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바람을 타고 구르는 이삭과 날지 못하는 동그란 몸뚱이를 가진 새. 둥글다는 것은 슬픈 일이구나, 생각했다.p.017사람들은 자기만의 고유한 공간을 갖기 위해 집을 얻지만, 도도 씨에게 집은 누구와도, 아무런 기억도 만들지 않으려고 선택한 유배지였는지도 모른다. 날기를 포기한 도도새처럼.p.036부모 없는 아이는 세상에서 보호받지 못한다. 세상은 부모에게서 아이를 보호해주지 않는다.p.078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갖지 않고, 엄마가 되지 않기로 결심했다. p.083이작품을 읽을 여성 독자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내 삶을 갉아먹는 존재들은 다 버려도 됩니다. -정보라-와우! 역시 정보라!'모계 전승'에 관한 다섯가지 이야기..역시 가장 강렬한건 정보라 작가님의 엄마의 마음이었다.자신들의 대를 잇는 성별은 아들밖에 없다 생각하던 시대에 첫째로 딸이 태어나면 살림미천이라는 말의 굴레를 씌워서 그 밑에 태어나는 아들을 보필하기위한 존재로 키워졌던 장녀들..딸을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았던 엄마들..피를 나눈 엄마보다도 더 엄마같은 도도를 기다리는 이삭.아이를 낳는 기계..인간이기보다 여성으로 취급되는 이 세상에 그런 존재들 다 버려도 된다 이야기 하는 정보라작가님'행성의 한때'에서는 할머니의 할머니. 그 할머니의 할머니에게서 전해 내려온 이야기..우리는 언젠가 저 하늘의 어느 별로돌아가 편히 쉬게 되리라고..이 말에 숨겨져 있는 여성으로써의 고단함이 너무 가슴아팠다..남성에 의한 폭력으로 인해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병을 갖게된 지효..여성이기에 당할수 밖에 없는 고통을 겪은 피해자에게 그 일이 부끄러운일이 아님을..함께 공감하고 위로해주고 함께 치료해나가야할 일임을 말해주는 '거짓말쟁이의 새벽'그리고 여성을 대상으로하는 강력범죄들을 다루면서 수집자라는 존재들을 등장시켜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오랜일'대대로 내려오는 여성들의 이야기들과 각 이야기마다 작가님의 인터뷰가 실려있어 작품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던 책이었다.#질긴매듭 #배미주_정보라_길상효_구한나리_오정연 #사계절#모계전승앤솔러지
하지만 익숙함의 범주를 벗어난 아름다움은 두려움을 자아내는 법, 그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가 물러섰다. 인어는 아름다웠지만 같은 이유로 공포스러웠다. 과연 이런 존재를 맞닥뜨려도 될까,p.044"그거 알아?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을 계속 계속 생각하다 보면 이해에 도달하는 게 아니라 다 상관없어져. 이해하려는 모든 노력이 무의미해지지. 어차피 끝내 알 수 없을 테니까. 나 아닌 모든 존재는 결국 미지의 영역이니까. 그 지점에 이르러서야 깨닫는 거야. 어차피 이해하지 못할 사람을 왜 계속 생각할까?"p.143와우~~역시 조예은!한참 인스타 피드에서 많이 보여 궁금하던 책이었다.칵테일.러브.좀비를 통해 처음 접했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그이후 스노볼 드라이브. 만조를 기다리며. 꿰맨 눈의 마을. 적산가옥의 유령 등을 읽고 이젠 내기준 믿고 읽는 작가가 되었다고나할까~~^^이번책은 어떤 똘끼 가등한 내용들로 나를 설레게 할지 궁금했는데..처음부터 바다물이 넘실대는 배위에 누군가의 머리와 살이발라진 뼈들..피비린내. 와우~~파니라는 인어를 등장시키고 음악적 재능을 타고났지만 특출나지는 않은 주인공 선형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본능 그리고 사랑과 집착에 대한 이야기들을 보여주고있다.결국에는 자신의 욕망만을 위한 모든 행동을 한게 아니었나..오롯이 자기 자신만을 위한 선택을 한 선형..타인의 의견따위 자기 기준에서만 해석하고 결국은 다 본인의 욕망대로만 선택하는 선형..개인적으로늘 무언가에 대한 욕망이나 집착이 1도 없는 내 기준에서는 선형과 삼촌의 그런 맹목적인 사랑이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남들이 어찌되든..본인들은 만족스러울테니..하지만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내가 원할대로만 살수는 없기에 본인 스스로의 마음과도 적당한 타협이 필요하지 않을까...결국에 그 욕망이 자신마져도 삼켜버릴지도...#입속지느러미 #조예은 #한겨레출판 #TURN01
책에 책 커버가 있듯, 거북이에게 등껍질이 있듯 수전은 그림책의 껍데기였다. 내게도 그런 존재가 있었다. 정진만이라는 두껍고 거친 껍데기 덕분에 비바람과 눈보라를 피해 어른이 되었다.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그가 불순한 집단의 우두머리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는 내 껍데기를 경멸하면서도 동경했다. 그리고 이제야 껍데기의 속이 어떴을지 떠올리게 됐다. 자신을 끔찍이도 원망하면서 비정하고 음침한 세상을 향해 돌진하는 어린 존재가 그는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리고 미안했을까. 비로소 삼촌을 잃은 슬픔이 휘몰아쳤다.p.147진짜 끝난건가요...ㅠㅠ정진만이 죽고 끝났던 2권에서 에이 3권 또 나올꺼야~~하며 기다렸는데..드디어 나온 3권!분명 소설속 진만 삼촌은 배나오고 대머리인 중년인데 말이지~~킬러들의 쇼핑몰 속의 진만인 이동욱 때문에 자꾸 머리속에서 삼촌의 이미지가 충돌해서 힘들었다구~~드라마를 보신분들은 '잘들어.정지안!' 이 글에 이동욱 목소리가 얹어져서 들리는 효과를 경험할수 있을것이다 ㅋㅋ삼촌 진만이 죽고 나자 바로 등장한 옐로우코드 수장인 수전..그리고 그녀와 함께 나타난 지안이 또래의 여자애 그림책.삼촌의 스토리로 지금껏 웹툰을 그려왔다는 그림책.지안은 단 한번도 듣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수전과 그림책이 털어놓는다.내가 상상했던 3권의 내용이 전혀 아니었고~~수전이 들려주는 진만과 지안의 과거 이야기..그리고 그림책의 존재가 이런 반전이 있을수 있을까 싶을정도의 이야기들이어서 읽는내내 푹~~빠져들수밖에 없었다.1권과 2권에서 그랬듯이 3권 역시 대규모 전투신이 있어서 드라마 제작이 계속 된다면 볼거리는 확실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이번 책에서는 지안.진만. 그림책. 수전. 브라더 등 등장인물들의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와서 마음 아프기도 하고 열불이 터지기도 하고~~혈육이 무엇이고..낳은정 기른정 따로 있는건지..에휴~~~지안을 지키위해 살해된 38명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힘들어하는 지안을 보면서..과연 나였다면..내가 원한적 없는데 태어나보니 삼촌의 조카였다는 이유로 전쟁터 한복판에 던져져야만했던...아무것도 모르는듯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도 항상 나를 지키위해 평생을 힘써온 삼촌이라는 존재가 있었다는 사실이..그의 부재를 깨닫고 나서 알게 되는 이 나약한 인간이라는 존재..이번책은 내용을 얘기하기에는 모든게 다 스포가 되기에 말할수 없고~~직접 꼭! 읽어보시라고 할수밖에 없을것 같다!#살인자의쇼핑몰3 #살인자의쇼핑몰 #강지영 #자음과모음 #킬러들의쇼핑몰
밀실 사건 전문 정령도 있을 법하지ㆍㆍㆍㆍㆍㆍ. 가야코는 문득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p.323'밀실살인'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왜이리 흥미로운걸까~~^^이 책에는 1937년에 일어난 사건부터 2001년에 일어난 사건까지 총 다섯개의 밀실살인사건이 등장하는데.. 각 사건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미스터리한 사나이. 자신을 밀실수집가라고 말하며 이름도 나이도 전혀 밝혀진게 없다.하지만 사건 얘기만 듣고도 바로 밀실살인의 트릭을 풀어버리는 귀신같은 존재라서리 경찰들 사이에서는 유명하고 다들 한번씩 만나고 싶어라하는 존재이기도 하다.시간차를 두고 벌어진 밀실사건들이라서 아직 과학이 발달하기 전이었던 과거사건에서는 언제가는 사건현장에 뿌려서 혈흔을 확인할수 있는 수사기법도 나오겠지~~라고 말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1985년 사건에서야 루미놀 반응으로 혈흔확인하는 기법이 자연스레 나와서 시간이 흘렀음을 알수 있었다 ㅋㅋ근데 이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밀실수집가는 왜 늙지도 않고 그 모습 그대로 인거냐고~~읽으면서 대대로 자손들이 이어받는건가?생각도 했는데 1937년 살인을 목격했던 고등학생 소녀가 1985년 할머니가 되고나서 다시 만났는데 서로가 서로를 기억하는것이 한 사람이 맞다는 얘기인데 말이지~~진정 귀신인건가?사건해결 좋아라하는 귀신? ㅋㅋ이 책은 종이와 펜이 꼭 필요했다. 밀실살인사건들이라서 사건이 벌어진 장소 설명하는대로 종이에 그려서 보면서 읽었어야했다는^^;근데 나는 진심 1도 못 맞추겠던데 대체 얘기만 듣고서 단번에 찾아내는거냐고요~~첫번째 두번째는 그렇다치지만 세번째는 죽은사람이 둘이라는거? 시체를 바꿔치기 했다고? 그걸 얘기만듣고 어떻게 알아내냐고요~~쳇!지금은 워낙 정보도 발달하고 온곳에 cctv가 있어서 밀실살인이 발생하기 쉽지 않은 시대여서리 2001년이 끝인가요?더 계속 써주시면 안되나요?한편한편 다 상상하는 재미도 있고 쭉~~이어서 안 읽어도 되서 들고 다니면서 한챕터씩 읽어도 너무 좋았고 가독성은 말해뭐해~~너무 재미있었다~~#밀실수집가 #오야마세이이치로 #리드비
도대체 그의 마음속에는 이제 무엇이 남아 있을까? 그의 인생 마지막까지 이 잔인한 병 앞에 함께 서 있는 것 외에, 내가 그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p.045이 집에는 나만의 공간이나 사생활 따위는 조금도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사적인 일상을 모두 포기해야 했고 생활 루틴과 그나마 남아 있던 아주 약간의 프라이버시마저 내던져 버려야 했다.p.069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매 순간 새로운 상황과 도전을 맞닥뜨린다. 그럴 때 주변 친구들이 건네는 조언은 아무리 좋은 마음일지라도 수박 겉핥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호자들은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묵묵히 감당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도전이리라.p 105~106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치매는 돌이킬 수 없는 병이라는 걸. 이제는 그가 잘 먹고 잘 자고 몸 아픈 데 없이 평온하게 살아준다면 더 바랄 게 없었다. 어쩌다 나온 사소한 행동에 큰 의미와 기대를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p.228함께 사는 사람이 있어도, 엄마는 늘 혼자였다.p.237한때 지성으로 빛나던 한 사람이 사랑하는 이와의 소통이 단절되고, 익숙했던 모든 것을 잃은며 마치 거꾸로 아기가 되어가는 듯한 모습은 치매라는 병의 본질을 아프도록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기억 상실이 아닌, 한 사람의 세계가 소멸하는 과정이다.p.242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수 없을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마음..흔히들 기억을 잃어버리고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고 집이 어딘지 찾지 못하고..이런것만 생각했다가..커피에 관한 에피소드를 읽고서 너무나 확! 와닿았다.아내를 위해 커피를 내리고 커피마시는걸 좋아했던 푸보가 계속해서 커피를 내리는 바람에 커피로 가득한 커피잔이 여기저기 놓여있고..커피 내리는 법을 까먹고 결국 마시는 방법조차 잊어버리게 된...여행을 좋아했던 두 부부가 이제 다시는 여행을 하지 못할뿐더러.. 그 소중했던 추억들이 푸보의 병에 잠식되어 남아있지 않을수도 있다는..너무나도 가슴아픈 병이 아닌가..가족이나 친구. 지인들 모두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 추억들이 차곡 차곡 쌓이고 쌓여서 관계를 형성하는건데.. 한 평생을 함께 만들어왔던 그 삶의 기억이 사라져버린 사람을 사랑한다는게 얼마나 힘들까..내가 알아왔던..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이 아닌듯 나를 전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머리로는 사소한 행동에 의미부여하지 말아야한다는걸 알고있지만..사람인지라 마음으로는 그게 잘 안될터..젊은 사람도 힘들일을 70의 할머니가 오롯이 감당해야했을 그 시간에 박수를 보내드리고싶고.. 결국에는 딸과의 상의끝에 요양병원에 입원을 하고..그동안은 푸보를 돌보느라 돌보지 못했던 본인의 몸과 마음을 보살피게 된 작가님..처음에는 남편의 치매진단부터 점차 심해지는 과정으로 인해 일상이 얼마나 바뀌는지를 보여주고..그 다음에는 요양병원이라는 선택.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앞으로 더 많아질수밖에 없는 독거노인들에 대한 이야기까지..지금 70이 넘는 부모님이 있는 나로써도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야기들이라서 읽는내내 먹먹했다.치매가 아닌 일반 질병으로도 응급실에 실려가시고 병원입원하신동안 간병하는게 쉬운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자신도 잃어가고 가족도 힘들게만드는 치매라는 병.. 친구 어머님은 치매진단을 받고나서 지내시다가 정신이 돌아왔을때 스스로 목숨을 버리시기도 하셨다.이토록 무서운 질병인 치매이지만..피할수 없다면 건강하게 잘 받아들일수밖에..돌봄을 받는 이도 돌봄을 하는 이도 모두가 조금씩만 덜 힘들수 있도록 사회적인 제도와 지원사업 등이 더 잘 마련되기를 바래본다.#아주느린이별 #정추위 #다산북스 #치매 #돌봄 #대만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