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송곳니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노나미 아사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가족 소설을 읽으며 느끼곤 하던 가슴 한구석에 피어오르는 뭉클함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해준 이야기였다.

바람의 바람.

아주 간략히 정리해보면 이 다섯글자만이 떠오른다.

바람은 세상에 존재하는 공기의 흐름을 이르는 말이지만 사람의 의식의 흐름이기도 하다.

소망. 우리는 바람을 그런 이름으로도 부른다.

어쩔 수 없이 이 이름을 적어야겠다.

'질풍'

바람이 지니는 이름의 하나다.

왠일인지 이 이름을 보는 순간 이 이야기에는 수 없이 많은 바람이 등장해서 그 바람들이 이야기를 발생시키고 이끌어나가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를 해야겠다.

여 주인공 다카코의 남편은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서 이혼했다.

남 주인공(주인공이 질풍이 아니라면) 다키자와의 아내는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서 이혼했다.

여 주인공 다카코의 막내동생은 유부남과 바람이 났다.

엑스트라 마요는 '왕따'를 당하는 초등학생이다.

그녀는 아빠가, 선생님이 자신을 믿고 자신의 편이 되어주길 바란다.

70대 노인 데루코 여사는 관심받길 바라는 것 같다.

'질풍'과 '다카코'는 바람처럼 달린다.

바람나다의 바람과 바라다의 바람과 바람의 바람.

그래서 바람의 바람 이야기다.

무슨 다섯글자를 설명하는데 이렇게 많은 문자가 필요했는지 새삼 나의 간결하지 못한 글솜씨에 놀람에 경악을 더하며.

그리하여 내겐 '바람'이야기처럼 읽혔다는 얘기다.

하지만 바람이 늘 한겨울의 시리디 시린 바람뿐 인 것은 아닌 것처럼, 이들에게도 간간히 훈풍은 불어온다.

훈풍은 소통과 성취의 바람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가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바람 같다.

자유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가진 바람은 대신에 안정이나 평온의 이미지는 지니지 못한다.

불안함과 덧없음, 허전함과 공허함들 말이다.

이야기가 진행해가면서 희생자가 늘고 그에 더해 단서도 늘어난다.

실마리가 잡히고 점점 태풍의 핵에 가까워져 간다.

그러면서 거친 반전을 꾀하기도 한다.

희생자가 늘어야만 사건이 해결 될 수 있다는 얘기인가? 라는 묘한 공식을 떠올리며 그렇게 읽어나갔다.

바람은 지나치게 거세거나 갑작스럽게 불면 사람을 상하게 한다.

하지만 적당히 상쾌한 바람은 기분을 전환시켜주고, 적절히 시원한 바람은 땀을 시켜주며, 알맞게 따뜻한 바람은 시린 몸과 마음을 녹여준다.

철저한 복수의 '도구'가 사실은 가장 핵심적인 온기, 바람을 뜻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은 참 아이러니하다.

우리는 때로 배신, 절망, 상실, 허무, 고뇌, 고통, 괴로움, 슬픔, 아픔 따위의 부정적인 감정과 맞닥뜨린다.

그것은 갑작스레 찾아든 한 겨울의 매서운 북풍 같고, 거센 태풍같아서 온 마음과 몸을 뒤흔들어 모든 것을 부숴버릴 듯, 모든 것을 빼앗아 갈 듯 온 몸과 마음을 휘감는다.

하지만 그 어떤 바람도 우리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가지는 못한다.

우리는 여전히 살아가고, 여전히 희망과 소망을 품는다.

요즘 세상은 늘 한겨울처럼 매섭고 시린 바람이 불어드는 벌판을 걷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살아가고 봄은 곧 올 것이고 봄 바람도 불어들 것이다.

참 아쉬운 것은 좋은 책, 많은 것을 느낀 책일 수록 그 감상을 제대로 전할 수 없는 일이 많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마음에 바람이 불어대는 통에 뭔가 제대로 적어낸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

이렇게 내 마음은 늘 바람 구덩이다.

그래서 여전히 난 실망하고 좌절하지만 바람이 불러오는 바람에 희망을 담아 온기를 잃지 않는다.

아직은 괜찮다. 그리고 앞으로도 괜찮으리라.

내 바램 바람따라 흘려보내니 희망의 바람아 불어라.

[이 감상은 북곰 서평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감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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