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그의 마음속에는 이제 무엇이 남아 있을까? 그의 인생 마지막까지 이 잔인한 병 앞에 함께 서 있는 것 외에, 내가 그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p.045이 집에는 나만의 공간이나 사생활 따위는 조금도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사적인 일상을 모두 포기해야 했고 생활 루틴과 그나마 남아 있던 아주 약간의 프라이버시마저 내던져 버려야 했다.p.069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매 순간 새로운 상황과 도전을 맞닥뜨린다. 그럴 때 주변 친구들이 건네는 조언은 아무리 좋은 마음일지라도 수박 겉핥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호자들은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묵묵히 감당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도전이리라.p 105~106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치매는 돌이킬 수 없는 병이라는 걸. 이제는 그가 잘 먹고 잘 자고 몸 아픈 데 없이 평온하게 살아준다면 더 바랄 게 없었다. 어쩌다 나온 사소한 행동에 큰 의미와 기대를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p.228함께 사는 사람이 있어도, 엄마는 늘 혼자였다.p.237한때 지성으로 빛나던 한 사람이 사랑하는 이와의 소통이 단절되고, 익숙했던 모든 것을 잃은며 마치 거꾸로 아기가 되어가는 듯한 모습은 치매라는 병의 본질을 아프도록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기억 상실이 아닌, 한 사람의 세계가 소멸하는 과정이다.p.242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수 없을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마음..흔히들 기억을 잃어버리고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고 집이 어딘지 찾지 못하고..이런것만 생각했다가..커피에 관한 에피소드를 읽고서 너무나 확! 와닿았다.아내를 위해 커피를 내리고 커피마시는걸 좋아했던 푸보가 계속해서 커피를 내리는 바람에 커피로 가득한 커피잔이 여기저기 놓여있고..커피 내리는 법을 까먹고 결국 마시는 방법조차 잊어버리게 된...여행을 좋아했던 두 부부가 이제 다시는 여행을 하지 못할뿐더러.. 그 소중했던 추억들이 푸보의 병에 잠식되어 남아있지 않을수도 있다는..너무나도 가슴아픈 병이 아닌가..가족이나 친구. 지인들 모두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 추억들이 차곡 차곡 쌓이고 쌓여서 관계를 형성하는건데.. 한 평생을 함께 만들어왔던 그 삶의 기억이 사라져버린 사람을 사랑한다는게 얼마나 힘들까..내가 알아왔던..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이 아닌듯 나를 전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머리로는 사소한 행동에 의미부여하지 말아야한다는걸 알고있지만..사람인지라 마음으로는 그게 잘 안될터..젊은 사람도 힘들일을 70의 할머니가 오롯이 감당해야했을 그 시간에 박수를 보내드리고싶고.. 결국에는 딸과의 상의끝에 요양병원에 입원을 하고..그동안은 푸보를 돌보느라 돌보지 못했던 본인의 몸과 마음을 보살피게 된 작가님..처음에는 남편의 치매진단부터 점차 심해지는 과정으로 인해 일상이 얼마나 바뀌는지를 보여주고..그 다음에는 요양병원이라는 선택.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앞으로 더 많아질수밖에 없는 독거노인들에 대한 이야기까지..지금 70이 넘는 부모님이 있는 나로써도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야기들이라서 읽는내내 먹먹했다.치매가 아닌 일반 질병으로도 응급실에 실려가시고 병원입원하신동안 간병하는게 쉬운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자신도 잃어가고 가족도 힘들게만드는 치매라는 병.. 친구 어머님은 치매진단을 받고나서 지내시다가 정신이 돌아왔을때 스스로 목숨을 버리시기도 하셨다.이토록 무서운 질병인 치매이지만..피할수 없다면 건강하게 잘 받아들일수밖에..돌봄을 받는 이도 돌봄을 하는 이도 모두가 조금씩만 덜 힘들수 있도록 사회적인 제도와 지원사업 등이 더 잘 마련되기를 바래본다.#아주느린이별 #정추위 #다산북스 #치매 #돌봄 #대만에세이