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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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생이 '정리'를 시작해야 할 시기에 들었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여기 자신의 삶의 흔적을 글로, 이야기로 정리하고 있는 이가 있었다.

 "또 책을 낼 수 있게 되어 기쁘다. ……… 아직도 글을 쓸 수 있는 기력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이야기하는 이가 있었다.

 

유난스럽기까지한 '흙'에 대한 애정과 애착 그리고 그리움들, 기어이 베어낸 '목련'에게 전하던 '제발 흙으로 돌아가 달라는 부탁' , 먼저 간 이들을 보내는 글, 이 생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하여 이 생에서 만난 책과 이야기,

무엇보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제목까지가 놀랍도록 담담하게 쓰여진 '한편의 유서'를 읽어 내려가는 듯한 느낌과 필연적으로 마주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면 너무 뻔한 이야기가 될까?

 

책을 읽는 내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던 기묘한 느낌의 제목에, 혹시 이 생에서 못 가본 길이라면 저 생에서의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떠올리며 박경리 선생님이 그러했듯 자신의 마지막을 언제나처럼 무던히 보내려 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떻게 보면 난 참 사람의 생과 사에 대해 무관심하다.

 아직까지 누가 세상을 떠났다해서 그가 떠난 슬픔에 절로 눈물이 흘렀던 적이 없던 것은 그 사실이 떠오를 때마다 기묘하게 마음을 비튼다.

 그것이 내 모짊의 한 면일 것이다.

 

한국 여류 문학의 큰 별들이 잇달아 떨어졌다.

 하지만 별은 떨어졌음에도 되려 더욱 큰 빛으로 남아 더 밝게 빛나고 있음이 느껴진다.

 그들의 죽음이 슬픈 것이 아니라 그들의 글을 읽을 수 없음이 아픈 것.

 그것이 솔직한 감상이 될 것이다.

 

이 생의 마지막 즈음에도 여전한 상상력과 풍부한 감성, 여전한 표현이 참 절절하게 와 닿는다.

 남은 이들을 위한 당부도 잊지 않고 남기고 있다.

 

그분 스스로 자신의 삶을 멋지다고 느끼셨을지 모르겠지만 참 멋지게 살다 가신 분이다.

 너무 아름다운 삶을 지닌 분이다.

 못 가봤던 길을 가셨으니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나셨을까?

 

언제나 마당 있는 집, 흙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이야기들을 적어오셨으니 흙으로 돌아가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다는 말씀도 수긍할 밖에.

 

"돌이켜보면 내가 살아낸 세상은 연륜으로도, 머리로도, 사랑으로도, 상식으로도 이해 못 할 것 천지였다."는 이야기에 자신의 시선에서 세상과 사람들을 재해석하고 재구성해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남기시고도 이해 못 할 것 천지라하시면 전 어째요?라며 볼멘 소리도 해봤다.

 

흉내를 내보기로 한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도 아직 전혀 모르겠어 늘 좌충우돌 우왕좌왕하거늘, 내가 못 가본 길을 어찌 떠올리며,

 그 못 가본 길의 아름다움을 그릴 수 있을까?

 

바라고 원하건데 나도 나의 마지막을 예감하고 준비를 시작하는 날에 부디 내가 못 가본 길을 떠올리며 그 아름다움을 상상해내길.

  그 아름다움에 비해 바래지도 않는 삶을 살아낼 결심을 지금의 내가 세우고 이루어가기를.

 

  그러면 내가 살아낸 세상, 내 삶이 오직 내게만 보이는 빛을 내며 명멸을 반복하더라도 나 언제나 여전히 행복할 것 같으니.

 

 

늦었으나 고인의 명복을 빌며 못 가본 길은 아름답던지요? 하며 친한 척 물음도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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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오름 2012-02-22 0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대장물방울 2012-03-13 01:12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고인의 명복을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