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의 식탁 - 최재천 교수가 초대하는 풍성한 지식의 만찬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과 소통하고 말겠다! 라는 외침을 내놓은지 4개월이 되었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비교적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늘 이해되지 않는 행동들과 말들로 나를 괴롭게 만드는 존재들로 늘 거북하거나 혹은 귀찮은 존재들에 불과했다.

 하지만 깨닫고 보니 내가 그들을 떼어놓은 것이 아니라 내가 그들에게서 떨어져나간 모양새가 되어있었다.

 결국 괴롭고 슬픈 것은 나 혼자. 외톨이가 되어 갔다..

그리고 결국 그런 삶에 질려버렸다.

 

그래서 소통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낯 바꿔서 어제와 전혀 다른 나~! 쨘! 하기는 또 어색하고 무안해서 내 안에서부터 바꿔나가기로 했다.

 그 이후로 다시 시작한 것이 독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를 안에서부터 바꿀 수 있는 자극과 가르침이 될만한 것은 '책' 이외엔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무슨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하는 벽에 부딪혀 버렸다는 것이다.

 다시 머리를 굴렸다.

 오랜만에 안쓰던 쪽으로 생각의 물고를 터보려했더니 그 물고 뒤에 잡다히 걸리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좀처럼 트이지를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해보기로 했다.

 소셜네트워크의 시대. 인터넷 속에는 내공이 깊은 독서가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어디선가 주워들었었다.

 그러고보면 뭐든 주워듣고 볼 일이다. 그 것으로 막혔던 물고가 시원하게 터져나가는 것을 느꼈으니 말이다.

 

이제 조금 시야를 넓혀보기로 하고 보니 다시 막막하다.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왜 읽어야 효율을 감동을 기쁨을 배움을 깨달음과 변화를 더 크게 만들 수 있을 것인지.

 

요즘 낯설지만 점점 자주 눈에 띄는 단어가 있다.

『통섭』이라는 말이 바로 그 것이다.

 내 가진 깜냥으로 해석해보면 조화, 융합과 비슷한 의미인 것 같다.

 

이 책 '통섭의 식탁'을 간단히 말하면 '생각했다, 노렸다, 얻었다, 읽었다, 알았다'의 과정의 연쇄였다.

 생각한 것은 무엇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였고, 노린 것은 인터넷의 서평 이벤트였고, 읽은 것은 물론 '통섭의 식탁'이었고 알게 된 것은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할 것인가 였다.

 이만하면 참 잘한 독서 아닐까싶다.

 

나름의 질문을 가지고 읽었고, 그 나름의 질문에 답을 얻었으니 내게 있어 최고의 독서라고 해도 틀리지 않겠다.

 

지은이인 최재천 교수님은 스스로를 '책벌'이라고 칭할 만큼 책을 가까이하고 욕심내는 사람이다.

 파벌, 재벌, 학벌 등의 말이 가지는 '벌'의 부정적 이미지를 넘어서 책을 즐기고 아끼고 욕심내는 새로운 '벌'을 이야기 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인 만큼 독서의 내공이 얕을리가 없다.

 

본래 생물, 동물과 관련된 연구를 업으로 삼는 교수인 그는 "알면 사랑한다!"라는 알듯 말듯 한 좌우명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말하길 "자연도 알아야 사랑하고 보호하게 되는 법이다."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통섭의 식탁'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사람들이 알고 아끼고 사랑하게 될 수 있도록 해줄 책들에 대한 '추천사'를 모아놓은 모양을 하고 있다.

 

제목도 제법 특이하지만 구성도 특이하다.

 마치 만찬을 즐기듯 코스로 나누어 둔 독특한 모양으로 책들을 모아두고 분류해 둔 것이다.

 이런 형식의 책이 모든 사람의 식성에 맞을런지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에 페이지 배경에 사각형이나 줄무니가 들어가서 활자와 겹쳐보이는 페이지들을 제외하고는 제법 식성에 맞았었다. 하긴 내가 잡식성이라 어지간해서 식성에 안맞을리가 없지만 말이다.

 

책 머리에서도 이야기 하고 있지만 이 책은 '과학자의 서재'라는 책에서 미처 진열하지 못한 다른 책들의 소개가 모아져 마련된 책이다.

 '과학자의 서재'라는 책을 읽지 못한 것이 아쉬운 부분이지만 지금은 '통섭의 식탁' 이야기를 하기로 하자.

 

서론이 무척 길어져버렸지만 나의 감상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얻은 결론은 "알아야 사랑하겠구나."였다.

 

 나름대로 독특한 구성을 통해 책을 묶어두었는데 이런 조금은 식상하고 진부하기까지한 감상이 나온 것은 어쩔 수 없다.

 정말 말 그대로 "알아야 사랑하겠구나."라고 생각했으니.

 

통물과 생물을 주로 연구하는 분야에 계신 교수님이라 그런지 자연과 생태 생물들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뜨겁고 무척이나 그들을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가 예사로 치부하는 일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나, 우리가 보호해야 할 생물들과 그 정당성을 일깨울 수 있는 이유들을 이 책 속에 소개된 책들을 통해 배울 수 있겠구나" 싶었다.

 

안타까운 것은 그동안 잡식이라고 해놓고선 극도의 편식을 일삼아 왔던 나의 빈약한 독서의 영역 문제였다.

 '통섭의 식탁'에 소개된 150권이 넘는 책 중에 "아, 이 책~ 나 읽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책이 다섯권이 되지 않았다.

 아, 안타깝다. 그래서 전부 메모했다. 이 책 속에 한번이라도 이름이 나오는 책 제목 전부를.

 

사실 메모했다고 당장 읽기 시작하게 될 것 같은 만만해보이는 책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꼭 기억해야 할 이야기가 떠오른다.

 '기획 독서'

 

우리는 보통 취미, 혹은 취향에 따라 책을 고르고 읽는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사고 영역을 제한하게 되는 족쇄가 될 수 도 있다는 생각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나도 그랬다.)

 독서가 괴로움이 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불과 두달 전까지도.

 그럼에도 저자인 최재천 교수님은 '기획 독서'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기획 독서'가 통섭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이 될 것이라면서 말이다.

 

'통섭'을 쉬운 말로 하면 '짬뽕'혹은 '비빔'이 될 것이다.

 갑자기 뭔가 없어보이는 말이 되어버린 것에 대해 사과 말씀을 전하며, 우리나라의 비빔밥과 우리가 밥상에서 밥과 반찬을 먹을 때의 그 불규칙적인 조합을 들어 "우리 나라가 어쩌면 섞는 것 하나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제일 잘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한 최재천 교수님의 말을 더해본다.

 

책은 효용성에 따라 읽는 사람 모두에게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에서 그치는 책이 있는가하면, 그 책을 읽고 그 책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효용성에 급격한 격차가 발생하는 특별한 책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전적으로 후자에 속하는 유형으로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잠재능력을 가진 책일 수도 있고, 에이 뭐 이런 책이었어? 하며 어딘가에 처박히는 처량한 신세가 될 수도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내용은 책들을 추천하는 글들로 이루어져 있고 주로 생물학과 과학에 관계된 서적들임을 이야기해두기로 한다.

 조금 전문적인 내용도 들어있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 대부분이겠구나 싶은 제목들이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지은이의 말을 조금 적어본다. 

 "과학의 대중화 보다 대중의 과학화" 

 

요즘 서투르게 과학의 대중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단순히 교양 위주의 과학 서적들이 판을 치고 있어 궁극적으로 과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효과를 얻는 것이 아니라 과학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기에 섣불리 수준을 낮추어 과학을 대중화 하기보다 대중의 수준을 조금 높여 대중을 과학화 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일이라는 것이다.

 

지당한 말씀이긴 한데, 이 말에 대한 호응이 뜨거울지 비난이 뜨거울지는 잘 모르겠다.

 

이쯤에서 슬슬 결론을 생각해야겠다.

 

이제 세상은 새로운 형태의 인재를 원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인재가 바로 '통섭형 인재'다.

 하나의 학문에 그치지않고 다른 학문들에도 조예를 가져야만 두루 능력을 발휘 할 수 있는 인재가 된다는 것이다.

 한창 산업이 발전하던 시대에는 이른바 '평생 직장'이 모두의 목표였다고 한다면, 지금은 '십년 직장'을 목표로 해야 하는 상태고, 이 후에는 그보다 더 짧은 기간에 직장, 직업이 달라질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지은이는 예견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발전과 개발을 명목으로 행하는 환경에 대한 무자비한 파괴 행위를 멈추지 않으면 반드시 찾아올 재난, 재앙들도 담담하고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영원하지 않은 유한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에게 너무 가혹한 모습을 보인다.

 우리 기준에서, 우리 위주로, 현재 상태에서 생각하고 계획하고 실행한다. 

 그러다보니 오래도록 이어지던 조화가 깨어지고 생태계도 생물의 다양성도 깨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재해, 혹은 재난, 기상이변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보내는 것은 자연일까? 아니면 우리 스스로가 불러들인 것일까?

 그런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담고 있지 않으면서도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만들고 떠올릴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신기한 책이었다.

 

 "알면 사랑한다!"라는 그 말이 귓가에 울리는 듯하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모르고 있다. 그럼에도 그것을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것이 우리와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무관심으로 일관해도 일체의 해가 나에게 닥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함 때문이다.

 

우리는 조금 더 자연과 생명과 세상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리고 사랑해야 한다.

 생판 모르는 남을 사랑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알아야 사랑하던 미워하던 할 것 아닌가? 모르는 것이 약이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아는 것이 힘이고 아는 것이 사랑인 시대인 것 아닐까?

 

고대의 학자들을 보면 철학과 의학과 건축 미술을 두루 익히고 있었다.

 그것이 어느 순간부터 세분화 되고 자신의 분야에만 정통하면 최고가 될 수 있는 시대로 변화했다.

 어느 시대에나 필연적인 변화에 대한 요구가 있다.

 서서히 떠오르는 '통섭'이라는 화두가 그 필연적 요구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했던 책이었다.

 나의 무관심의 영역에 잠들어 있던 것들에 대한 관심을 일깨워주는 좋은 계기가 된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이제 우리 "알고 사랑해보자."

 

 

시애틀의 추장의 연설문 :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 온 것들을 당신들도 당신들의 아이들에게 가르치십시오. 이 대지가 우리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ㆍㆍㆍㆍ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대지가 우리의 소유가 아니라 우리가 대지의 일부라는 것을. ㆍㆍㆍㆍ 이 땅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이 땅의 아들딸 모두에게 벌어질 것입니다. 우리가 이 생명의 그물을 엮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단지 그 그물을 이루는 하나의 그물코일 뿐입니다. 우리가 이 생명의 그물에 저지르는 일은 곧 우리 자신에게 저지르는 일입니다." 236쪽~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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