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진 여름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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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대한 열정이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작자들인지 궁금해. 자기들이 하는 일이 정말로 꼭 필요한 일이라는 확신을 어떻게 갖게 되었는지 궁금하고. 난 그런게 안 생기거든."
p.075

사랑의 본질은 공허라는 생각이 들어. 내 삶을, 내 사랑을 채울 수 없을 거라는 예감이 들어. 잡으려는 순간에 그만 흩어져 버리는 거야. 그래서 바라보기만 하는 거야.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단념하는 거지 . 단념할 때마다 공허는 더 커지고, 어쩐지 조금 더 자유로워 지는 것 같아
p.157

"실은 난, 의지를 갖는 게 두려워, 아무런 의지도 갖고 싶지 않아. 살고 싶어 하지도 않은 채 살았으면 좋겠어. 그러다가 마음이 내키면 아주 가볍게 휑하니 사라지는 거야."
p.159

"삶을 위한 삶과 마찬가지겠죠. 보람이나 결실에 뜻을 두지 않으면 순간순간이 어떤 것의 도구나 과정이 아니라 절 대적인 가치일 수가 있으니까요. 뭔가를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늘 목적을 갖지만, 상실을 아는 사람은 의지를 두지 않아요."
p.169

누구나 자신을 다 알 수는 없는 일이다. 자신이란 모든 것을 잃은 뒤에야 알게 되는 것이다.
p.183

"어쨌든 저마다 스스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는 것 아닐까요? 그것을 정직하게 찾지 않으면 스스로 회복할 수 없어요. 그것이 시작이죠."
p.308~309


여자 나이 25살에 친구들 절반은 결혼을 하고 나머지는 자기실현에 몸을 불사른다는 처음 이야기를 읽고서..25이면 그냥 열심히 즐길 나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이 책은 25년만에 재출간하는 책이었단다.
제목을 바꿔서 출간한 건 신의 한수 같다.
원 재목이었다던 유리로만든 배 보다도 더 와닿는 제목이지 않을까..
25살의 은령은 결핍과 공허로 가득 차 있는 존재같았다.
태어나면서부터 조건없이 무한한 사랑을 줘야할 엄마라는 존재부터.. 자식보다는 자신의 사랑을 찾았고..
2년 동안 사귀던 애인 선모의 엄마역시 은령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특별히 하고싶은 것도 되고싶은 것도 없이 흘러가는대로 삶을 살아가는 그녀가 지방의 한 라디오 작가로 취업을 하며 시인 유경을 만나게 되고..
자신과 함께 살다 어느날 떠나가버린 미화라는 여인을 잊지 못하던 유경..
그리고 유경의 아주친한 형이자 '플루토' 사장인 이진.
은령의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마음으로 사랑한 유경과 육체적 끌림의 이진.
완전 유교걸인 나로서는 좋게 봐줄래도 좋게 봐줄수 없었다구!
미친놈아니냐고! 이진! 나쁜놈의 쉐끼~~
원래 모든일들이 일어날때 당사자만 모른다고 하지만..
은령을 통해 지난 과거를 한꺼번에 깨달아버린게 아니었을까..
그래서 유경은 그런 선택을 할수 밖에 없던 것일까..
자신의 결핍과 공허를 채우려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부도덕한 행동을 하면 안된다고 어릴때부터 안 배웠냐고요!
좋게 봐줄래야 좋게 봐줄수 없다고! 으~~~~스트레스!
주인공들은 맘에 안드는데 문장들은 왜이리 좋은게 많은건지~~계속 곱씹게 되는 문장들에 한가득!
유경의 이야기의 책이 나오면 좋겠다.
이 얼룩진 여름을 반복해서 겪었을 것만 같은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얼룩진여름 #전경린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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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킬러
윤자영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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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교사들이 정신 승리를 할 때 많이 외치는, 아주 좋은 마음가짐이다. 하지만 이 유용한 글귀는 이제 큰 문제로 변했다. 이놈들도 그걸 알기 때문이다. 더 날뛸수록 교사들의 관심은 멀어지고 자신들은 편해진다는 것을 중학생 때부터 몸으로 체득한 놈들이다.
p.022

'
와우! 이런 내용일지 몰랐다.
나는 진짜 판타지 호러를 생각하고 학교 학생 몸속에 악마가 들어가서 악마를 퇴치하는 학교 선생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이게 뭐고! 악마보다도 더 악마같은 아이들과..그 악마같은 아이들과 다를바없는 선생님들..
뭐 이렇게까지 살벌하게 글을 쓰셨나~~할수도 있지만 뉴스에서 심심치않게 등장하는 이야기들이라서 더 무서웠다.
내가 학교다닐때는 선생님이라는 존재들은 '물론 간혹 자신의 개인적 분노를 애들에게 표출하는 교사도 분명 있었지만' 제2의 부모님으로 여겨질정도로 학생은 당연히 선생님 말씀을 잘듣고 선생님들은 물론 학생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거듭나도록 가르치는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체육시간에는 자율학습으로 국.영.수 공부를 해야하고~~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에게 훈육을하면 핸드폰동영상으로 촬영해서 올리고..자기 자식에게 체벌을 했다며 득달같이 쫒아와 학교를 뒤집어놓는 부모들도 있고..
에휴~~
작가님이 말씀하셨듯이 이런 사건들만 뉴스에서 보도되고 일반적인 우리들의 행복한 청소년 시기의 학교생활은 그저 평범하게 흘러가는것이기에 사건사고만 더 크게 부각되는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건사고의 직접적인 피해자들은 남은 인생 평생동안을 그 일에서 벗어나지 못한채로 살아가야만하기에 절대 쉽게 지나칠수 없는 일임은 분명하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믿고싶다.
학교는 보호받아야할 장소이고..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할때..설령 도움을 요청하지 않더라도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할때..나중에 나에게 되돌아올 일들이 두려워서 피하거나 방관하지 않는 모두가 되기를..그런 모두가 될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기를..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 얘기를 다루고 있으면서 그들을 지켜보는 학교 교사..어떻게 할수없는 경찰..같은 반의 방관자인 학생들..가해자나 피해자의 부모들..그리고 이 모든 일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수없는 이 사회의 시스템 문제까지 모두 돌아보게 만들며 생각도 못한 반전까지 있어서 한숨에 읽어낼수 있는 책이었다.

#몬스터킬러 #윤자영 #네오픽션 #자음과모음 #한국추리작가협회추리문학상대상수상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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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을유세계문학전집 142
버지니아 울프 지음, 손영주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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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을때는 이게 무슨말이지? 대체 누가 누구고 누가 무슨말을 하는건지~~1도 이해가 안가서 큰일났다 싶었다.
이 책을 대체 어떻게 읽어야하나~~각잡고 집중해서 읽어야할책이구나!
헌데 맘을 비우고 여유롭게 읽다보니 구름흘러가듯 계속 흘러가는 의식의 흐름이 절로 느껴졌다.
소설을 읽는게 아니라 버지니아 울프의 머리속에서 그녀의 생각의 흐름을 읽어가는 느낌이랄까~
198페이지에 구름에 대한 이야기가 한페이지 전체에 적혀있는데.. 딱 이 글이 이 책을 읽어가는 방법을 이해하게 해준것 같고 또한 댈러웨이 부인의 마음. 그리고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의 마음까지 보여주는게 아닌가싶었다.
그녀가 써내려가는 이야기들의 흐름과 그녀의 의식도 이 구름과 같이 잔잔히 흐르다가 머물기도하고 바람에 의해 흩어지기도 했다가 형태를 바꾸기도 하며 그렇게 다채롭게 흘러간다..
클라리사를 보고서 갑자기 왜 모순에서의 쌍둥이 이모가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남들의 눈에 비친 그녀들은 남부러울것 전혀없이 거의 완벽한 삶을 살고 있는것 같지만..그녀들 가슴속 안에서는 수많은 감정들이 존재하고..그 수많은 감정들이 결국 스스로를 잠식해버리는...
책에서는 전쟁에 참전했다가 그 후유증으로 결국 창문으로 자신을 던져버린 셉티머스라는 인물을 통해 버지니아울프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던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샐리라는 인물은 그녀의 동성 연인이었던 비타가 그려졌는데..이 책은 아무래도 버지니아울프의 생애를 어느정도는 알아보고 나서 읽는거에 한표를 던져본다!


사람들의 눈 속에, 경쾌한 움직임과 터벅터벅, 터덜터덜 걷는 발걸음 속에, 고함과 소란 속에, 마차와 자동차, 짐차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샌드위치맨들, 관악대와 손풍금, 승리의 함성과 짤랑거리는 소리 속에, 머리 위로 날아가는 비행기가 내는 기이한 고음 속에, 그녀가 사랑하는 것이 들어 있었다. 삶이, 런던이, 6월의 이 순간이.
p.009

삶의 한복판에 공허함이 놓여 있었다.
p.046

성가신 것은 그녀의 태도였다. 소심하고 완고하고 거만한 데다. 상상력이 부족하고 내숭을 떨었다. "영혼의 죽음." 언제나 그랬듯 그는 그 순간에 딱지를 붙여 본능적으로 그렇게 말했다ㅡ 영혼의 죽음이라고.
p.086

그들은, 적어도 피터는, 그녀가 자신을 내세우기를 즐긴다고 생각했다. 유명한 사람들을 주위에 불러 모으길 좋아한다고. 명사들을, 한마디로 속물이라고. 그래, 피터는 그렇게 생각할 것이었다. 리치드는, 그녀가 흥분이 심장에 나쁘단 걸 알면서도 그걸 좋아하는 것이 어리석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어린애 같다고. 하지만 둘 다 완전히 틀렸다. 그녀가 사랑하는 것은 단지 삶이었다.
"그게 바로 내가 파티를 여는 이유야." 그녀는 삶을 향해 소리내어 말했다.
p.173

사람들의 망각은 상처를 주고, 배은망덕은 마음을 좀먹지만, 해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이 목소리는 무엇이든 데리고 갈 것 이다. 이 맹세, 이 짐차, 이 삶, 이 행렬은 모두를 감싸안고 나아 갈 것이다. 빙하의 거친 물살 속에서 얼음이 뼛조각 하나, 파란 꽃잎 하나, 떡갈나무들을 품고 계속해서 나아가듯이.
p.197

그들은 완벽한 합의속에 저마다 제자리에 평온히 고정된 것처럼 보였지만, 그 어떤 것도 그 눈처럼 하얗게, 혹은 금빛으로 빛나는 표면보다 더 신선하고 자유롭고 민감한 것은 없었다. 떠나는 것도, 변화하는 것도, 그 엄숙한 모임을 해체하는 것도 즉시 가능했다. 구름은 근엄하게 고정되어, 탄탄하고 견고하게 쌓여 있으면서도, 지상에 빛과 그늘을 번갈아 드리웠다.
p.198

난 말할 가치가 있는 유일한 건 바로 우리가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거든요. 영리하다는 것도 다 웃긴 거예요. 사람은 그저 자기가 느끼는 걸 말 해야 돼요.
p.274


#댈러웨이부인 #버지니아울프 #을유문화사 #세계문학전집 #을유문화사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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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여행 - 2018 한스 안데르센상 대상 수상작 어떤 하루의 그림책 2
베아트리체 마시니 지음, 잔니 데 콘노 그림, 김지우 옮김 / 이온서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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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어디로 가는지 왜 떠나는지 사람들은 몰라요. 당신이 다 안다고 생각하겠지요. 그런데 실은, 우리 자신도 잘 모를 수 있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여행에 관한 이야기가 그림과 함께 있지만..
한장한장 넘겨갈수록 인생에 관한 글과 그림인것만 같이 느껴졌다.
잔니 데 콘노의 유작이라고 해서 더 그렇게 느껴졌을수도 있지만..
주인공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세월감과 뭔지모를 쓸쓸함..
여행을 막 떠나는 사람의 설렘보다는 전혀 알지 못하는 다른 곳으로의 여행에 대한 두려움과 지금의 삶을 떠나야만하는 아쉬움이 느껴진다고나할까~~~
삶을 살다가 맞닥뜨린 장애물을 넘고~~
안주할곳을 찾았다 생각했지만 다시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하고..
그렇게 이제 인생이 멈출 때가 되었다는걸 깨닫게 되는 순간에
인생에서의 큰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삶이 끝나고 난 이후의 여행이 기대되고 두렵기도 하는...
그저 우리는 모두 좋은 여행을 하듯 삶을 살아가면 좋지 않을까~~
오늘도 모두 좋은 여행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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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의 눈
토마 슐레세 지음, 위효정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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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사랑스럽고 총명하고 예술감각 풍부한 10살짜리 소녀가 있는거지?
할아버지와 손녀의 대화라고는 믿기지 않을정도의 수준높은 대화들에 괜시리 주눅든 1인^^;
이 책을 진작 만나고 나서 오르세나 르부르 박물관에 갔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보고 온 작품들은 그냥 그림일뿐이었던것 같은 느낌이랄까..
미술관 가서 작품 감상하는법 같은 책들도 있는데. 그런 책보다 오히려 이 소설이 우리가 작품들에 어떻게 다가가야 하면 좋을지를 알려주는것 같다.
예술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게 해줬다고나할까~~
책으로 읽는것도 좋지만 귀로 들으면 훨씬 더 와닿을것 같은 소설~~
어느날 갑자기 1시간 가량 세상이 암흑으로 변해버린 10살소녀 모나!
그녀를 위해 정신과의사와의 상담보다 매주 박물관에 데리고 가서 작품들을 바라보고 모나 스스로 그 작품을 이해하고 온마음으로 느끼게 해주는 하비 앙리~~
책 뒤쪽에는 착실하게 모나와 하비가 만난 작품들이 모두 나와있는데..
일부러 보지 않고 그 그림에 대한 설명만을 읽고서 상상해본뒤에 작품을 찾아봤을때 얼마나 차이가 있었는지..얼마나 비슷하게 상상했는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었다는^^;
매주 박물관에 가서 총 52개의 작품들을 함께 보며 그 작품속 배경과 그 작품을 그리거나 만든 작가들의 이야기를 해주면서 앞으로 긴~~인생을 살아가야할 모나가 삶을 더 다양하게 바라보고 다채롭게 살아가길 바라는 하비의 간절함이 듬뿍 담긴 애정이 이 두꺼운 책에 가득가득 담겨있다!
이런 할부지 있었다면 어땠을까?싶은데 모두가 좋아할만한 할부지는 아니지만 모나에게는 최고의 하비!
예술이 너무 어렵고 이렇게 한번 읽는다고 작가들과 작품들을 기억할수없기에..
이 책은 가까이 손 닿는 곳에 놔두고 한번씩 어느 부분이나 펼쳐서 한작품씩만 모나와 할비와 같이 알아봐도 너무 좋을것 같다.
아참! 혹시 알아채신 분들 계실지 모르겠는데 책 표지를 벗겨보시면 파리 구역 지도와 책에 나온 작품 리스트도 적혀 있다는~~^^

#모나의눈 #토마슐레세 #문학동네 #LesYeuxdeMona #ThomasSchles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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