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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 - 세계적인 뇌과학자가 우울한 현대인에게 보내는 감동과 희열의 메시지
게랄트 휘터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책의 제목에 "~하는 법", 혹은 "~하는 책"이란 말이 들어가면 경계모드에 들어가게 되는 성향이 있다.
세상만사를 꿰뚫고 있다는 듯 거만하게 느끼는 것은 내 옹졸한 성향 탓이기도 하겠지만, 과연 "답"이 있기는 한 것일까? 하는 생각에 의한 자연스런 반동이기도 하다.
반대로 책 제목이 내게 질문을 던져올 때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해지게 된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에 대한 최선의 답을 내놓기 위해.
그 답이 불변하는 진리도, 확정적인 사실도, 타인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의견도 아니라고 해도 그렇다는 이야기다.
전혀 다른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인간은 끝없이 의문을 가지고 자신과 세상에 질문을 던짐으로써 성장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책 속 이야기와 상통하는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질문이 던져졌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철학의 존재 이유도, 과학의 존재 이유도 결국 인간이 가지는 의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시작이 좋았던 책이다.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이 책은 먼저 '우리'를 진단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그 근원을 밝히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진단을 통해 '우리'의 성장 과정을 따라 가 본다.
거꾸로 거슬러 올라 오기도 하고, 현재에서 멈추었다 다시 내려가기도 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어떤 '문제점'들을 발견해 낸 저자는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한 방안도 제시해준다.
하지만 그것은 이것이 정답이다라던가, 이렇게 하면 분명 좋아진다는 확정적인 답안은 아니다.
모든 것은 개개인, 각각의 사회, 그 속에 존재하는 '우리'의 형태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무엇도 확정적일 수는 없다.
그 누가 말했듯 "변한다는 사실 이외엔 모두 변한다."
되도록 책 내용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으려 했지만 결론 하나는 이야기 하기로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이해'다.
무엇으로 인해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는지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현재라는 결과는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 하지만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다.
말 장난 같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누구의 책임이라고 꼬집을 수 없지만 모두의 책임이라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이 책만의 독특한 접근 방식을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우리'에서 시작했다는 점을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개인주의시대, 모든 책임과 의무를 개인이 감당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당연시 된 시대다 바로 현대다.
그런 이유에서 많은 책들이 개인의 능력 계발이나, 성격의 개선, 성향의 유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한 마디로 꼬집자면 "현재의 상황은 너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니까 해결도 네 손으로 해라!"는 매몰찬 내침이나 다름없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내 경우 처음 그런 책을 마주했을 때 느낀 것은 어떤 '절망'이었다.
아, 내가 이렇게 해왔기에 이 모양이었던 거구나 하는 허탈함과 후회였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달라지겠어!"라는 허허로운 다짐이었다.
우스운 것은 더 많은 책을 읽으면서 그 생각이 변해갔다는 것이다.
이건 내 책임이 아니다. 내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은 인정한다는 식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처음에 이야기했던 '~하는 법'이라는 책을 경계하는 구체적 이유가 바로 현 상황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게 되는 결과 때문이기도 하다.
"그건 네 책임이 아니야.", "네가 잘못 된 것이 아니야.", "네가 나쁜게 아니야."라고 진심으로 이야기해주는 책이 필요하다.
모양은 다르지만 이 책은 내게 그런 의미로 다가왔던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메모를 많이 하는 편이다. 요즘 나온 스마트 폰이 메모장으로 쓰기엔 제격이라 유용히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 메모를 전부 이 곳에 적으려고하면 가뜩이나 긴 감상 읽기를 주저하는 이들에겐 독이 될 것 같다.
추천하고 싶은 책일 수록 짧게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왠지 우습기도 하다.
좋은 책이다.
우리가 느껴야 하는 것, 인식해야 하는 것, 우리가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동기부여의 함정을 일러주는 것, 그것은 중요한 일이다.
우리 열광하자. 삶과, 세상과 나에게.
책 속에서 발췌한 이야기로 마치기로 한다.
181쪽
혼자 존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든 사람들은 세상과 맺어져 있고, 살아남기 위해 세상을 필요로 한다. 또 적어도 인생 초기에는 누구나 타인과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생존 자체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얼마나 자유로운지 묻는 질문에 답하려면 우리가 얼마나 남들과 맺어져 있는가에 우선 답해야 할 것이다.
유대 없이는 자유도 없다. 그런데 유대는 종속이 아니다. 인간은 상대에게 의존하지 않은 채 유대감을 느끼도록 다른 사람은 물론이고 심지어 동물이나 식물 관계를 만들어 가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관심을 쏟거나, 아니면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그들과 나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가령 식량, 생활공간, 관심, 힘, 지식, 능력, 경험들을 말이다. 그럴 수 있을 때 우리는 유대 속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다.
/ 우리는 '우리'지만 종속 된 '우리'가 아닌 자유로운 '우리'다. 잊지 말자. '우리'가 진정한 '우리'로 존재 할 때 비로소 진짜 '우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