광속'이라고 하는데 광속보다 더 빨리 움직이는 '타키온'이라는 개념이 이미 10년도 더 전에 나왔지만 현재까지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유명한 E = MC제곱 이라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에서 빛의 속도를 능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물체가 빛의 속도에 가까워질 수록 그 물체의 무게는 무한대에 가까워지게 되기에 결과적으로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빛의 속도로 이동한다는 것을 전제로 해보니 이것은 더 당황스러운 결과를 떠올리게 했다. 

영화 '스타트랙'을 보면 '워프'를 하는 것이 나오는데, 이 워프는 공간을 뛰어넘는 활동으로 빛의 속도보다 빨리 이동한 결과물이 아닌가 싶다. 이건 '광속 운행'보다 '타임머신'에 더 가까워 보인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속도는 시간의 흐름을 좌우한다 빛의 속도로 이동한다면 우리는 나이를 먹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빛의 속도보다 빨리 움직이게 된다면 우리는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가게 될 것이다. 이른바 '시간 여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워프'를 생각해보면 빛의 속도 이상의 속도로 공간을 가르고 이동했다면 그들이 도착한 곳은 과거의 시간일 것이고, 그들이 다시 '워프'를 통해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려 한다면 그곳의 시간은 더더욱 과거일 것이다. 

 결국 한 번 워프를 해버리면 영원히 같은 시간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 물론 이건 내 얕은 지식을 통해 상상해 본 것으로 실제로는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아기공룡 둘리'는 1억년 전 쥐라기에서 현대로 옮겨진다. 둘리가 외계인에게 납치되고 난 후 둘리는 전혀 성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빙하기의 지구로 돌려보내진다. 한마디로 둘리를 납치한 외계인들은 빛의 속도로 이동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둘리는 다른 공룡들이 겪었던 멸종을 피해갈 수 있었지만, 어긋난 시간을 살아가야하는 서글픈 운명에 처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주에는 또 다른 지구가 있을까? 또 다른 생명이 있을까? 설사 있다해도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만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수 십 억, 수 백 억년 떨어진 곳에서 그들을 발견한다고 해도, 그 발견은 현재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그쪽에서 우리를 발견했다고 해도 이 거의 무한한 거리를 뛰어넘어 우리에게 올 수 있기는 할까? 


 이제는 어쩔 수 없이 타임머신의 개발에 모든 것을 건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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