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게 그렇지. 어떻게든 잘 참고 견디고 버티는 듯하다가도 팽팽하게 당긴 끈처럼 한순간에 툭 끊어져 다 무너져버릴 때가 있지.p.016"맹독이든, 병균이든, 슬픔이든, 아픔이든, 여기에서는 모두같아. 모두가 아름다운 눈송이가 되지. 은혜로운 양식이자 생명의 기쁨이 되지. 이 아래에서는 모두가 다 같아지지."p.022쓰지 않는 물건은 사라진다. 인적이 드문 장소는 없어진다. 때로는 산이나 개울이 없어지고 어느 날에는 마을 하나가 통째로 자취를 감춘다.그러니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있다면 계속 쓰거나 지켜보아야 한다. 양자역학의 원리를 빌려 말하자면, 모든 것이 확률적으로 존재하여 관찰로 고정해야 하는 셈이려나.p.087그때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하나뿐이었다. 내 목숨은 내 것이라 하찮으니, 중요한 것은 그대의 생명이니.p.113나는 왜 김보영이라는 작가님을 이제서야 알게 된건가!뭐 이렇게 아름다운 sf단편들이 있는거야 ㅠㅠ먼저 고래눈이 내리다라는 단편부터 내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더니만..'느슨하게 동일한 그대' 진심 최고다.영혼이란 존재하는것인지..전송되어 진 나는 죽었다 다시 태어난 새로운 사람인건지..그저 이동했을뿐인 나 본연 그대로인지..예술작품을 전송시켰을때 그 작품은 진품이라고 말할수 있을지..아니면 가품인건지..사람이든 물건이든 그것을 지칭하는 대상은 어디까지라고 할수 있을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보게 만들었다.수녀였던 내가 전송으로 인해 수녀였던 나는 이미 죽었고 지금의 나는 새로운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의 믿음을 가진 내가 권현수가 전송되지 않았다는 얘기에 고민없이 전송기로 들어가고...마지막 '그때 아마도 나는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던 것 같다.' 라는 문장을 읽고서는 눈물이 또르르~~~ㅠㅠ가슴이 먹먹하고 감동적이고..너무좋잖아~~~'귀신숲이 내리다'는 sf공포를 눈으로 보고 있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글을 읽으며 머리속에 산천이 고스란히 그려졌고..결국 인간이라는 종이 이 지구를 얼마나 병들어가게 하고 있는지를 고래눈이 내리다에서는 심해를 배경으로..너럭바위를 바라보다는 디지털 세계를 배경으로..귀신숲이 내리다에서는 우주를 배경으로 쓰신 이야기가 너무나도 다르면서 좋았다.'저예산프로젝트'는 게임을 좋아하는 덕후들이라면 훨씬더 감동받을듯한 반전!작가님 사람 감동시키는 법을 제대로 아시는군요!'너럭바위를 바라보다'는 너무나도 짧았지만..사라지지 않게 하기위해서는 기억하고 사용하고 이름을 불러줘야만 한다는 값진 메시지를 담고있어서 좋았다.하나같이 안 좋은 단편이 없었던 고래눈이 내리다.좋은작품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도서협찬리뷰는 서사원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우와~~이 소설 최고다!인간관계 어떻게 대처하는지..나 스스로를 어떻게 사랑해야하는지 등을 설명하는 그 어떤 에세이,심리학 책보다도 이 소설 한권이 최고 인것 같다!가사조사관이라는 직업..그래서 타인의 이야기를 몇시간이고 듣는 게 직업인 주인공 도연.작가님 역시 남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능력이 높으신 분일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거 사람 마음 속에 들어갔다가 나오신것처럼 글을 쓰실수는 없을테니까..사람들은 어쩌면 그렇게 성격도 제각각이고 살아가는 환경도 제각각인건지..같은 어려움을 마주하는 환경임에도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다르기에 나에게는 이토록 무거운 문제가 누군가에게는 불면 날아갈것만 같은 가벼운 문제가 되기도 하고..하지만 모두가 내가 아니기에 타인의 삶에 내기준으로 생각할수 없고..그저 가만히 곁에 있어주는것..그리고 들어주는것..그게최고의 위로인듯 하다.도연의 언니의 삶. 그리고 남겨진 도연과 가족의 삶.감자의 엄마와 할머니의 삶. 그리고 감자의 삶.우진의 형의 삶. 그리고 우진과 조카 소희의 삶.그리고 민교수의 삶..각자 자신들의 삶들이 있고 그 누구의 삶도 행복하기만 하지 않고..어렵기만 하지만..어찌나 모두들 자신들이 처한 환경과 성격에 맞게 잘 이겨나가고 있는지..어두운 터널이 계속될것만 같지만..결국은 마침내 터널을 빠져나와 환한 햇살을 마주하게 될..그들의 삶을 응원한다.#마침내안녕 #유월 #서사원 #한국소설 #소설추천 #가사조사관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고유한 기억이 필요해. 당연한 이야기인지도 모르지만 그래야 시작할 수 있어. 누구도 아닌 자신만의 이야기를 말이야. 그게 단 한 장면에 지나지 않을지라도."p.088스태프들이 하는 말을 들었어. 내가 사라져도 내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몸을 잃은 기억은 아득한 우주를 영원히 떠돌게 된다고했어. 나는 떠돌지 않을 거야. 어떤 형태로든 너에게 갈게. 먼 길을 돌고 돌아도 결국은 너에게 닿을 수 있도록. 네가 누구인지 잊지 않도록 기억을 보낼 거야. 그러니까 너는 내 신호를 알아봐 줘.p.146너희 두 사람 사이에 생겨난 감정이 네트워크에 어떤 메커니즘을 만들어 냈어. 그 덕분에 지워져야 할 것이 지워지지 않고 생겨나야 할 것이 생겨나지 않았지. 우리로서는 꽤나 골치 아픈 문제를 맞닥트린 거야.p.267뇌에 ID칩을 박고 기억을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미래..주인공인 정한은 모든 기억을 더 많이 받으려하지만..자신이 원하는 기억은 받아지지 않고..안은 모든 기억을 최대한 지우려고 하지만..지워지지 않은채로 남겨진 기억들이 있다.정한과 안. 그 둘은 기억속에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검푸른 호수 앞에서 만나는데..과연 이 둘의 관계는 뭐였고...기억이 오류를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인걸까..아이들을 모아 실험을 했다고 도시의 괴담처럼 전해내려오는 '블루진프로젝트'안은 다섯명의 아이와 함께 기억을 공유하는 실험을 당하는 아이였고..정한은 기억을 조각내 누락시킨 채로 다시 삽입하는 실험을 당하는 아이였다.기억을 저장한다고? 여러명의 기억을 함께 공유한다고?기억에서 감정만을 제거하고 다시 주입하여 인간성을 잃은 사람들을 조종하려는 거대 기업의 숨겨진 비밀..이런 흥미진진하지만 다소 어렵게 느껴진 기억과 관련된 이야기의 배경은..정한과 안의 '사랑'이라는 그 유일무이한 감정으로 다 뒤덮혀버렸다.이 책은 그냥 사랑이야기이다.그렇게 지우려 애쓰더라도 누군가를향한 감정은..마음속 그 어딘가에 고스란히 남아..다시 깨어날 기회만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감정인가를 설명하고 있는 소설이면서..기억이라는 게 사라지면 내가 온전한 내가 될수 있을지..생각해보게 만드는 소설이었다.#도시의소문과영원의말 #나인경 #허블
"옛날부터 봄꽃은 이상하게 열심히 피는 것 같아. 이유가 뭘까?"p.119벚나무는 어릴때부 터자신을 찾아오는 인간들을 분명 사랑스럽게 여겼을 것이다.'왜냐하면 사람과 벚꽃은 쭉 함께 살아왔으니까.'p.184케이는 이 교정의 벚나무와 학교 모습을 기억하겠다고 다짐했다. 기억 속에 남아 있으면 몇 번이고 다시 떠올릴 수 있으니까.p.236세상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 게 중요하니까. 어쩌면 인간에게는 어둠이 필요해. 보이지 않는 것을 두려워하고 미지의 세계를 꿈꿀 시간이.p.256시간의 틈 안에서 잊히는, 잊힌 것같은 작은 기도와 생명을 하나하나 소중히 건져 올리는 이야기입니다.작고 소소한 마법 이야기. 그걸 즐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p.350리쓰코를 보면서 참 나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평범한 하루하루지만 매일을 행복하다 느끼려 소소한 행복들을 찾았고..많은 재산이 있는것도 아니지만 먹고싶은 음식 매일은 아니지만 사먹을수 있고 하고싶은 여행도 저축해서 다녀올수 있는 직장이 있고..혼자있는걸 좋아하기에 많은 친구가 있지는 않지만 내가 힘들때 말할수 있는 내 편인 친구들도 있고..지금은 부모님과 언니 오빠 조카들도 있지만..막내이기에 큰일이 없는 이상 나도 홀로 살다 생을 마감하게 될것 같은데..지금은 강아지와 고양이도 함께 살고 있지만..더 나이를 먹고나서는 내가 아이들보다 세상을 먼저 떠날지도 다.리쓰코처럼 함께 있던 아이와 같이 떠날수 있다면 좋겠지만..내가 떠나고 남겨진 아이들을 끝까지 책임질수 없다면 그 아이들에게 못할짓일테니까..마신의 말처럼 세상에는 착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많아서 모두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마법을 얻게 되어 또 착하게 살고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이들이 존재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되었다.엄청나게 감동이 있거나 반전이 있거나 하는 내용이 아니어서 오히려 좋은..무라야마 사키의 소설은 그런 매력이 있는것 같다.성실하게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나 할까..그래서 마음이 편안하게 읽을수 있는 소설..따뜻한 밀크티가 생각나게 하는 소설..좋다 좋아~~^^#밀크티와고양이 #무라야마사키 #빈페이지 #힐링소설 #소설추천
'육체노동자'라는 제목을 보고서는 너무도 단순하게 그런쪽의 일을 하는 여성이 주인공인가보다..라고 생각했었는데...이런 나 반성한다!L' Homme de peine 번역해보니 '슬픔의 남자' '고통의 사람'이라고 나온다.이 제목 그대로 나왔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었는데..그러면 너무 빅토르에 초점이 맞춰진 소설로 인식될꺼 같기도 하고...이런 고전 문학들은 약간 시를 읽는것처럼 문장이 품고 있는 숨겨진 뜻들이 있어서 확실히 간단하게 읽을수 있는 책은 아닌듯 싶다.하지만 보석같은 문장들을 만나게 되면 그 아름다움에 반해 한참 곱씹게 되는 매력또한 공존하는 듯하다^^크리스틴에게 사랑이란 어떤 것이었을까..27명의 애인이 있었지만..10년동안 함께 밤을 세운게 사망한 이후 그의 관과 함께한 단 하루뿐이었던 빅토르를 사랑한 크리스틴.심지어 빅토르는 동성연재자였기에 크리스틴을 사랑할수 없었고 결혼하자는 크리스틴의 말에 내가 죽고나서는 가능할지도..라고 말할정도였지만..그럼에도 그녀가 빅토르를 자신의 방식대로 얼마나 사랑했었는지 알수있었다.테스트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입에 담는 순간 바로 통속적인 얘기밖에는 되지 못하는 우리의 비밀들' 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이 책의 모든 내용을 담고있는건 아닐까 싶었다.남들의 시선으로 볼때는 세베로 라이오넬 빅토르 크리스틴의 관계가 너무도 일반적이지 않기에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들 각자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최선을 다해 함께 했던 것 뿐..10년간 빅토르를 떠나지 않으면서 다른 남자들을 만나온 크리스틴은 끊임없이 사랑이라는 감정과 사람과의 관계등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과연 빅토르가 계속 얘기하기도 했듯 과연 크리스틴이 아쉴과 결혼을 할까?살짝 궁금해졌다^^#육체노동자#클레르갈루아 #LHommedepeine#열림원#문학#프랑스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