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눈이 내리다
김보영 지음 / 래빗홀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이란 게 그렇지. 어떻게든 잘 참고 견디고 버티는 듯하다가도 팽팽하게 당긴 끈처럼 한순간에 툭 끊어져 다 무너져버릴 때가 있지.
p.016

"맹독이든, 병균이든, 슬픔이든, 아픔이든, 여기에서는 모두같아. 모두가 아름다운 눈송이가 되지. 은혜로운 양식이자 생명의 기쁨이 되지. 이 아래에서는 모두가 다 같아지지."
p.022

쓰지 않는 물건은 사라진다. 인적이 드문 장소는 없어진다. 때로는 산이나 개울이 없어지고 어느 날에는 마을 하나가 통째로 자취를 감춘다.
그러니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있다면 계속 쓰거나 지켜보아야 한다. 양자역학의 원리를 빌려 말하자면, 모든 것이 확률적으로 존재하여 관찰로 고정해야 하는 셈이려나.
p.087

그때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하나뿐이었다. 내 목숨은 내 것이라 하찮으니, 중요한 것은 그대의 생명이니.
p.113


나는 왜 김보영이라는 작가님을 이제서야 알게 된건가!
뭐 이렇게 아름다운 sf단편들이 있는거야 ㅠㅠ
먼저 고래눈이 내리다라는 단편부터 내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더니만..
'느슨하게 동일한 그대' 진심 최고다.
영혼이란 존재하는것인지..전송되어 진 나는 죽었다 다시 태어난 새로운 사람인건지..그저 이동했을뿐인 나 본연 그대로인지..
예술작품을 전송시켰을때 그 작품은 진품이라고 말할수 있을지..아니면 가품인건지..
사람이든 물건이든 그것을 지칭하는 대상은 어디까지라고 할수 있을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보게 만들었다.
수녀였던 내가 전송으로 인해 수녀였던 나는 이미 죽었고 지금의 나는 새로운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의 믿음을 가진 내가 권현수가 전송되지 않았다는 얘기에 고민없이 전송기로 들어가고...
마지막 '그때 아마도 나는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던 것 같다.' 라는 문장을 읽고서는 눈물이 또르르~~~ㅠㅠ
가슴이 먹먹하고 감동적이고..너무좋잖아~~~
'귀신숲이 내리다'는 sf공포를 눈으로 보고 있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글을 읽으며 머리속에 산천이 고스란히 그려졌고..
결국 인간이라는 종이 이 지구를 얼마나 병들어가게 하고 있는지를 고래눈이 내리다에서는 심해를 배경으로..너럭바위를 바라보다는 디지털 세계를 배경으로..귀신숲이 내리다에서는 우주를 배경으로 쓰신 이야기가 너무나도 다르면서 좋았다.
'저예산프로젝트'는 게임을 좋아하는 덕후들이라면 훨씬더 감동받을듯한 반전!
작가님 사람 감동시키는 법을 제대로 아시는군요!
'너럭바위를 바라보다'는 너무나도 짧았지만..사라지지 않게 하기위해서는 기억하고 사용하고 이름을 불러줘야만 한다는 값진 메시지를 담고있어서 좋았다.
하나같이 안 좋은 단편이 없었던 고래눈이 내리다.
좋은작품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