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댄스 댄스 1부 - 운명의 미로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으로 세번째인 것 같다.

 

 이 막연한 추측의 근거는 하나는 제목은 기억하지만 그게 무슨 내용이었는지도 모를 만큼 오래전에 읽었기 때문이다.

  이러고도 읽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세번째라고 자신있게 말하기는 힘들다.

 

첫번째는 상실의 시대였다.

 제목만은 또렷한 이유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녀석이 며칠이나 들고 다니던 두툼한 책이 궁금해 덩달아 읽었던 기억까지는 생생하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어둠의 저편.

 누가 줘서 읽었던 책인데 본문이 대부분 구어체라 수월하게 읽혔다.

 아니면 그의 작품 대부분이 구어체였나? 하는 의문도 떠올려보며.

 

어찌되었든 댄스 댄스 댄스는 상실의 시대와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얼핏 본 것 같다.

 

짧은 나의 소견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묵직한 어둠을 배경으로 상실과 허무의 공포를 그려가는 것 같은 인상이 강하게 남곤한다.

 

사회의 흐름, 혹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 앞에 선 인간들의 혼란과 갈등이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듯하다랄까?

 워낙 뛰어난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위력이란 단 몇사람의 등장인물로 시대의 단면을 분해하고 분석해서 우리 앞에 적나라하게 보여 줄 수 있는 능력인 것 같다.

 그 단면이 몸서리 쳐지도록 지독히 분명하고 또렷해서 되려 현실이 아닌 것 같은 몽환적인 분위기마져 어우러지는 것이리라.

 

사실 댄스 댄스 댄스라는 제목은 에? 무슨 제목이 댄스? 이런 같잖은 선입견과 함께 콧방귀를 자아냈으니 이런 부끄러울 때가 있을까?

 

 스텝을 밟기는 하지만 그 스텝은 사뿐하게 돌고 도는 발놀림은 아니었다.

  스텝 하나 하나가 모든 경계선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펼쳐지는 줄타기의 스텝이랄까?

 그런 위태로움이 가득한 스텝으로 이루어진 댄스였던 것이다.

 

 

나는 이루카 호텔의 꿈을 꾼다.

 그곳에는 4년전 '키키'라는 여자와 함께 보낸 수일의 추억이 있다.

 아내와의 갑작스런 이혼(그에게는) 후유증으로 세상과 단절된 채 지내던 수개월을, 고양이 '정어리'가 죽은 때를 기점으로 청산하고 사회로 돌아갈 결심을 한 그는 동업자였던 친구를 통해 자유기고가의 일을 다시 시작한다.

 

그는 그의 작업을 문학적 제설 작업이라고 불렀다.

 그의 일이 어느정도 궤도에 올라 안정을 찾아 갈 때 그는 한달을 기한으로 휴가를 내고 이루카 호텔을 다시 찾아갈 것을 결심한다.

 

다시 찾아간 이루카 호텔은 예전 모습은 간데 없는 최신식의 26층 호화 호텔로 변모해 있다.

 그가 이루카 호텔을 찾았던 본래 목적 자체가 목적지를 잃어버리자 그는 그대로 표류해버린다.

 

며칠 후 호텔 여직원 유미요시는 그에게 묘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완전한 어둠에 대한) 수일 후 우연히 그 또한 그 완전한 어둠으로 구성된 공간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 공간의 첫인상은 "두려움" 그는 두렵다고 생각하지만 유미요시가 이야기했던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겨 간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문과 마주하고, 그 문을 두드린다.

 

그 문 안에서 그는 어렴풋이 존재를 느끼고 있던 '양사나이'와 마주한다.

 양사나이는 그 어둠안에 있는 문 속의 공간이 그를 위한 공간이며 그가 잃어버린 것들과 아직 잃어버리지 않은 것들이 모두 그곳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그 공간들과 연결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묻는 그에게 '양사나이'는

"춤을 추는 거요"라는 말을 한다.

 그의 사고가 메아리 친다. "춤을 추는거야. 음악이 계속되는 한"

 

그 어둠 속의 공간은 현실이지만 현실이 아닌 저쪽 공간이다.

 그리고 나는 현실의 이쪽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그곳에 오래 머물 수는 없다.

 

현실로 돌아온 그는 그의 삶의 스텝을 밟아 나간다.

 그가 갈구하는 깨달음의 단서인 것이 분명한 '키키'의 흔적을 쫓아 춤을 추기 시작한다.

 

얼마 후 더이상 이루카 호텔에 있어도 아무것도 진전되지 않음을 깨달은 그는 도쿄로 돌아오고 우연히 보게 된 영화 '첫사랑'에서 중학교 동창 고혼다의 배드신 상대 배우가 '키키'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수 십년만에 재회한 고혼다를 통해 콜 걸 '메이'를 알게 된다.

 

동창 고혼다와 콜 걸 '메이' 또한 '키키'를 알고 있었지만 둘 모두 '키키'가 어느날인가 갑자기 꺼져버렸다고 이야기한다.

 '메이'가 '키키'와 연결 되어 있음을 깨달은 그는 '메이'와 헤어지며 명함을 건넨다.

 하지만 수일 후 '메이'는 호텔에서 살해된채 발견되고 발견된 명함으로 그는 조사를 받게 된다.

 '메이'의 죽음은 미궁에 빠지고 이야기는 급물살을 탈 준비를 한다.

 

도대체 '키키'는 어디로 간 것일까? '메이'를 살해한 것은 누구일까?

 

대략 여기까지가 상권의 내용인데 상 하권의 내용을 주저리 주저리 늘어 놓는 것을 참아 낼 수 있을리가 없고, 재주도 없으니 나머지는 직접 읽는 것이 좋겠다.

 하긴 내가 적어놓은 줄거리로 이 책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믿지는 않지만.

 

 

상실의 시대의 연장이라는 말을 납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이 수없이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온통 상실과 허무 투성이다. 거기에 노골적이기까지 한 어둠.

 

그럼에도 그는 그 모든 것의 연결점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스텝을 밟아가며 춤을 춘다.

 신비한 소녀 '유키' 외팔이 시인 '딕 노스' 완벽한 친구 '고혼다' 유능한 사진 작가인 '유키의 엄마 '아메'

 그 외의 등장인물들 모두가 무엇인가 상실한채 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중심에 그가 있으면서 모두와 연결되어 있는 것은 무슨 역설일까?

 

자본주의를 꼬집는다고 할까?

 자주 등장하는 말 중 하나가 '경비로 처리되거든'이다.

 심지어 콜 걸에 대한 화대까지 '경비' 처리 되어 세금 공제가 된다.

 하하하하하하하. 이건 정말 앙천대소할 일이 아닌가?

 

꿈도 없고 사랑도 없다. 그런데 돈은 있다.

 그의 완벽한 중학교 동창인 '고혼다'는 자신은 거의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유명한 배우인 그에게 실제로 손에 넣지 못할 것은 거의 없다.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시계는 물론이고 훌륭한 식사와 온갖 여자까지.

 

하지만 그는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것은 손에 넣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을 손에 넣으려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해야하는데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면 그것 또한 잃어버리게 된다는 지독한 딜레마.

 

한번에 소화하기가 내겐 너무 벅찬 작품이다.

 하지만 읽는 것은 전혀 벅차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의 스텝을 따라 음악이 멈추지 않는 한 계속 춤을 추다보면 자신과 연결된 것을 찾아내는 그의 모습과 함께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남았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음악이다.

 

늘 그의 풍부한 음악적 지식에는 놀라움을 멈출길이 없다.

 지난 번에 읽었던 작품에서는 온통 클래식으로 배경음악을 깔더니 이번엔 락과 올드팝이다.

 

각 장면에 어울릴 것으로 판단한 음악들을 골라 적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장면을 상상하면 떠오르는 음악이라니.

 작가적 재능과 함께 그의 풍부한 음악적 해석 능력에 경의를 표한다.

 

주인공 어록 : 나는 별나지 않은 사람입니다. 다만 농담이 재미없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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