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의 긴 공판이 끝나고 선재에게 찾아는 감정은 서글픔이었다. 인간사의 진실을 엿본 씁쓸함이랄까. 세상은 착한 이들이 보상받는 곳이 아니야. 알고 있었잖아. 애써 외면해 왔을 뿐.p.055ㅍ판사가 믿지 못하겠다는데야 어떤 입증도 무력했다. 눈 앞에 불을 피워도 불을 믿지 않았다. 한번 쌓은 편견의 성은 절대 무너지지 않았다. 판사의, 아니 사람의 생각을 바꾼다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회의가 들었다.p.128이 재판이 마치 어항 속 물고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자유롭게 어디든 헤엄친다고 여기겠지만 실은 좁은 어항 안을 영원히 뱅뱅 돌 뿐이다.p.238"사람들은 법이 문제라고들 하는데, 아니라고 생각해요. 법은 잘못이 없습니다. 인간이 문제죠. 오랜 세월 실무가로 살아온 제 경험입니다. '법대로만' 해도 대개의 경우 정의라는 결과에 도달하게 됩니다. 인간이, 법률가가 그 법대로조차 하지 않아서 문제인 겁니다."p.299그것이 알고싶다. 용감한 형사들. 꼬꼬무. 히든 아이 등등 범죄와 사건사고를 다룬 티비 프로를 좋아한다.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들에 맘 아파하고 가해자에게 올바른 처벌이 내려지면 그것만으로 해소되는건 아니지만..그래도 피해자들이 그 결과에 어느정도의 위로가 되기를 바라곤 한다. 하지만 죄를 지었다는걸..그가 범인이라는 정황증거들이 차고 넘치지만 직접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이 내려지는 사건들도 종종 접했었다.이 책은 소설이기보다 피해자 가족의 에세이를 읽는듯한 느낌이었다.실제 사건들에 억울한 피해자 가족들을 티비로 봤을때는 결과에만 집중하느라 실제로 법정에서 어떤 공방이 이어지는지.. 얼마나 오랜기간 소송이 이어지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었는데..책을 읽으면서 고구마 백만개를 먹은듯한 답답함과 국민을 지켜주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 언제나 정의를 외치는건 아니라는 것과 누군가는 그 법을 이용해서 오히려 범죄를 계획하기도 한다는것도 알게 되어 양가적 감정이 들었다.전직 국가대표 사격 선수였던 선재. 그녀의 남자친구 지훈이 첫 인상부터 좋게 보이지 않았던 친구 양길과 필리핀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주검으로 돌아왔다.지훈앞으로 들어가있던 거액의 생명보험과 수령자는 친구인 양길.지훈의 옷가지에서 검출된 약물과 한국에서 처방받은 사실이 있는 양길.술마시다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며 필리핀에서 지훈을 화장해버린 양길.모든 정황증거는 양길의 살인을 가리키지만 양길은 무죄를 선고받고 보험금 지급 소송까지 진행하는데..이미 알고있던 캄보디아 만삭 부인 사건과 금오도 사건..그리고 알지 몰랐던 훈민정음 해례본 사건들의 이야기와 함께 법에 관해 깊게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그리고 감정이 있는 인간이기에 자연스럽게 복수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정의를 심판하는 법이 나를 버렸다면...복수를 꿈꿀수 밖에 없지 않은가..선재는 일반인이 아닌 전직 사격 국가대표였기에 더욱더...눈앞에서 자신의 범죄를 대놓고 말하는 양길에게 선재는 과연 어떤 복수를 행할것인지...마지막은 사이다를 한모금 마신것 같기는 했지만..주제가 주제인지라 아직까지도 열불이 꺼지지 않고 있는 소설이었다#4의재판 #도진기 #황금가지
교정사는 세대교체를 할 텐데도 국민은 그걸 없는 일로 치부한다. 이 나라에는 종이책이 존재하지 않고 오직 '책' 만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과거에 있었던 일 따위는 참조 하지도 않는다.p.022"저는 폐가 없는 책을 접해본 적 있어요."서가를 나서는 순간, 열이 조용히 말했다. "가볍고 얇고, 향기로운 냄새가 나더군요. 거기에는 글씨가 그야말로 빽빽하게 줄지어 있었어요. 한 글자 한 글 자가 의미를 지니고서 여기 없는 자의 이야기를 전하죠. 그야말로 기적 같았어요. 네, 기적이고 말고요. 왜 잃어버리면 견디기 힘들 그 기적이, 그토록 약한 물건에 담겨 있는 걸까요. 뼈조차 없는 그런 물건에. 직접 보고 나니.... 책은 불태우기 위해서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더군요."p.048난가학적인 성향을 타고났다. 가학성은 내 가슴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28년 동안 나와 함께 지내 왔다.p.106그렇다면 열을 부추긴 건 분명 채워지지 않는 욕구다.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갈증과 몸을 태울 듯한 갈망이었으리라. 도지는 그걸 깨닫고 열 모르게 몸을 바르르 떨었다.p.279등뼈가 있는 책은 불태워지는 순간까지 아름답다.그 삶조차도 이야기이기 때문이다.p.322~323와우~~제목부터 표지까지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 책이었는데..내용은 마음까지 사로잡는 책!단편 안 좋아하는 1인인데 일곱가지 이야기가 다 와우~~하면서 읽을수 밖에 없게 재미있었다.종이책이 존재하지 않고 대신 인간이 책이 되어 하나의 이야기만 담는 곳..그곳에 열 개의 이야기를 담아서 열이라 불리는 책이있고..서로 전하는 이야기에 오류가 있을때 두 책은 철로 된 새장에 긷힌채 모두가 보고 있는 곳에서 책 내용으로 논쟁을 벌이다 옳지 못하다 판정된 책은 산채로 불태워져 등뼈만 남게 된다.그저 잔인한 설정이라고만 하기에는 인간의 몸으로 책이 되어 한 이야기를 오롯이 담고 있는 그 책의 자긍심이 대단하고..내용이 바뀌며 출판되는 책들과 다르게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는 단 하나의 책..첫 단편부터 완전 대박이었는데..인간으로 태어나 누구나 동물로 탈바꿈한다는 설정..토끼가 되고싶은 구이나. 그리고 그녀가 좋아하는 미카기..어느날 미카기가 강에 빠져 머리를 다치고 급하게 당나귀로 탈바꿈되었는데..이게 무슨일인지 당나귀가 아닌 미카기 모습을 한 사람이 구이나를 부르는데..상상도 못한 반전이어서 놀랬다.통증을 없애는 대신 내 통증을 누군가가 대신 느껴야하는 거미줄이라는 기술..그 통증을 대신 받아들여주는 통비..백번의 동백꽃을 가슴에 달면 통비에서 벗어날수 있기에 그 누구보다 아름답게 꾸미고 춤을 추는 자쿠로..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구자쿠..이 이야기가 제일 좋기도 하고 맘 아프고 잉~~ㅠㅜ화창한 날씨에 한사람에게만 비가 내리고 그 비는 몸안에서도 내리기에 피할수 없어 결국 사망하게 되는 '강루'죽고싶어하는 이에게 과거로 돌아가 누군가를 구하는 휴가를 제공하는 미래.하지만 구해낸 이의 원래 예정된 죽음을 막을수는 없다.이렇게 독특하고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들에 매료될수밖에 없어서 이 작가님의 다른 소설이 어떤지 너무 궁금해지는 시간이었다. 강추!#책의등뼈가마지막에남는다 #샤센도유키 #블루홀식스
"나는 당신을 괴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당신도 알잖아." "차라리 괴물로 생각해.""왜?""이 집에서 살인자가 당신 하나만 있는 건 아니야. 당신만 그일에서 못 빠져나왔을 뿐이지." 아주 피곤했는데도 웬디는 그렇게 말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뭔가가 시작되는 듯했다.p.080살인은 그녀가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던 행위였다. 물론 전에도 살인을 계획한 적이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으로는 실제로 살인을 저질러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자신이 잘 해낼 수 있은지 의문이 들었다. 살인은 그녀에게 미지의 영역이었다.p.134"물에 관한 이론이 있다고요?""음. 아뇨.물에 관한 게 아니라 영역에 관한 이론이죠, 우리는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여러 영역에 존재합니다. 남자가 전쟁터에가는 건 완전히 다른 영역에 들어서는 거죠. 여자가 아이를 낳으면 모성이라는 영역에 들어서는 거고요. 영역마다 다른 규칙이 존재하는데 우리는 마치 각기 다른 영역에 똑같은 규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듯이 행동하죠. 요즘 젊은 사람들은 특히 더 그렇고요."p.136"미안해, 여보. 어쩔 수가 없었어. 예전의 당신이라면 이해했을거야."p.339"과거를 잊을 수 있는 사람이 제일 행복한 법이야. 그러니까 사람에게 너무 얽매이지 마라. 그게 내가 하고 싶은 말 같구나."p.342'처음 남편을 죽이려고 했던 건 디너파티가 열린 밤이었다.'소설의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하면 기대감이 가득할수 밖에 없는 거 아닌가요~~작가님은 다 계획이 있으셨군요~~읽은지 얼마 안됐을때 남편을 살해하고..시간이 역순으로 진행되는 스토리여서 뒷부분이 살짝 루즈해지는 느낌이 없진않았지만..마지막장을 읽고나니 와우~~ 역시 피터 스완슨! 할수밖에 없었다 ㅋㅋ남들이 볼때 부유하고 성공한 가족인 웬디와 톰 그리고 그들의 아들 제이슨.영문학과 교수이자 작가인 톰은 어느날 자신이 새로운 추리소설 집필을 시작했다고 말하고..부인이자 주인공은 웬디는 남편몰래 그 소설을 읽고 난 후에 남편인 톰을 살해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과거에 두 사람이 함께 무슨 사건을 저질렀고 평생 비밀로 해야하는데 소설속에 그 이야기를 담아낸듯했는데..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었던 거냐고~~궁금증을 가득 품게 만들며 이야기는 계속되는데..읽으면서 웬디는 태생부터 사이코패스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음...같은해 같은 날 태어나서 소울메이트 같았던 첫사랑 두사람이 비극으로 치닫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오히려 시간역순으로 보여지니 더 극명하게 보여지는 느낌이었다.웬디가 자라온 환경도 아주 큰 영향을 미쳤다는걸 알수 있었고..나는 미혼이라서 부부의 관계를 이해할수 없긴 하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본다고 하면 어떤 사건을 마주했을때 그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그냥 묵과하기 시작했다는거..그게 쌓이고 쌓여 이젠 어떤 문제를 일으키더라고 저런 사람이니까..가 되어버린 느낌이랄까?하지만 톰과 웬디는 처음부터 잘못된 만남이었다에 한표!영화화 확정이라는데 영화로도 꼭 보고싶다#킬유어달링 #피터스완슨 #푸른숲
왜 그렇게 극찬을 한 책이었는지 읽으면서 바로 알수가 있었다.캐나다 서부에만 존재하는게 아니라..전세계 어느곳에든 오일샌드 광산 같은 곳은 존재한다.심지에 모두가 대학을 나오고 교육 수준이 높은 곳이어도 그곳에 쌓여 내려온 잔재들로 인해 여전히 케이트에게 대하듯 하는 남자들이 아직도 너무나도 많다는거..심지어 나 역시도 나이많은 직장동료들의 거리낌없는 그런 말투를 전해 들은적도 있으니까..이 그래픽노블 작품은 젠더 문제뿐만이 아니라 환경에 더 낳다며 환경을 망치고 있는 석유산업과..험한 노동환경에서 사고를 당하는 사람들이 나오지만..회사는 그들을 부품취급하며 대체 가능한 부품으로 여기고..모두가 그런건 아니지만..노동자들이 누군가의 사고사 얘기를 듣고서도 아무렇지 않게 잡담을 하는 모습 또한 너무 충격이었다. 케이티가 리온에게 노동자들의 집에서의 모습과 이곳에서의 모습이 다를지를 물어보고 당연히 그렇다고 말하는 리온의 대답이..오일샌드의 문제점을 얘기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자신들 모두 그곳에서의 모습이 자신의 모습이 아님을 알지만 그곳에서는 그렇게 행동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모두의 마음가짐과 그래도 누구하나 그게 옳지 못한 행동이라는걸 인식하지 못한다는거..내가 저 안에 있었다면 난 아마 정신이 나가버렸을꺼 같다.수백마리의 오리들이 테일링 연못에 내려앉은 뒤 떼죽음을 당했다. 회사에서는 눈가리고 아웅하듯 허수아비를 세울뿐 근본적인 해결을 하려는 노력조차 없다.오일샌드에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바로 이 오리들이 아닐까 싶다..그래서 너무나도 모두가 읽어줬으면 하는 책이었다.#오리들 #DUCKS #케이트비턴 #김영사
어떤 날은 밀려오는 통증에 휩쓸려 여기저기 부딪히며 흘러 다니다가, 또 어떤 날은좀 살 만하다 웃고 행복해 보기도 하다가. 살아 있기에 구겨진 일상이라도 소중히 품어봅니다. 매일 아침 삼키는 알약처럼 하루하루를 삼켜내며 살아갑니다.p.027달리지 않고서야 알게 됐습니다. 달리지 않고도 사는 사람은 많다는 것을. 우리는 사실, 달리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것을.p.173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건지..돈이고 명예고 가장 중요한건 건강이라는 어르신들의 말에 완전 공감할수밖에 없다.나는 태어나면서 b형 간염 보균자였다.고등학교때까지만 하더라도 b형 간염 보균자가 뭘 말하는지 솔직히 관심도 없었다. 그저 헌혈을 하면 내 피는 사용할수 없어서 폐기처분된다는게 속상했을뿐이었다..그렇게 남들처럼 대학을 나오고 직장에 들어가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 심각하다 싶을 정도의 피로감에 피검사를 했고 동네 내과에서는 큰병원으로 가봐야할꺼 같다고~~대학병원에서의 결과는 간경화..20대에 간경화라니..모태신상이어서 술도 안먹는 아이였던 내가 간경화란다..초기에 확률은 적지만 시도해볼수 있는 주사치료가 있다고 해서 일주일에 한번씩 내 배에 직접 주사하는 거액의 치료도 시도했었다.약이 어찌나 독한지 그때의 나는 6개월간 독감에 걸린듯한 몸 상태였지만..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내색하지않아 아무도 그런 내상태를 몰랐드랬다.^^결국 그것도 실패하고 지금은 더 나빠지지 않기만을 바라며 일상을 살고 있지만..갑자기 간수치가 확 오를때도 있고 관리 잘 했다고 칭찬받기도 하며 살아가고있는중이다.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남일같지 않고 공감되는 부분이 너무도 많았다.그저 병일뿐인데 본인탓인거 같다고 가끔 눈물흘리시는 엄마..몸도 아픈데 본인들이 죽고 나면 혼자남을 막내딸 걱정에 결혼이라도 하길 바라시는 아빠..가끔 병원에 다녀올때면 괜시리 모든게 다 짜증날때도 있고..나중에 더 나이들고 아파지면 어쩌지 하는 미래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남들이 그거밖에 못 받아?라고 놀라는 월급이지만 4대보험되고 익숙한 직장도 있고..내가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 반려동물이 있고 여행도 다녀올수 있을정도의 몸은 되니까..현재를 감사해하며 하루하루를 보낼수밖에..작가님은 몸에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고통이라서 얼마나 힘드실지..하지만 작가님 글과 그림에 위로받는 독자들이 있고..항상 내편인 가족이 있고..또 다른이들을 위로할수있는 능력이 있으시니까 우리 하루하루 잘 견뎌보아요!서른을 잘 견디셨듯이 그러다보면 어느덧 마흔..쉰..잘 맞이할수있을꺼예요!#설은일기 #작은콩 #오팬하우스 #인스타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