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대한 거의 모든 것들 - 3천년 동안 철학자들을 난감하게 만든 시간에 대한 수수께끼들
스튜어트 매크리디 엮음, 남경태 옮김 / 휴머니스트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읽는 보람이 있는 책. 들이있다.

 무엇인가 묵직하게 머리나 가슴에 남아서 밑거름이 되고, 기초가 되어 남을 것 같은 책 말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시간에 대한 거의 모든 것들》을 싣기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책이다.

스튜어트 매크리디와 또다른 일곱 명의 시간과 관련된 분야(두뇌, 고고학, 과학, 언어, 목사, 심리학, 신학)의 전문가들의 글을 함께 엮어 만들어진 이 책은 우리가 '시간'하면 떠올릴 궁금증들을 깊숙히 파고들어 풀어 설명해주고 있다.

 

전문적인 용어와 배경 과정들을 이해하며 읽기위한 노력을 기울여야하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정말 통쾌하게 웃으면서 읽은 부분도 있었을 만큼 재밌는 책이기도 하다.

 편하게 책의 앞에서 뒤로 이어지는 내용을 조금씩 들어가며 이야기를 해나가기로 하자.

 

1장과 2장은 조금은 진부하고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으로 여기게 되는 시간의 탄생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인간, 식물, 곤충, 동물들이 본래 가지고 있는 생체 시계와 시계유전자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결론적으로 확실한 것은 아니고 밝혀진 것도 있고 앞으로 밝혀내야 할 것도 있다는 얘기라 그냥 술술 읽어버리고 넘어갔다.

 

선사 시대 사람들의 시간을 이야기하는 3장부터 웃음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웃음이 나온 이유가 다름이 아니라 3장의 결론이 결국 선사 시대 사람들이 남긴 유물이나 유적들의 용도는 확실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우리들의 추측에 불과한 것이 대부분이고, 분명하다고 확신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우연의 일치에 의한 착각이었다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일들이 종종 생긴 것이 기억났던 거다.

 

간단한 예로 요강에 대한 오해를 들어보자.

 참 예쁜 요강이 많다. 그렇기에 요강을 모르는 사람들은 요강을 분명 장식품이나 귀한 도자기로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단순한 예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유물과 유적에 대한 무모한 추측이 불러올 수 있는 난감한 상황을 떠올리니 어찌 웃지 않을 수 있으리요.

 

4장부터는 본격적으로 시간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간다.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부분이기도 한데 현재의 달력 시스템이 어떤 과정과 역사를 거쳐 언제부터 통용되었는지 상상이나 할 수 있는가?

 물론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것은 그레고리력이고, 1년은 열두 달, 365일, 일주일 7일, 하루 24시간으로 되어있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열두달이 되었는지, 왜 1년이 365일이어야 하는지, 일주일이 왜 7일인지, 하루가 24시간으로 되어있는지 궁금해 한 적은 없었나?

 윤달, 윤달하지만 여전히 생소한 윤달이 왜 생기는지, 타원형 궤도를 가지고 공전하고 자전축이 기울어 있는 상태로 불규칙적인 회전을 하고 있는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가 어떤 원리에서 매년 거의 같은 시기에 같은 달, 같은 날, 같은 절기, 같은 계절을 맞이 할 수 있는지 궁금했던 적은 없었나?

 

그 모든 물음의 대답이 여기 적혀있었다. 오, 신기해라.

 

가장 신기했던 것을 적어보면 우리가 익히 쓰고 있는 토, 일, 월, 화, 수, 목, 금요일의 요일명이었다.

 이 7요일의 기원은 '로마의 공화력'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본래는 지구에서 먼 행성부터 가까운 행성 순으로 요일을 정했기에 토, 목, 화, 일, 금, 수, 월이 되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로마의 공화력에서는 주를 7일로하고 각각의 날을 24시간으로 나눈 후 각각의 시간을 관장하는 신을 정했다고 한다.

 

그래서 토요일의 1시는 토성신(말하자면) 2시는 목성 3시는 화성 4시는 태양 5시는 금성 6시는 수성 7시는 달 8시는 다시 토성 9시는 목성 10시는 화성 11시는 태양 12시는 금성 13시는 수성 14시는 달 다시 15시는 토성신 16시는 목성 17시는 화성 18시는 태양 19시는 금성 20시는 수성 21시는 달 다시 22시는 토성 23시는 목성 24시는 화성이 되고 다음날 1시가 화성의 다음인 태양 즉, 일요일이 되는 식으로 쭈욱~ 적어나가면 토, 일, 월, 화, 수, 목, 금요일이 된다는 것이다.

 

마치 미리 짜놓은듯 탁탁 맞아들어가는 것을보며 짜릿함을 느꼈다.

 

오 놀라워라! 역시 로마! 하는 생각을 한건 나 뿐일까? 

 내가 이렇게 뭉뚱그려 적어놓은 것이 되려 책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릴까 두렵다. 참 재밌는 책인데.

 

그럼 이런 것은 어떨까?

 불과 60년 전까지도 중국은 그레고리력이 아닌 자신들의 구달력을 사용했었다는 사실.

 그들은 그 때 우리와 같은 날을 살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같은 시대 같은 시간을 살면서 같은 시간을 공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전혀 놀랍지 않아면 조금 생각해볼 일이다.

 가까운 북한을 생각해보자. 그들은 주체력을 사용한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와 같은 시간을 살고 있지 않은 이상한 사람들처럼 보이는 것은 아닐까?

 

5장에서는 고대의 다양한 시간 개념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류의 위대함이 엿보였던 부분은(흥! 위대하신 인간님) 타원형 궤도와 기울어진 지구의 축의 영향으로 달력이 자꾸 어긋나자 내놓은 방안을 적어놓은 부분이었다.

 현명하게도 인류는 "가상의 평균적 태양의 운동을 가정하는 단순한 해결법"을 적용한다.

 단순한 해결법이란 일단 공전 궤도를 완전한 원형으로 한다.(이때는 천동설이었기에 지구를 중심으로 다들 돌고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지구가 기울어 있는 축을 똑바로 세워 공전궤도와 수직이 된 상태를 가정하는 것이다.

 

그렇게하면 계절력과 태양력이 어긋남없이 잘 돌아갈 수있다나? 거기에 오차를 보완하기 위한 윤달을 넣은 것이 위대한 그레고리력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왜 그렇게 오차에 집착해야 했나 궁금했는데 그들의 나름의 사정은 나중에 설명되기는 하더라.

 

아무튼 나를 무척이나 흥분시켰던 현대의 현재 형태의 달력과 시간이 '정해지기'까지의 과정을 보는 것은 유쾌했다.

 

6장부터 8장까지는 시간과 시계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시간의 기원과 형태에 대해 흥미로운 사실들이 담겨져 있었다.

 우리에게 시계가 없을 때 수탉이 우는 소리가 시계역할을 했던 것을 떠올린 것이 제법 우스웠다.

 

9장과 10장 11장은 시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돌아봄의 장이었지 싶다.

 특히 11장은 우리가 목을 매는 '시간'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지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시간을 준다.

 과거는 지나갔기에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기에 없으며 현재는 무엇인가 남기기엔 너무 짧다.

 결국 우리가 목숨을 거는 현재라는 시간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물음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처럼 정확하게 짜여지고 정해진 시간을 살지 않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미개하고 하찮은 부족들도 별다른 불편함없이 잘 살아가고 있더라.

 시간하나에도 얼마나 많은 또 깊은 종교적이고 정치적인 의미가 깃들어있는가하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은 참 씁쓸하기도 했다.

 

우리가 꿈꾸는 타임머신은 그저 꿈같은 이야기에 불과하다.

 우리가 과거에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리고 미래에 간다고해도 현재가 달라지지 않는한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과거에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는 이유는 우리가 과거를 바꾸기 위해 과거로 날아가서 그 과거를 바꾸면, 현재의 내가 과거로 날아가서 그것을 바꿀 필요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나비효과'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수 없이 과거로 되돌아가던 남자 주인공이 결국 어머니 뱃속에서 스스로 탯줄로 목을 조이는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참 오랜 시간을 거치며 많은 공을 들여 완성시켜놓은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결국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시간인지 알 수 없게 된 현대의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써 진정한 시간의 의미를 발견해내야만 하는 때가 오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며 늘 미래를 쫓는다. 우리의 현재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수 많은 철학자들이 지난 3000년간 이 문제를 두고 고민해왔다고 한다.

 그만큼 어렵고 복잡하다는 뜻이겠지? 싶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우리는 생각하는 갈대인걸.

 

진정 우리가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 것을 발견하는 삶을 살아갈 때 우리가 보내는 시간이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참 많은 것이 담겨있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그러면서 즐거웠던 시간 보낼 수 있게 해준 책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해본다.

 

 

이 모든 것으로 미루어 선사시대 사람들이 가장 중요한 장소로 여겼던 곳은 자연 세계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음을 알 수 있다.  69~70쪽

한 해 안에서의 계절 변화와 한 해에서 다음 해로 넘어가는 과정을 규칙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태양력의 장점은 기원전 5세기 후반 아테네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아주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당시 아테네는 중앙화된 제사와 축제를 통해 동맹시들을 통제하려 했기 때문이다. 111쪽

 

인류학적 관점에서 볼 때 다른 사회들을 우리 사회에 비추어 판단 하거나, 우리가 이룬 업적을 잣대로 삼아 다른 사회들의 발전 정도를 측정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그런 발상은 근거를 가지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현대의 토착민 사회들이 볼 때 사고 체계도 그 나름대로는 철저하게 일관적이고 타당하며, 해당 사회에서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한단느 사실을 부정하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수많은 인간 사회들이 각기 나름대로 주변 세계를 이해하고, 그 이해를 토대로 환경에 어울리는 최선의 행동을 결정하는 다양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면 안된다. 비록 그들의 사고방식이 서구 세계에 지배적인 사고방식과 크게 다르다 하더라도 다양한 환경 속에서 그 사회들이 발전하고 번영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157쪽

 

 

이 책을 읽는 동안 고등학교 시절 아무 것도 모르면서 친구가 가지고 온 '나비효과'에 대한 책이나 '상대성이론'에 대한 책을 깝죽대고 읽고서는 나름의 견해를 나누던 기억과 창조론이냐 진화론이냐를 두고 다른 것은 다 진화론이라고 쳐도 그렇다면 최초의 빅뱅을 일으킨 엄청난 에너지는 어디서 왔느냐?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은 어디서 생긴 것이냐? 하는 답도 없는 이야기를 쉬는 시간이면 지치지 않고 해대던 때가 떠올랐다. 후후. 참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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