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
한상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피할 수 없는 것. 죽음, 세금, 외로움.

 

 바쁠 망(忙) 현대인을 대표하는 특성, 마음을 잃어버리다.

 

출세와 등산의 공통점

 1) 오른다.

 2) 곧 내려가야 한다.

 3) 높이 오를수록 더 외롭다.

 

한상복 님의 책에는 자전거가 자주 등장한다.

 아마 자전거 타기가 삶과 닮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전거는 페달을 밟아야만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즉, 앞으로 나가기 위해선 균형을 잡아야하고,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삶이 균형을 잃고 삐걱이면 앞으로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외로움의 발견을, 2장에서는 외로움과 마주하기를, 3장에서는 외로움 속에서 균형잡기를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그 외로움을 뛰어넘기라는 제목이다.

 

 한상복 님의 책은 보통의 자기계발 서적과 차별화 된 점이 눈에 띄는데 그것은 한 권의 책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면서 그 안에서 맞물리고 부딪히면서 어떤 깨달음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것은 삶과도 닮아있다.

 

삶은 한가지 주제 딱딱 끊어지는, 확실히 구분되는 경계를 지니고 있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처럼 여러 주인공들의 삶의 단편을 보여주며 그들의 삶의 모습이 여러가지 인연을 통해 공감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거쳐 어떻게 성장해가는가를 이야기해가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래, 나도 그랬어. 그 때는 정말 그랬어." 하며 격한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다.

 

119쪽. 함께 있어도 외로울 뿐이라면, 그것은 과연 사랑일까.
 

때로 외로운 것과 늘 외로운 것은 분명 구분되어야 한다.

 늘 외롭다면 그것은 어긋난 사랑이다.

 나는 내 사랑을 그는 그의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지 둘이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진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128쪽. 왜 우리 전문가들은 독서 초심자들에게까지 '수준'을 강요하면서 그들에게서 책 읽는 즐거움까지 빼앗고 있는 것일까요? 학교나 직장마다 무슨 필독서가 그렇게도 많은가요? 그냥 재미있는 책,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보도록 응원해주면 좀, 안될까요? 즐겁게 책을 보다가 자연스럽게 인문학으로 손을 뻗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까지, 여유를 가지고 그들의 독서를 인정해주면 안 될까요? 왜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시켜 결과적으로 다수의 사람을 소외시켜야 하는 것일까요?

 

 이 이야기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보다 다른 사람이 하라고 하는 것, 다른 사람들도 하는 것을 해야만 하는, 그렇지 않으면 소외되고 마는 세태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 세태가 독서에까지 위협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는 이야기다.

 개그프로그램이나 이슈가 된 이야기들을 섭렵하는 이유가 단지 그들 틈에 끼기 위해서라면 서글프지 않은가?

 

베스트셀러나 필독도서 북트렌드를 거스르곤했던 과거의 내 독서 경향도 이런 성향에 대한 반발이었다.

 읽고 싶지도 않은 책을 억지로 읽고있는 사람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난 너무 괴롭고 슬퍼진다. 그건 참혹한 일이다.

 

153쪽. 큰 물. 두 줄기의 물이 만나 큰 물을 이룬다. 잔잔한 가운데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두 줄기 물은 만나서 뒤섞이면서도 말이 없다. 서로에게 이유를 따져 묻는 법이 없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최고의 선은 물과도 같다고 했다.

 그들은 다투지 않으며, 서두르지 않으며 따지지도 거부하지도 않는다.

 서로를 완전히 품어내며 언제 둘이었느냐는 듯 온전한 하나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물에게서 그들의 덕성을 배워야만 한다.

 그들의 화합을 그들의 포용을 그들의 현명함을 우리 삶에 옮겨와야 한다.

 사랑하는 사이라면 그래야한다.

 

173쪽. 변화는 나 아닌 누군가가 되려고 할 때가 아니라, 나 스스로가 되려고 할 때에야 비로소 시작되는 것일 게다. 그러니까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은 변화가 필요할 때 그 가치를 제대로 발휘하는 자질이기도 하다.

 

혼자있는 시간이 무조건 외로운 시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진정한 나를 찾아낼 수 있다.

 지금 앞을 막고 있는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비장의 히든카드를 내 안에서 발굴해 낼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부러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그 시간을 통해 새로운 나로 거듭나는 것이다.

 혼자가 외로운 것이 아니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그 모든 시간을 온전히 나만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어떤 간섭도, 방해도 없이.

 

남의 기대에 맞추는 삶을 살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남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서는 나의 위에 그들이 원하는 모습을 덧씌워야 한다.

 그것은 나의 삶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살아가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그러다보면 나중에 남는 것은 극도의 소외감과 상실감뿐이다.

 타인을 만족시키는 것으로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 나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을 것이라 믿어선 안된다.

 이미 당신도 알고있듯 "군중 속의 외로움"이 홀로 있을 때의 외로움보다 더 처참하게 다가온다.

 

 

 

 

'가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타인의 앞에 서기위해 꾸민 모습의 가면을 한번 쓰는 순간 영원히 벗을 수 없는, 다만 바꿔 쓸 수 있을 뿐인 가면극의 주인공이 되어버린다는 생각을 말이다.

 나날이 그 가면은 괴로움으로 무거움으로 마음을 짓누르지만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내려놓을 수 없다.

 

한때 외롭지 않게 되기 위해, 타인에게 잊혀지지 않기 위해, 단지 그들 안에 존재하기 위해 전전긍긍했던 적이 있다.

 그때는 어리기도 했지만 그들 안에서 한번 잊혀질 때마다 한 번 죽음을 경험하는 것 같은 아득한 절망을 느끼곤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지만 그 때는 정말 절박했던 기억이 난다.

 

기억에 남을 만한 특별한 선물을 하고, 최선을 다해 배려하고, 함께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렇게 무리 할 수록 외로움에 더해 허탈함과 화가 늘어갔던 것도 생생하다.

 그랬다.

 혼자 노력하고, 혼자 발버둥치다, 혼자 토라지고 혼자 화를 내고 있었다.

 그것이 더 깊은 외로움의 수렁으로 발을 내딛는 일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내 생각을 그들이 모두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이라 기대해서는 안된다.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나의 입장에서 내 생각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입장에서 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329쪽. "겨우 그런 걸 가지고 바보같이."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이다. 하지만 정말 겨우 그런 것을 가지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은 없다.

 무엇에나 '임계점'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임계점에 이른 사람에겐 아주 사소한 것이 그 경계를 넘어서게 만드는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신중해야 한다.

  나의 아무렇지 않은듯 건네는 무신경한 한 마디에 그 혹은 그녀가 무너진다면 당신의 마음도 편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나의 마음을 살펴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역지사지의 자세가 우리에겐 절실하다. 

 

341쪽. 스피노자의 말 : '고통스러운 감정은 우리가 그것을 명확하게 묘사하는 바로 그 순간에 고통이기를 멈춘다.'

 

 고통을 두려워하고 감추고 피해다녀서는 고통을 벗어날 수 없다.

 고통과 마주하고 그 모습을 바로 보려고 할 때 그것은 이미 고통이 아니라 하나의 사실이 되어 당신을 괴롭힐 힘을 잃게 된다.

 고통과 당신은 하나가 아니다.

 당신은 고통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 스스로가 자신에게 주는 고통 때문에 괴롭고 힘든 것이다.

 

사실과 현상들에게서 당신을 떼어놓아라.

 당신이란 존재는 좀더 소중하고 가치가 있는 존재다.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 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자신의 마음, 가치를 알아주는 이를 곁에 두기를 우리는 바라고 또 원한다.

  춘추 전국시대에 거문고를 기막히게 타는 백아라는 사람과 그의 연주를 기막히게 알아주는 종자기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날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거문고를 꺽고 다시는 연주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가 외로움의 끝에 서있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을 알아주는 단 한명의 사람뿐이라고 한다.

 진정 자신을 알아주고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단 한사람의 존재가 그 무겁고 무섭던 외로움을 떨쳐낼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고 한다.

 

지금 외롭다고해서 모든 것이 잘못되고 세상에서 외톨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와 자신이 힘들 때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줄 단 한사람의 존재만 있으면 우리는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외로움 속에서 발견한 비장의 재능을 꽃피우며 행복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지금 외롭다면 당신은 잘되고 있는 것이다.

 위대한 재능을 꽃피웠던 사람들은 모두 무척 외로웠던 사람들이라고 한다.

 외로움 속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되고 싶은 것을 분명히 하며 그들은 자신의 재능을 갈고 닦았다.

 

혼자 있을 수 있는 것은 능력이고, 변화가 필요할 때 그 능력은 가치를 발휘하게 된다.

 그리고 곁에 있는 당신을 알아주는 단 한사람.

 

그것만으로 더는 외로움이 두렵지 않으리라.

 지금 곁에 당신을 알아주는 단 한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행복에 무척 가까이 있는 것이다.

 더는 불평하지 말기를.

 지금 곁에 당신을 알아주는 단 한 사람이 아직 없다고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외로움을 마주하고 외로움을 뛰어넘는 용기를 지닌 당신은 이미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경청, 공감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그런 당신에겐 멀지 않아 그 단 한 사람이 반드시 찾아올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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