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의 재판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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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긴 공판이 끝나고 선재에게 찾아는 감정은 서글픔이었다. 인간사의 진실을 엿본 씁쓸함이랄까. 세상은 착한 이들이 보상받는 곳이 아니야. 알고 있었잖아. 애써 외면해 왔을 뿐.
p.055

ㅍ판사가 믿지 못하겠다는데야 어떤 입증도 무력했다. 눈 앞에 불을 피워도 불을 믿지 않았다. 한번 쌓은 편견의 성은 절대 무너지지 않았다. 판사의, 아니 사람의 생각을 바꾼다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회의가 들었다.
p.128

이 재판이 마치 어항 속 물고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자유롭게 어디든 헤엄친다고 여기겠지만 실은 좁은 어항 안을 영원히 뱅뱅 돌 뿐이다.
p.238

"사람들은 법이 문제라고들 하는데, 아니라고 생각해요. 법은 잘못이 없습니다. 인간이 문제죠. 오랜 세월 실무가로 살아온 제 경험입니다. '법대로만' 해도 대개의 경우 정의라는 결과에 도달하게 됩니다. 인간이, 법률가가 그 법대로조차 하지 않아서 문제인 겁니다."
p.299


그것이 알고싶다. 용감한 형사들. 꼬꼬무. 히든 아이 등등 범죄와 사건사고를 다룬 티비 프로를 좋아한다.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들에 맘 아파하고 가해자에게 올바른 처벌이 내려지면 그것만으로 해소되는건 아니지만..그래도 피해자들이 그 결과에 어느정도의 위로가 되기를 바라곤 한다. 하지만 죄를 지었다는걸..그가 범인이라는 정황증거들이 차고 넘치지만 직접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이 내려지는 사건들도 종종 접했었다.
이 책은 소설이기보다 피해자 가족의 에세이를 읽는듯한 느낌이었다.
실제 사건들에 억울한 피해자 가족들을 티비로 봤을때는 결과에만 집중하느라 실제로 법정에서 어떤 공방이 이어지는지.. 얼마나 오랜기간 소송이 이어지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고구마 백만개를 먹은듯한 답답함과 국민을 지켜주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 언제나 정의를 외치는건 아니라는 것과 누군가는 그 법을 이용해서 오히려 범죄를 계획하기도 한다는것도 알게 되어 양가적 감정이 들었다.
전직 국가대표 사격 선수였던 선재. 그녀의 남자친구 지훈이 첫 인상부터 좋게 보이지 않았던 친구 양길과 필리핀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주검으로 돌아왔다.
지훈앞으로 들어가있던 거액의 생명보험과 수령자는 친구인 양길.
지훈의 옷가지에서 검출된 약물과 한국에서 처방받은 사실이 있는 양길.
술마시다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며 필리핀에서 지훈을 화장해버린 양길.
모든 정황증거는 양길의 살인을 가리키지만 양길은 무죄를 선고받고 보험금 지급 소송까지 진행하는데..
이미 알고있던 캄보디아 만삭 부인 사건과 금오도 사건..그리고 알지 몰랐던 훈민정음 해례본 사건들의 이야기와 함께 법에 관해 깊게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감정이 있는 인간이기에 자연스럽게 복수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정의를 심판하는 법이 나를 버렸다면...복수를 꿈꿀수 밖에 없지 않은가..
선재는 일반인이 아닌 전직 사격 국가대표였기에 더욱더...
눈앞에서 자신의 범죄를 대놓고 말하는 양길에게 선재는 과연 어떤 복수를 행할것인지...
마지막은 사이다를 한모금 마신것 같기는 했지만..
주제가 주제인지라 아직까지도 열불이 꺼지지 않고 있는 소설이었다

#4의재판 #도진기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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